美언론 “바이든 사퇴, 영부인에 달려”...질 여사 “남편 일어설 것”
공화당은 여사 지목하면서 “누가 군 통수권자인가”
“질(바이든 부인), (27일 첫 대선 토론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조 바이든 대통령).”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첫 TV토론 바로 다음 날인 28일 저녁.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뉴욕의 한 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해 토론이 끝난 직후 바이든과 나눈 대화를 60여명의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 전날 토론에서 수차례 말을 더듬고 허공을 멍하게 바라보는 등 부진한 모습을 계속 보여 ‘참패’했던 바이든이 부인에게 자신이 토론을 망쳤음을 토로한 장면을 공개한 것이다. 바이든 여사의 발언을 소개한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이 이번 토론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세부적인 내용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질 여사는 이들에게 “이에 저는 (남편에게) ‘조, 90분으로 당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한 4년간을 정의할 수는 없는 거에요’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질 여사는 또 “내 남편이 아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법이고, 그는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난다”고도 했다고 알려졌다. 바이든의 부진으로 당혹스러웠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에 일제히 갈채를 보냈다고 WP는 보도했다.
바이든의 토론 참패 직후 미 민주당 정치권 및 언론이 잇따라 바이든이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의 사퇴 여부는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에 달렸다는 현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WP는 29일 홈페이지 톱 기사에서 질 여사의 역할을 조명하는 기사를 다뤘다. 그의 정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에는 대부분 관여한 그녀가 바이든이 온갖 고령 논란에도 계속 캠페인을 이어온 배경이었다는 뉘앙스를 담은 기사였다. 질은 토론 당일 민주당이 주관한 토론 직관 파티 직후 “조, 너무 잘했어요! 당신은 모든 질문에 답했고 모든 팩트를 알고 있었어요!”라고 외쳤는데 WP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장밋빛이었다”고 했다.
WP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도 칼럼에서 바이든이 나이 때문에 재선에 도전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도 한 이유로 질 여사를 꼽았다. 그는 “바이든 자녀인 헌터와 애슐리는 아마도 그가 물러나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였을지 모른다”며 그가 재선에 나선 이유가 질 여사 때문이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만약 바이든이 후보 사퇴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더 젊은 후보가 자신을 대신하도록 한다면 그 결정에 도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대통령 본인을 제외하면 대통령 부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NYT는 “오랜 정치 인생에서 어쩌면 최악일 수 있는 순간을 겪은 바이든의 마지막 대선 도전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것은 늘 그녀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NYT는 토론 직후 공황 상태에 빠진 민주당 후원자들이 서로에게 가장 많이 한 질문은 대통령 부인과 만나거나 대화할 방법이었다고도 했다. 주요 후원자 중 한명인 존 모건은 “질의 목소리가 최종적이고 가장 중요하다. 그녀는 바이든을 알고 열정적으로 사랑하며 그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 대부분 큰 결정은 결국 밸러리(바이든의 여동생)와 질과 함께한다”고 했다.
NYT는 또 “질 여사가 자신이 ‘노인(바이든)에게 지친 발걸음을 계속하도록 강요한다’고 비난하거나 남편의 건강 문제를 숨기려고 했다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질 여사가 토론을 마친 남편을 손을 잡고 무대 아래로 데리고 내려가는 영상이 확산했는데, 공화당은 이를 두고 ‘노인 학대’라며 맹공하고 있다.
공화당 칩 로이 하원의원(텍사스)은 소셜미디어에 “누가 군 통수권자인가?”라며 바이든이 아닌 질 여사가 배후에서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는 공화당 내 주장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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