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미군기지 옆 수상한 농지 매입...”中 위장 첩보기지 구축”

최유식 기자 2024. 6.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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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中, 민간기업 등 내세워
특수전사령부·18공수군단 등
전략 거점 주변 농지 매입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가 6월20일 중국 기업, 개인이 인근에 농장을 소유한 미국 내 군사기지 19곳의 위치를 담은 지도를 보도했습니다. 태평양 하와이부터 남부 플로리다주에 이르기까지 곳곳의 미군 기지 주변에 중국이 농지를 사들여 심각한 안보 위협 요인으로 등장했다는 주장이었어요.

그동안 중국 기업과 개인의 미군기지 주변 농지 매입 문제를 우려하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고, 미 의회에는 이를 금지하는 법안도 올라와 있습니다. 뉴욕포스트는 이런 기존 보도와 새로운 정보를 종합해 미군 기지 주변 중국 자본 농지 매입 실태를 총정리를 했어요.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지도를 보니 중국 자본이 소유한 농장을 인근에 둔 미군 기지는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오하우섬부터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소재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리버티 기지까지 방대했습니다. 뉴욕포스트는 “중국이 전략적으로 군사기지 주변 농장을 사들여 농지로 위장한 첩보기지를 구축하려 했다”고 전했어요.

◇레이더, 적외선 장비 등으로 감시 가능

중국 자본이 소유한 농장을 가까이 둔 19개 미군 기지 중에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리버티 기지는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 18공수군단, 82공수사단 등이 주둔하는 곳으로 ‘미군 공수부대와 특수부대의 요람’으로 통하는 곳이라고 해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캠프 펜들턴은 미 해병대 제1원정군 사령부와 해병 1사단 주둔지입니다. 플로리다주 탬파 맥딜공군기지는 중동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 특수전을 총괄하는 특수작전사령부(USSOCOM) 등이 있는 곳이에요.

중국 자본이 소유한 농장은 이런 부대로부터 수 킬로미터에서 수십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레이더나 적외선 장비, 드론, 도·감청 장비 등을 이용하면 손쉽게 미군 부대를 감시할 수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주중대사관 무관을 지낸 적이 있는 로버트 스팰딩 전 공군 준장은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중국 소유 농지가 전략적인 거점 부대와 가까워 첩보수집기지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미국에 이런 토지 매입을 막을 법이 없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했어요.

한 군사보안 전문가는 미군 부대 주변에는 부대 동향에 관한 정보가 널려 있다고 했습니다. 술집에서 미군들이 떠드는 말이나 수송기 이착륙 빈도 등만 챙겨봐도 부대의 동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거죠.

미 82공정사단 소속 공수부대원들이 지난 5월 노스캐롤라이나 포트 리버티 기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행진 중이다. /미 육군

◇민간기업으로 위장했지만...

외국인이 소유한 미국 농지 중 중국의 비중은 높은 편이 아닙니다. 1위는 캐나다로 전체 외국인 소유 미국 농지의 31%를 차지하고 있고,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영국, 독일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고 해요. 중국은 전체 외국인 소유 농지의 0.3%를 보유해 국가별로는 18위라고 합니다. 문제는 중국 자본 소유 농지가 다수 미군기지 주변에 있다는 점이에요.

농지 소유 기업도 석연찮은 부분이 있습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중국인 사업가 쑨광신은 지난 2015년 공군 조종사를 양성하는 제47비행훈련비행단이 자리 잡은 텍사스주 래플린 공군기지 인근 발베르데 카운티의 14만 에이커(약 567㎢) 농지를 사들였어요. 그는 산둥성 출신으로 중국군 장교 경력이 있는 인물인데, 신장에서 식당업과 부동산 개발업으로 성공한 그가 왜 갑자기 미국 텍사스주의 농지를 사들여 풍력발전소를 짓겠다고 나섰는지가 의문이었습니다. 결국 텍사스주 의회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 프로젝트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어요.

2022년 미국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폭스 공군기지 인근 땅을 사들여 농산물 가공공장을 지으려 했던 산둥성 푸펑그룹 역시 의심을 샀습니다. 그랜드폭스 공군기지는 미 공군의 전략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를 운용하는 제319정찰비행단이 자리 잡은 곳이에요. 푸펑그룹 소유 부지는 이 공군기지에서 20㎞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중국인 토지 매입 제한 입법

작년 9월에는 관광객 등으로 가장한 중국인이 미국 내 군사기지에 접근해 사진을 찍는 등의 사례가 100건이 넘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어요. 미군 부대의 경비 상황 등을 살펴보기 위한 일종의 탐색전이라는 게 방첩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미국 법의 허점을 이용한 중국의 미국 내 첩보기지 구축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는 분위기에요. 텍사스주, 플로리다주 등 수십개 주의 주 의회가 중국 기업의 이런 토지 매입을 제한하는 법률을 입법했거나 입법을 검토 중입니다. 지난 5월에는 와이오밍주 프란시스 워런 공군기지에서 불과 1.6㎞ 떨어진 곳에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가 들어서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토지 매각과 장비 제거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죠.

워런 공군기지는 미국의 3대 전략 핵미사일 기지 중 하나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제90미사일항공단이 주둔하는 곳입니다.

미국 와이오밍주에 있는 워런 공군기지 입구. /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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