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레이스 초반 ‘대세론’ 앞에 놓인 TK 허들[여의도가 왜 그럴까]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측은 결선 없이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짓는 게 목표다. 1차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한다면 ‘대세론’이 흔들렸다는 뜻이고, 그것이 결선 투표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권 레이스 초반, 당원들이 집중된 ‘보수의 본진’ 대구·경북(TK)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적대적 반응과 여론 동향은 한 후보 앞에 놓인 첫 번째 허들로 지목된다.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등록을 마친 당권주자들은 이번 주 영남권, 특히 TK 당심과 민심 공략에 주력했다.
한 후보는 27일 대구에 이어 28일 부산을 찾았다. 원희룡 후보는 25일 경북, 26일 대구, 27일 부산, 28일 경남 등 영남 전역을 훑었다.
현역 의원인 나경원 후보도 국회 일정이 없는 26일 경남·부산, 28일 대구에서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나 후보는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7·23 전대 최고위원 선거 출마 자격심사에서 탈락하자 “유일한 영남 지역 후보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당원과 국민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는 주는 것이 적절하다”며 측면 지원하기도 했다. 이의 제기를 통해 28일 컷오프 취소 결정을 받아든 김 전 최고위원은 “선관위의 부당한 결정을 바로잡으려고 도와준 나 후보에게 보답할 차례”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윤상현 의원도 28일 경북 안동을 찾아 이철우 경북지사를 만났다. 윤 의원은 “당이 필요하는 것은 ‘원팀’이며, 채 상병 특검법을 정쟁·정치 공격용으로 추진하는 민주당 의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면담 결과를 전했다.
26일 서울 한 식당에서 열린 TK 출신 당 보좌진 모임인 ‘보리모임’에 당권주자들이 잇달아 참석해 “제 정치의 출발점은 대구·경북”(한동훈), “TK는 우리 당의 뿌리”(나경원), “어머니 고향이 의성이다. 영남에 뿌리를 갖고 있다”(윤상현)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권주자들이 레이스 초반 영남권에 집중하는 것은 국민의힘 당원 비중이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당원 5명 중 1명 꼴로 TK에 산다. 수도권, 부산 등 다른 지역에 거주 중인 당원 가운데 TK 출신까지 합치면 전체의 40%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이번 전대에서 당원 선거인단 투표가 80%, 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 여론조사가 20%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TK 출신 당원의 선택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TK 당심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한 후보는 암초를 만났다. 이곳 광역단체장인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의 반응이 싸늘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나, 원, 윤 후보와는 회동하면서 한 후보와의 면담은 일정 등을 이유로 들며 피했다.
평소 한 후보를 ‘문재인의 사냥개’, ‘얼치기 후보’라고 비난했던 홍 시장의 면담 거절은 그렇다 쳐도, 이 지사의 냉랭한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 지사는 27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한 후보의 채 상병 특검 주장을 비판하면서 “당대표는 당에서 오래 묵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KBS라디오에서 “이철우 지사 같은 점잖은 분이 이렇게 비판하면 (TK 당원과 시민들이) ‘아, 진짜 문제가 있구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또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의리, 인정, 원칙주의 같은 심리를 많이 갖고 있다”며 “한 후보는 어쨌든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았는데, 윤 대통령을 저렇게 멀리하고 기대를 저버리면 배신자 코드, 배신자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고 봤다.
원희룡 후보도 YTN라디오에 나와 한 후보의 채 상병 특검 주장에 대해 “당론과 대통령 입장을 무시하고 ‘나를 따라와라’ 하는 것은 당내 분열의 방아쇠를 당기는 게 될 수 있다”며 “2016년과 2017년 ‘어’ 하다가 분열하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당이 없어질 뻔한 악몽이 있는데, 그때와 같은 코스로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있다. 홍준표 시장, 이철우 시장의 반응이 바닥 민심·당심과 일치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게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홍 시장은 한 후보와 차기 대권을 둘러싼 ‘잠재적 경쟁자’ 관계이기도 하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3·8 전대가 치러진) 1년 전과 비교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너무 안 좋고 보수 지지층 내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하다”며 “당권 경쟁 구도 역시 한 후보에게 유리한 편이어서 대세론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가 높은 상황이라면 한 후보와 윤 대통령 틈을 벌리려는 전략이 유효하겠지만, 현재 여론 지형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또 한 후보 대 반한(반한동훈) 후보 여러 명이 맞붙는 구도여서, 친윤(친윤석열)계 조직표가 분화할지언정 비윤(비윤석열) 표의 방향은 뚜렷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동훈 ‘시작’ 캠프의 정광재 대변인도 “대구, 부산을 돌면서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당원들의 열기를 체감하고 있다”며 “홍 시장의 반응이 반드시 대구 당심이나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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