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도 MBC 좌파 언론 탓? 尹대통령 입에 쏠린 눈

정철운 기자 2024. 6. 2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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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극우 유튜버나 입에 올릴 음모론...가벼이 넘길 일 아냐"
김진표 회고록으로 불거진 '참사 조작 가능성' 발언 파문 확산
국민의힘 "회고록 흥행 노린 무책임한 행태, 대통령 흔들지 말라"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된 '625전쟁 제74주년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대통령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언급한 2022년 12월5일 윤 대통령과 독대자리. 이날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가리켜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눴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으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김 전 의장의 이날 독대자리 상황을 직접 전해 듣고 적은 메모까지 공개해 대통령실의 추가적인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메모 중 한 대목은 “MBCKBSJTBC 등 좌파 언론들이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하는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었다. 주요 방송사들이 참사를 일으켜 정부를 위태롭게 하기 위해 대규모 인파가 모이도록 유도하는 보도를 했다는 식의 주장이다.

박홍근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내대표를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유튜브에 심취해 있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다”면서 “김진표 전 의장이 평소 입이 매우 무겁고 없는 말을 지어낼 분이 결코 아니라는 점은 의정활동을 같이 해본 사람은 다 알기에, 제 메모를 확신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 운영이 합리적인 이성과 판단이 아니라 극우 유튜버의 음모론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이라고 했다.

언론은 윤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는 29일자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발언 논란, 윤 대통령 직접 해명해야> 사설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원로 정치인이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책에다 썼다고 보긴 힘들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언급한 뒤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에 나섰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대통령의 발언 여부는 쏙 빼놓은 채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발언 당사자로 지목된 윤 대통령 스스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尹 이태원 참사 음모론 언급, 사실인가> 사설에서 “김 전 의장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하자 대통령이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억울한 일'이라고 했다는 것”이라며 “비극적인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이나 입에 올릴 음모론을 입법부 수장 앞에서 거론했다면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정 운영 과정에서 음모론에 귀를 기울였던 것이 사실인지 진상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지난 28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끝까지 감싼 이유가 한낱 저열한 음모론 때문이었다니, 사실이라면 국격이 처참히 무너져 내리는 꼴”이라고 개탄했다. 황 대변인은 “유가족에게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더니, 뒤에서는 극우 유튜브의 천박한 음모론에 귀 기울이며 남 탓만 하고 있었단 말인가”라고 되물으며 윤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반면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같은 날 “본질은 김 전 의장의 뒤늦은 고백처럼 당시 대화에서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려는 고심'을 느꼈다는 점”이라며 “여러 상황을 고려하되 국민들이 제기한 작은 가능성마저도 치밀하게 검토하여 성급한 장관 사퇴 종용 대신 충분한 숙고 후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진의를 느꼈음에도 지금에 와서야 (김진표 의장이) 이를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현재 임기 중인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전직 국회의장답지 않은 진중하지 못한 처사”라며 “이를 맥락 없이 끄집어낸 것은 대통령의 진의를 왜곡하여 자극적인 표현으로 회고록 흥행을 노린 무책임하고 무도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숱한 음모론과 선동을 일삼았던 민주당이 음모론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민주당이 이번 사안을 빌미로 참사를 정쟁화시키고 대통령을 흔들려고 한다면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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