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에서 고령 논란 벗지 못한 바이든, 후보교체론 위기 극복할까

홍주형 2024. 6. 2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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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올해 첫 대선 토론에서 건강과 인지력 논란을 벗지 못했다. 당 안팎에서는 후보교체론까지 나오며 바이든 대통령이 위기에 몰린 국면이다. 민주당 유권자의 절반 가량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교체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까지 남은 약 4개월의 기간 동안 고령 논란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가 미국 대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됐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경제, 낙태, 불법 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주제마다 격돌했다.   애틀랜타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는 쉬어있었고, 반복적으로 말을 더듬었으며, 자주 말을 멈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몰아세우자 바이든 대통령은 자주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단상 위 메모지에 무엇인가를 자꾸 적었다. 결과적으로 고개를 숙인 모습이 카메라에 계속 노출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어눌한 말이 나올 때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개를 저으며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만약 골프가방을 직접 들고 다닐 수 있다면 기꺼이 골프를 같이 치겠다“면서 “그것을 할 수 있느냐”고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을 문제삼아 조롱하기도 했다.

이같은 모습이 생중계된 뒤 후보교체론은 봇물처럼 일고 있다. 28일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유권자 20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0%가 전날 TV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확실히‘ 또는 ‘아마도‘ 후보에서 교체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유권자 중에서는 47%가 후보 교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응답자 중 57%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토론을 더 잘했다고 평가했으며, 부동층 유권자 중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6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이 더 나았다고 평가했다.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어눌한 모습은 부동층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이전까지 부동층이었던 유권자 13명과 인터뷰한 결과 TV 토론 이후 이 중 10명이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이 “보기 힘들었다”고 혹평했다고 전했다. 이 중 7명은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에 실망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TV 토론을 하기 위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CNN 스튜디오에 입장하고 있다.   애틀랜타=AP/뉴시스
다만 후보 교체론과는 별개로 두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접점으로 나타났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을 했을 때 45%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4%)을 오차 범위 이내인 1%p 차로 앞서고 있다. 후보 교체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바이든 캠프 대변인 세스 슈스터는 ‘잘못된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14시간 뒤인 28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실내 유세에서는 연설 도중 목소리를 높이고, 셔츠 단추를 푼 채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는 “나는 진심으로 내가 이 일(대통령직)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 사람(트럼프)과 달리,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들에게 맞설 것이다. 미국은 누구에게도 고개 숙이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날 토론에서의 실책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과거만큼 편안하게 걷지 못하고, 옛날만큼 술술 말하지 못하고, 과거만큼 토론을 잘하지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알고, 진실을 어떻게 말할지를 안다. 잘못된 일과 옳은 일을 구별할 줄 알고, 이 일(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할지를 알며, 일을 어떻게 완수할지를 안다”고 강조했다. 고령으로 인해 신체적 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대통령직에 대한 이해도에서 낫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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