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대선에 외신 "정치 무관심·환멸 …하메네이 반대여론 직면"
'깜짝 1위' 개혁파 후보에는 "서방 긴장 완화에 도움" 기대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28일(현지시간)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예상 밖으로 개혁파 후보 마수드 페제시키안(70)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가운데 서방 언론들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투표율에 주목했다.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 4명 중 유일한 개혁파 후보 페제시키안은 득표율 42.5%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38.6%의 표를 얻은 보수파 사이드 잘릴리(59)였다. 과반 득표자가 없기에 내달 5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39.9%에 그쳐 이란 대선 사상 최저 투표율을 나타냈다. 직전 대선이 있었던 2021년의 투표율은 48.8%였다.
올해 3월 의회(마즐리스) 의원 선거 투표율 역시 최저인 40.6%를 기록했다.
서방 언론들은 선거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 새 대통령이 오더라도 살림살이에 큰 변화는 없을 거라는 낮은 기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했다.
특히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이란 정권의 유혈 탄압, 국제사회의 오랜 제재로 인한 경제 타격 등으로 민심의 좌절감이 가중된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주요 정치 선거가 3회 연속 최저 투표율을 보였다며, 이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종교 지도층이 전례 없는 수준의 반대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번 선거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 더 커졌다는 조짐이 있었다며 100만표 이상이 무효 처리됐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역시 투표로 정권에 대한 헌신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 데 대한 거부감이라 진단했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역시 국민들의 무관심과 성직자들에 대한 반대가 섞여 투표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메네이는 투표를 앞두고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란의 지속성이 투표율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이란 개혁 진영 안에선 투표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렸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란 여성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등은 투표 보이콧을 외치기도 했다.
애초 대선 후보 자격을 심사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출마를 신청한 80명 중 6명만을 후보로 승인하면서, 온건파 페제시키안을 포함시킨 것 자체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미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의 이란 전문가 시나 투시는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페제시키안의 출마 허용이 "더 역동적인 선거를 만들어 보다 많은 대중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CNN은 이란은 과거엔 높은 투표율을 자랑했지만, 최근 몇 년간 낮은 투표율로 국민들의 무관심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는 높은 투표율을 근거로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해 온 기득권에 당혹감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온건파 페제시키안의 선전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이란 정권은 국내 불안뿐만 아니라 역내 불안정에도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리세력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다. 가자전쟁 뿐만 아니라 최근 이란이 핵 시설을 확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방과의 긴장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의 권력은 궁극적으로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에게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가 이란 핵 프로그램이나 중동 무장세력 지원 정책 등의 변화를 예고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대통령이 정책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온건한 페제시키안의 승리는 서방과의 긴장을 완화하고 경제 개혁, 사회 자유화, 정치 다원주의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동 학자이자 전 미 국무부 고문인 발리 나스르는 대통령이 보다 온건한 태도를 가지면서 핵, 무역, 중동 정세에 관한 서방과의 대화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다고 CNN에 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다만 내달 5일 결선에는 보수파 후보가 한명으로 좁혀지는 만큼, 예선 1위인 페제시키안의 당선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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