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비만치료제의 아버지 옌스 홀스트 교수 “더 좋은 비만치료제 속속 개발 중”

홍준기 기자 2024. 6. 29. 21: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비만인 시대입니다. 비만은 200여개 질병으로 가는 ‘관문 질병(Gateway disease)’입니다. 비만을 치료하면 수많은 질병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던 비만치료제는 식욕뿐만 아니라 술이나 담배, 마약에 대한 갈망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습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기반 비만치료제가 ‘21세판 만병치료제’로 등극할 수 있을까요?

비만치료제의 아버지 옌스 홀스트 코펜하겐대 교수

WEEKLY BIZ는 GLP-1 유사체의 발견에 큰 공헌을 한 과학자들과 중독, 치매, 알츠하이머병, 난임 치료 효과에 대해 검증하고 있는 과학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옌스 홀스트 교수는 “2013년 삭센다를 가지고 노보노디스크가 비만 치료를 하겠다고 할 때도 경제성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중독 치료에 대해서도 그 결과를 예단할 순 없다”고 했습니다.

-GLP-1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인슐린 분비(insulin secretion)를 자극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발견한 여러 가지 생화학적 트릭(biochemical tricks)을 사용했습니다. 이것이 1986년 때의 일이니까 꽤 오래전 일이죠.”

-돌파구가 된 연구가 있었다면요?

“진정한 돌파구는 1993년 GLP-1 주입이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정상적인 글루카곤(glucagon)을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다이아비톨로지아(Diabetologia·당뇨병 학술지)에 실렸죠. 당뇨병 치료와 체중 관리 효과에 대한 초기 연구였다고 할 수 있죠. 2002년에는 인슐린 펌프에 피하주입(subcutaneous infusion) 하면 6주 안에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의약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내놨죠.

GLP-1이 체내에서 2분 이내에 분해된다는 점도 우리 연구팀이 발견했어요. GLP-1이 빠르게 분해되는 게 디펩티딜 펩티다제-4(DPP-4)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됐죠. DPP-4 억제제 기반 시타글립틴도 이 과정에서 발견된 겁니다. 그래서 저는 독도마뱀인 ‘힐라 몬스터’의 타액에서 발견된 엑센딘-4가 GLP-1 수용체에 작용하는 물질이었다는 점이 돌파구라고 보긴 어렵다고 하는 겁니다. 이 물질은 정맥 내 반감기가 30분이고, 이를 통해서 엑세나타이드라는 약물이 개발됐지만요.”

-GLP-1의 식욕 억제 효과에 대해선 어떻게 연구가 이뤄졌을까요.

“1993년 독일 뮌헨의 한 연구팀이 대뇌에 GLP-1을 주사하면 음식 섭취가 억제되는 것을 발견해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스티븐 블룸이 추가 연구를 해서 1996년 네이처지에 논문 형태로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건 동물 실험에서 이야기고 사람에게선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사람에게서 말초 주입(peripheral infusion)으로 투여했을 때 식욕 억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1998년에 발표했어요. 투약 용량을 늘리면 식욕을 더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은 2001년에 발표했습니다.

이제는 짧은 반감기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2번 아미노산 잔기를 조작해 GLP-1 유사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이후 연구에서 팔미트산이라는 지방산을 GLP-1 분자에 추가하는 연구가 성공을 거뒀고, 이후 리라글루타이드가 탄생했습니다. 2013년에는 리라글루타이드를 사용한 약물인 삭센다가 탄생합니다. 이후 개발된 세마글루타이드는 체중 조절용 약물 위고비의 핵심 성분이 됩니다.”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물의 한계는 무엇인가요?

“세마글루타이드를 먹는 약으로 만들 수는 있습니다. 위장에서 흡수가 잘 안 된다는 점입니다. 투약한 약물의 0.5%만 몸속에서 효과를 내고 99.5%가 파괴됩니다. 35mg과 50mg의 세마글루타이드를 경구 투여하는 실험과 연구를 수행했으며, 꽤 괜찮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와 동일한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매일 복용해야 합니다.

저분자 물질(small molecule)이라고 불리는 완전히 다른 경구용 GLP-1 작용제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는데, 일라이릴리(Eli Lilly)에서 만든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 이라는 약이 있는데, 매우 유망해 보입니다. 완전히 다른 화합물입니다. 물론 매일 복용하는 약이 될 것입니다.”

-GLP-1 유사체를 사용해 살을 뺐을 때 근육 손실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과 이야기(인터뷰) 하기 위해 컴퓨터를 열기 직전에 특수 단백질을 개발하는 회사의 광고를 봤거든요. 우리는 근육 손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주 좋은 맛의 단백질을 개발할 수 있고 이것이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글루카곤 작용제(glucagon agonist)로 인한 근육 소모(muscle wasting)를 막기 위해 단백질 공급제(protein supplies)를 연구한 또 다른 연구를 보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더 중요한 건 GLP-1 작용제를 복용하는 동안의 특정한 근육 소모는 없습니다. 근육에 수용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GLP-1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근육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마도 음식물 섭취가 줄면서 단백질 섭취도 줄고, 몸을 움직이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 운반이 줄면서 근육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입니다.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아주 아주 간단한데, 운동으로 활동량을 늘려서 체중 감소로 인한 손실을 효과적으로 막는 것입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체중을 감량할수록 운동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체중을 감량하면 운동을 더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이것은 정말,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식욕을 잃더라도 필수 영양을 모두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식단도 잘 고려해야 합니다. 필수 요소를 놓치지 않도록 식단 계획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것은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비만치료제 투약을 멈추면 다시 살이 찐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모든 연구에 따르면 치료를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증가합니다. 하지만 신체 활동을 늘리고 식단을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음식에 대한 갈망을 낮춰주기 때문에 투약 중에 생활 습관을 바꾼다면 감량한 상태의 체중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체중이 다시 는다면 당뇨병이 재발하고, 심혈관 위험도 다시 커질 순 있습니다. 그런데 비만치료제를 이용해 치료를 받기 전만큼 커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1~2년 동안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일종의 기억 효과 (memory effect)가 있다는 좋은 데이터가 있습니다. 이는 향후 위험 감소로 나타날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치료제의 비싼 가격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가격을 낮출 방법은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세마글루타이드를 생산하는 13개 회사가 특허가 끝나는 걸 기다리고 있다는 거 같아요. 다른 국가에서는 특허 만료가 2030년이라면 중국에선 2026년입니다. 그 이후엔 같은 성분의 약물이 많이 나올 겁니다. 러시아 등에선 ‘불법’으로 GLP-1 유사체 기반 약물이 팔리고 있습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경구 투약용 비만치료제가 개발 중입니다. 상대적으로 대량 생산이 쉬울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정치적 문제입니다. 회사들은 기술 개발에 대한 대가를 얻길 원합니다. 이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렇겠죠. 다만 비만과 관련한 심혈관계 문제나 대사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약을 투약했을 때 위험을 크게 낮추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선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앞으로 어떤 효과 좋은 약물이 나올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경구용 저분자 약물(oral small molecules)이죠. 5~6개의 매우 유망해 보이는 후보 물질이 있죠. 그리고 GLP-1 수용체 작용제에서도 새로운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소위 ‘편향된(biased)’ 작용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세포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시스템에 우선적으로 작용하는 작용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더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이는 경구용 저분자에서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입니다.

다음으로 흥미로운 단계는 다른 화합물과의 조합이며 우리는 이미 인슐린 분비 자극 폴리펩타이드(GIP)와 GLP-1의 조합인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가 있습니다. GIP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GLP-1의 부작용을 줄이는 것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용량의 티르제파타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GIP 성분이 단독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밀린(amylin)도 있기 때문에 GIP 성분에 의해 유발되는 부작용이 완화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마그루맙(Bimagrumab)이라는 미오스타틴(myostatin) 수용체 작용제와 조합도 있어요. 근육 감소라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해줄 수 있는 약물이죠. 제약 업계에서는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 나는지 지켜 봅시다.”

-GLP-1이 중독 치료에 효과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GLP-1은 뇌에서 신경세포를 통해 식욕을 조절하고, 동시에 뇌의 보상체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 발표된 몇 가지 연구가 있는데 알코올 문제와 대마초 중독 문제를 가진8만 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GLP-1 유사체를 사용했을 때 중독 악화 위험이 50% 감소했습니다. 50 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비만치료제는 사람들의 건강을 바로 개선할 수 있고 몸매 개선에 대한 관심도 커서 ‘수익성’이 있습니다. 반면 중독치료제에 대해서는 제약사가 ‘경제적 이익’ 관점에서 관심이 적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죠.

“질문의 취지를 이해합니다. 이 질문은 노보노디스크가 비만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의 상황을 떠올리게 됩니다. 2013년에 이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모든 사람이 “기업에 손해를 끼칠 나쁜 생각”이라거나 “시장성이 없다”고 했어요. 그럼에도 노보노디스크는 “어쨌든 해보자”라고 비만치료제를 개발했어요. 삭센다를 가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리가 비만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했어요. 서서히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쌓여갔습니다. 그리고 위고비 출시로 시장의 관심은 로켓처럼 날아올랐죠. 중독치료에서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