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벼랑 끝 몰린 중산층… 美 대선 흔들 ‘태풍의 눈’ 부상 [세계는 지금]
美허리 중산층 3명 중 2명 ‘재정난’ 호소
소득 증가율 상회 장기 인플레로 고통
증산충 비율도 30년새 61%서 51%로 ↓
바이든, 중산층 확대정책 위기에 처해
경제 성과 홍보전도 오히려 역효과만
트럼프, 팁 면세 공약 등으로 공략 나서
수십조원 세수 줄어 재정 악화 지적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고향 필라델피아주 스크랜턴을 거론하며 자신이 중산층 가구에서 태어났고, 중산층을 존중하고,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공개한 30초짜리 영상 광고에서도 “도널드 트럼프는 중산층을 도울 계획이 없다. 그는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 감면을 주려 한다”고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18일 와이오밍주 선거유세에서 ‘중산층’을 외쳤다. 소득세 폐지, 팁 면세 공약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세를 공약하며 중산층을 파고들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부자 증세 공약이 중산층에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열을 올리는 중이다.
◆미국의 허리, 중산층 3명 중 2명 “재정난”
미국에서의 중산층은 통상 미국 중위 가계 소득 3분의 2 수준에서 2배 사이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로 정의한다. 2021년 기준 중위소득은 6만5000달러(약 9000만원)다. 중산층은 4만3350달러(6000만원)에서 13만달러(1억9000만원) 사이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가 해당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발표한 중산층 태스크포스(TF) 보고서에서 중산층의 기준으로 △자가 소유 △자가용 소유 △자녀의 대학 교육 △은퇴 준비 △의료 보험 △가족 휴가 6가지 항목을 꼽았다.
◆중산층은 줄고, 저·고소득층은 늘고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도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중산층에 속한 미국인 비율은 1971년 61%에서 2023년 기준 5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인구는 같은 기간 27%에서 30%로 늘었고, 고소득층 인구도 11%에서 19%로 늘었다. 늘어나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사이에 중산층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빈부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미국 금융권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자가를 가지지 못한 중산층에게는 고금리에 따른 주거비 상승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소득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주거비는 늘어나고 식료품, 보험료 등이 늘면서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산층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고소득층으로 소득이 늘었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중산층 소득이 감소했거나, 정부 지원 등을 받기 위해 소득을 숨기는 현상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중산층 공략 나섰지만 ‘고전’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해서도 중산층에 집중해왔으나 경제 분야에서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일 자신의 경제 성과에 대해 홍보하고 있지만 오히려 독이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악관이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임금 상승률이 15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을 앞지르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경제가 꾸준히 호황을 기록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회복되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경제 관련 공세는 정치적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득세 폐지와 팁 면세 공약 등을 앞세워 중산층 공략에 나섰지만 정부 재정 악화 우려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인세 인하 및 부자 감세 정책도 저항에 부딪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서비스직 유권자를 겨냥, 팁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초당적 기구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는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팁 금액이 늘어나는 속도 및 소득 분포 등에 따라 팁 면세 시 2026회계연도부터 10년간 많게는 2500억달러(348조원)의 정부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팁 면세 공약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법인세 감세 계획도 복병을 만났다.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는 최근 미국 백만장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연 1억달러(1329억원) 이상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재 37%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법인세를 인상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을 지지한 셈이다. 또 백만장자 응답자의 60% 이상은 빠르게 확대되는 불평등을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응답자의 91%는 극심한 부의 집중이 일부 동료 시민의 정치적 영향력을 살 수 있다고 응답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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