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립에 스테이크용까지…장병 군급식 입맛·영양 모두 챙겨
메뉴 선호도 조사 품목에 반영
고기 용도별 가늘게 잘라 납품
밀봉·저온유통 위생관리 철저
전국 축협 연계 공급도 안정적
“군 장병이 다양한 고기 부위를 즐길 수 있도록 폭립(돼지 등갈비구이)에 쓸 돼지고기부터 스테이크용 한우고기까지 모두 공급하고 있습니다.”
6월26일 경기 포천축협 육가공사업장에서 만난 양기원 조합장의 말이다. 포천축협은 농협경제지주와 함께 축산물을 군에 공급하는 전국 39곳 지역축협 중 하나다. 양 조합장은 “제5군수지원여단 등 인근 군부대에 50여년간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육가공사업장에 들어서니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축산물 신선도를 위해 연중 12℃를 유지한다는 게 관계자의 얘기다. 작업장 안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생적인 복장을 갖춰 입은 작업자들이 돼지 도체를 발골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돼지 도체는 전날(6월25일) 도축해 이날 새벽에 입고된 물량이다. 작업자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불필요한 지방을 깔끔하게 제거하고 조리하기 편한 크기로 절단해 포장했다.
이 사업장에선 4월부터 공급 품목을 확대했다. 감자탕용 돼지 등뼈가 대표적이다. 이정주 포천축협 미트빌사업단장은 “가공장에서 등뼈를 5∼7㎝ 규격으로 잘라 공급하기 때문에 조리 후 먹기가 간편하다는 반응이 군 장병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농협의 군급식용 축산물 공급 형태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에 따르면 군납 축협은 한달에 한번씩 군 관계자와 메뉴 관련 회의를 벌인다. 이때 장병을 대상으로 한 메뉴 선호도 설문조사의 결과도 반영한다. 농협은 회의에서 논의한 대로 쇠고기부터 오리고기까지 조리 편의성을 극대화해 각종 축산물을 납품한다. 밀봉된 포장만 뜯어 조리기구에 넣으면 바로 요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4월부터는 가공 수준도 더욱 세분화했다. 기존 볶음용·국거리용에다 스테이크용·카레용·잡채용·수육용 등 메뉴별로 고기를 가늘게 잘라 공급한다. 닭은 다리·날개, 돼지는 등갈비·등뼈·대패삼겹살, 한우는 차돌박이 등으로 축종별 부분육도 다변화해 공급한다. 한식·양식 등 다양한 메뉴를 즐기고 양질의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 군 장병의 취향과 나이대를 반영한 결과다.
포천축협 육가공사업장의 생산감독관을 맡고 있는 송지은 수의사는 “요즘 군에서는 장병의 선호도를 우선하는 선택급식 체계로 바뀌면서 무항생제 생삼겹살을 불판에 구워 먹거나 ‘브런치’로 스크램블드에그를 즐기는 것도 가능해졌다”면서 “원물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우리 축협이 제공하는 축산물에 대한 군 관계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한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군에 공급하는 모든 축산물은 밀봉된 상태에서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로 전달된다. 작업자들이 모두 무균 소독한 작업복을 입고 ‘에어워셔’와 손발 소독을 거치는 것은 물론, 가공공장의 위생 상태도 정기적으로 점검받는다.
소비기한 관리도 엄격하다. 일반적으로 냉동육 소비기한은 발골일로부터 2년이지만 군에 납품하는 냉동육은 최대 300일로 비교적 짧다. 부분육을 입출고할 때 축산물 이력정보도 꼼꼼하게 확인한다.
군납 축협은 비상 시 안정적인 축산물 공급도 장점이다. 전국 축협을 통한 연계 납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2021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에 따라 축산물 공급이 불안정할 때도 군납 축협은 상호간의 연계 납품을 통해 축산물을 군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2021년 4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예방 격리된 장병에게 일부 부실급식을 제공한 사건이 계기가 돼 정부는 군 급식에 수의계약 비중을 줄여 2025년 경쟁 입찰로 전면 전환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농·축협의 수의계약 비중도 2021년 36.7%에서 지난해 20.4%로 줄어든 반면 가공식품 등 민간의 경쟁입찰 비중은 2021년 45%에서 2023년 71.2%로 늘었다.
김종수 농협경제지주 축산유통부장은 “농축산물 판로 확보와 안정적인 군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축협 수의계약 물량을 적어도 70%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농협은 질 좋은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군에 공급하는 것이 국가 안보라고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도 군 장병이 조리하기 쉽고 먹기 편한 축산물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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