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형 VS 완성형, K팝을 사랑하는 이유[일본의 K팝은 지금②]
[일본의 K팝은 지금①]에서 이어집니다.
현재 K팝 아이돌이 글로벌 가요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지만, 쇼 엔터테인먼트 분야나 아이돌 그룹 시스템은 일본이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원조의 나라에서 K팝 아이돌은 어떻게 입지를 굳혔을까.
‘단미 미디어’의 차헌영 웹 총괄팀장은 ‘완성형 그룹’이라는 점을 J팝 아이돌과 다른 K팝 아이돌의 매력으로 꼽았다.
차 팀장은 “일본에서는 흔히 J팝 아이돌을 고시엔(고교야구)에, K팝 아이돌을 프로야구에 비교한다. 기존 J팝 아이돌이 사랑받은 포인트는 땀 흘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함께 키워가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K팝 아이돌이 데뷔부터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가요계의 새로운 틈을 파고든 거다. 데뷔 후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데뷔부터 뛰어난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차별 포인트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덕상 이사는 “한국 아이돌 역시 데뷔 후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성장’이라는 것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K팝 아이돌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을 거쳐 데뷔한다면, 일본에는 평균적으로 1~2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친다”며 “여기엔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과 달리 일본 가요계는 내수 시장을 위주로 해왔고, 일본의 아이돌 팬덤은 대체로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응원하고, 또 작은 규모여도 함께 호흡하며 친근하게 접촉하는 것을 ‘입덕’ 포인트로 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 때문에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하돌’로 데뷔해 메이저로 가는 예도 있다. 마네키케챠나 AKB48이 대표적인 경우”라며 “도쿄 시내 곳곳에 지하돌 라이브만 하는 다수의 소극장이 들어찬 라이브 건물도 꽤 많다. 한국 가요계에는 주류 장르가 편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은 장르나 규모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팬덤이 꾸려지는 편이다. 일부 K팝 가수들도 이런 문화를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해 활발히 활동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K팝 아이돌의 전혀 다른 콘셉트의 매력이 통하면서, 일본 가요계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
황 이사는 “지금은 일본도 변화를 보인다. 내수 시장에만 집중하던 것에서 글로벌 진출을 노리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특히 일본 내 K팝 아이돌의 입지가 더 넓어진 영향이 크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와도 적극적인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있고, 이에 더해 글로벌 밴드나 아이돌을 만들려고 활성화되는 단계”라고 밝혔다.
차 팀장은 “일본 팬덤 역시 좀 더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고 있다. 일본 내 한류 미디어들은 대체로 한국에서 보도되는 기사를 번역하여 전달하는 것에 그친다. 일본 팬덤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K팝 아이돌을 사랑하고 또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만큼, 일본 팬의 시선으로 보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를 원하기도 한다. 때문에 ‘단미 미디어’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또 표출함으로써 일본 팬덤의 K팝을 향한 사랑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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