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도 주목받은 재일 한인의 삶… ‘피와 뼈’ 소설가 양석일 별세

이태훈 기자 2024. 6. 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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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뿌리를 극한까지 파고들어 신화적 이야기 세계 창조”

‘피와 뼈’ 등 일본 현대사 속 재일 한인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재일교포 2세 소설가 양석일(88)씨가 29일 일본 도쿄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29일 별세한 재일교포 2세 작가 양석일(梁石日·84)씨. /마이니치 신문

일본 영화의 거장 최양일(1949~2022) 감독이 영화로 만든 ‘택시 광조곡’과 ‘피와 뼈’, 일본의 대표적 사회파 감독 사카모토 준지가 영화화한 ‘어둠의 아이들’ 등은 소설로서 여러 문학상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됐을 뿐 아니라 영화로서도 일본 국내외 영화제 등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고인은 1936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열여덟 살때부터 시를 쓰며 시인을 꿈꿨다. 생업으로 인쇄 사업을 했지만 실패해 거액의 빚을 졌다. 전국을 떠돌며 지내던 어느 날, 우연히 한 시골 책방에서 헨리 밀러의 ‘남회귀선’을 읽고 “벼락이 치는 듯한 충격”에 휩싸여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양석일 원작, 최양일 감독 영화 '피와 뼈'. /영화사 진진

1980년 시집을 내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설 때까지 10년간 도쿄에서 택시기사로 일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택시 광조곡’ 을 썼다. 이 소설은 1993년 최양일 감독이 영화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로 만들어 일본 키네마준보 그 해의 영화 베스트10 중 1위로 선정되는 등 각종 영화상을 휩쓸며 높은 평가를 얻었다.

재일조선인의 삶을 통해 일본의 전후(戰後) 50년사를 관통한 ‘밤을 걸고’로 세큐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작가로 부상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빼앗긴 삶과 인류 최대의 성범죄를 사실적으로 고발한 소설 ‘다시 오는 봄’을 썼을 땐 일본내 극우들로부터 테러 위협을 받기도 했다.

양석일 원작, 최양일 감독 영화 '피와 뼈'. /영화사 진진

자신의 아버지를 모델로 식민지 시절 일본을 살아가는 폭력적이고 괴물 같은 재일조선인을 그려낸 ‘피와 뼈’는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제1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받았고, 소설은 31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작품 역시 최양일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다. 마이니치 신문은 “작가가 자신의 뿌리와 기억을 극한까지 파고 들어 30년대부터 전후(戰後)에 걸쳐 오사카를 무대로 신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 세계를 창출했다”고 평했다.

태국을 무대로 아동매매와 아동매춘의 실상을 해부한 화제작 ‘어둠의 아이들’도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인 사카모토 준지에 의해 영화화 됐다.

작품으로 ‘밤의 강을 건너라’, ‘자궁 속의 자장가’, ‘단층 해류’, ‘족보의 끝’, ‘Z’, ‘단층해류’, ‘수라(修羅)를 살다’, ‘수마(睡魔)’, ‘아시아의 신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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