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에 1개씩 생긴다는 ‘이것’…“압도적인 전력 없으면 AI 발전 불가능” [홍키자의 빅테크]
에펠탑은 밤이 되면 조명을 켜고, 새벽에는 ‘화이트 에펠’을 관광객에게 선사하는 데 조명 점등 시간을 단축한 것이죠. 독일에서는 공공건물의 난방온도를 19℃로 제한하고, 공공건물과 야외수영장, 체육관 등에 온수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사우나로 유명한 핀란드에서는 사우나를 일주일에 한 번만 하자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모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가온 겨울에 대비한 유럽 각국의 모습입니다. ‘에너지 대란’이었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이후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였고, 유럽 천연가스 도매가격은 1년 새 9배가 올랐죠. 가스를 수입할 곳이 러시아밖에 없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가스를 무기화했습니다.
올해 유럽에서 처음으로 원자력 정상회의가 열린 것은 이같은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에너지 부족 문제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공식 노선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탈원전’ 기조에서 ‘친원전’으로 선회하는 행보라고 분석됩니다. 정상회의에서는 “원자력에 긍정적인 유럽 국가와 에너지 전문가들이 원자력의 부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유럽연합은 2023년 말부터 원전을 ‘친환경’ 기술로 분류하는 작업을 펼쳐왔죠.
2024년 6월, 이같은 에너지 위기는 가속화하거나 한층 복합화되는 모습입니다.
이유는 바로 인공지능(AI) 때문이죠. AI 활용과 AI 개발을 고도화해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게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AI가 보통 전력을 사용하는 게 아닙니다. AI를 위한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 그 자체죠.
당장 전력 공급을 늘릴 수 없다면, 전력을 효율화해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합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을 효율화하는 방법에서 다양한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려는 방법까지 지금은 AI 밸류체인 전반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생성형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력연구원(EPRI)은 최근 ‘파워링 인텔리전스: 인공지능과 데이터 센터 에너지 소비 분석’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생성형AI가 기존의 구글 검색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픈AI의 ‘챗GPT’는 질문 요청 당 2.9와트시(Wh·시간당 소비 전력)의 전력을 씁니다. 구글 검색의 0.3와트시에 비해 10배나 더 큰 수치죠.
오픈소스 멀티모달AI인 ‘블룸’은 4Wh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이미지나 비디오, 오디오를 생성하는 멀티모달 AI가 더 많은 전력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은 자사 검색에 생성형AI를 접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EPRI는 “구글이 검색에 이와 유사한 AI를 통합한다면, 검색 당 전력 소비는 6.9~8.9Wh로 증가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2030년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403.9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관측됩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166%, 무려 2배 증가하는 수치입니다. 지금 보다 낮은 성장을 한다고 가정해도 전력 사용이 29% 증가, 연간 196.3TWh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골드만삭스은 올해 5월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전력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1~2%에서 10년 뒤에는 3~4%로 올라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PGIM(전 프루덴셜 투자운용)은 더 급증할 것이라 예측했죠. PGIM은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2%에서 2030년에는 20% 이상으로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프로젝트 이름은 ‘스타게이트(Stargate)’로 미래 6년 동안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서버와 시스템,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이 설치된 종합 공간이죠. 컴퓨터 수만 대를 모아두고 인터넷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곳이 데이터센터입니다.
그런데 생성형AI 서비스를 위해서는 보통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게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 검색이 가능한 병렬 컴퓨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고성능 AI 반도체가 탑재된 특수한 데이터센터가 필요했고요.
당연히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더 압도적인 양의 전력이 필요하겠죠. 최근 보고서들에 따르면 무려 6배가 더 넘는 전력을 쓸 것이라 예상됩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빌 바스 부사장은 “세계적으로 사흘에 하나씩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생기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AI 발전의 제약은 전력”이라며 “현재 전력망이 AI 기술 발전에 따른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죠.
이같은 분위기에 빅테크 기업들은 분주히 움직입니다.
MS가 AI 및 데이터센터용 대규모 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해 100억 달러(13조7700억 원)가 넘는 신규 투자를 단행한 게 그 이유입니다. MS는 지난 5월 초 글로벌 대체 자산 투자사 브룩필드 애셋 매니지먼트(브룩필드)와 1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브룩필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총 10.5기가와트(GW)에 달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를 제공합니다.
이 전력량이 어느 정도냐면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밀집된 미국 북부 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 단지에서 소비하는 전력(약 3.5기가와트)의 3배가 넘습니다.
궈즈후이 대만 경제장관은 최근 입법원(의회)에서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2028년 이후 전력난이 우려된다”면서 “앞으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다섯 곳이 신설될 예정이다. 민간 소비와 산업 전력 이외에도 AI발 전력 수요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유는 TSMC 등 첨단 반도체 기업이 즐비해 전력 수요가 많은데다, 석탄과 가스를 사용한 화력발전 위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석탄과 가스 등 에너지원의 97%를 수입하고 있죠.
전력난 우려에 이를 충당할 에너지원을 찾는 게 당연해졌고요. 현재는 원자력을 점찍은 모습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 증가를 ‘원자력’으로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이 공고해졌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연초 다보스포럼에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에 대응해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효율화하고 있다”고 밝혔고요. 그는 “원전 6기를 짓고 있고 새 원전 8기 건설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죠.
올해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원자력에 친화적입니다.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 기간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대상에 원전을 포함했고, 노후 원전 지원을 추진 중이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공약 모음집 ‘어젠다47’을 통해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지속적인 가동과 소형모듈원전(SMR) 투자 등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데이터센터 서버 냉각 기술 중 수랭(제품 주변에 물이 흐르는 관을 설치해 열을 식히는 방식) 방식을 보유한 미국 기업 버티브홀딩스(VRT)의 올해 1분기 주문량은 지난해보다 60% 늘었고, 수주 잔액도 63억달러(약 8조6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죠. 골드만삭스는 현재 23%인 수랭식 냉각 시스템 비중이 2026년에는 57%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이같은 데이터센터 정보기술(IT) 장비 냉각 시장이 지난해 149억달러(약 20조원)에서 2030년 303억달러(약 41조원)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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