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고픈 마음이 절로 생겨나게 만드는, 야무진 소주연('졸업')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아마도 '야무지다'라는 표현을 인간화하면 바로 그 인물이 소주연이 아닐까 싶다. 항상 밝고 당차지만 동시에 어딘가 만만찮은 현실 또한 꿰뚫고 있는 듯한 느낌을 이 배우는 늘 갖고 있었다. 다만 그 야무진 면모가 더더욱 매력적으로 드러나는 그런 역할을 만나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
최근 tvN 토일드라마 <졸업>에서 그가 만난 남청미 선생님이라는 역할은 바로 그 소주연의 야무진 면모를 매력적으로 끌어낸다. 먼저 인물 설정부터가 어딘가 소주연이라는 배우와 딱 어울리는 면이 있다. 남청미는 상계동 소형 학원 국어강사로 일하다 계속 대치동 학원가를 두드렸던 인물이다. 소주연이 주연보다는 조연으로서 흔히 말하는 '서브 멜로'를 주로 맡아왔던 주변인물 역할이었다는 것과 어딘가 어울리는 지점이다.
2017년 플레이리스트에서 제작한 웹드라마 <하찮아도 괜찮아>로 인기를 얻었지만, 보다 대중들의 시선에 들어온 건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윤아름이라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역할로 등장해 박은탁(김민재) 간호사와의 러브라인을 보여줬을 때다. 물론 그 작품의 시즌2, 시즌3에서의 멜로라인은 서우진(안효섭)과 차은재(이성경)가 중심이었지만, 이른바 서브 멜로로서 박은탁과 윤아름의 풋풋한 러브라인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졸업>에서도 소주연이 맡은 남청미는 이준호(위하준)의 절친 최승규(신주협)와의 MZ세대 다운 쿨한 러브 라인을 보여준다. 서혜진(정려원)과 이준호의 메인 러브라인을 받쳐주는 서브 멜로를 이 작품에서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졸업>에서의 소주연은 단순히 그런 역할을 넘어서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상계동의 작은 학원 국어강사로 시작했지만 끝내 실력으로 대치동 학원가를 뚫고 들어온 남청미라는 인물과 소주연이라는 배우가 겹쳐져 보이는 이유다.
작품 속 남청미는 어딘가 야전에서 겪으며 쌓아온 공력이 느껴지는 인물로 첫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신임강사 채용시험을 보러온 옆자리 선생에게 지원자들 중 "SKY 아닌 사람은 드물 것"이라며 하지만 자신은 SKY가 아니며 대신 "실력파"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인물이다. 명문대 출신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학원계에서 당당히 실력으로 뚫겠다고 말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남청미는 어딘가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하지만 이 인물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뭐든 하는 그런 인물들과는 또 다르다. 이준호와 함께 들어왔지만 그가 서혜진과 '사제출격'이라는 제목으로 공동강의를 하게 됐다는 사실에 남청미는 조금 실망하긴 하지만 선선히 이를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진 강점들을 내세워 야무지게 강의를 짜고 철저히 준비해 서서히 수강생들을 늘려 나간다.
이 인물이 특히 매력적인 건 스펙이든 아니면 경제적 여건이든 뭐 하나 꿀리지 않고 당당한 모습인데, 그건 자신의 실력을 믿는 자신감과 자존감에서 나온다. 그래서 서혜진을 몰아내고 김현탁(김종태) 원장을 무너뜨린 후 강사들을 데리고 나가 경쟁 학원인 최선국어 최형선(서정연) 원장과 새 판을 짜려는 우승희(김정영) 부원장이 그에게 모든 기회를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 앞에서도 이를 거부한다.
남청미는 괜스레 자신의 성과를 과장하는 우승희 부원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는 제 실적이 그렇게 좋다고는 생각 안해봤는데요. 좋게 봐주신 건 감사하지만 제가 한 일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알아요. 첫 달에 매출이 크게 뛴 거는 서혜진 팀장님이 데리고 있던 찬영고 2학년 반을 떼주셔서 그랬던 거고." 그러자 우승희 부원장은 "이 정도 칭찬은 받아도 된다"고 하지만 남청미는 끝내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제 힘으로 해낸 건 아니니까요."
사내 비밀연애가 들통나고, 그걸 스캔들로 만들어 몰아내려는 이들이 한목소리로 서혜진과 이준호를 '더러운 관계'라며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끝내 서혜진의 옆에 남기로 한 남청미의 당찬 모습은 그의 남자친구 최승규가 "멋져요"라고 말하는 게 당연할 만큼 매력적이다. 남청미의 모습이 소주연이라는 배우와 기막히게 어울린다 여겨지는 건, 어쩌면 늘 주변인처럼 여겨져 왔던 이 배우가 하나하나 제 실력, 제 힘으로 그런 존재감의 배우가 되어가고 있는 그 과정이 이 인물과 달라보이지 않아서다. 당차고 멋진 이런 청춘들을 응원하고픈 마음이 절로 생겨나게 만드는 남청미이고 소주연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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