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동의 명물이었던 흰 소나무[청계천 옆 사진관]

변영욱 기자 2024. 6. 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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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백년사진이 고른 사진은 100년 전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기획 기사 중에 한 장 골랐습니다.

서울 재동에 있었던 백송(白松) 사진입니다.

오늘은 백년 전 신문에 실렸던 서울 재동의 백송 사진을 살펴보았습니다.

사진기자가 100년 전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을 매주 한 장씩 골라 소개하는데 여기에 독자 여러분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사진의 맥락이 더 분명해질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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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의 백년사진 No. 67

이번 주 백년사진이 고른 사진은 100년 전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기획 기사 중에 한 장 골랐습니다. 서울 재동에 있었던 백송(白松) 사진입니다.

1924년 6월 25일자부터 1924년 8월 15일자까지 동아일보 3면에는 2장의 사진이 매일 실립니다. 기획 기사가 50일간 연재된 것인데요 간판으로 “사진기사 – 일백동정(一百洞町) 일백명물(一百名物)”입니다. 우리 동네 명물 소개라는 코너입니다.

안국동 감고당, 종로 종각, 원동 모기, 공평동 재판소, 계동 위생소, 수송동 기마대, 화동 복주우물, 가회동 취운정, 소격동 종친보 등이 연속적으로 소개되었습니다.

그 중 7월 1일자에 실린 재동 백송 사진을 보겠습니다. 소개를 하는 사람은 동아일보 기자가 아니라 재동에 살고 있는 시민 김숙자씨입니다. 다른 날짜의 기사도 동네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이름으로 설명되어 있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1924년 7월 1일자 동아일보 3면에 실린 서울 재동 백송 사진.
재동(齋洞) 백송(白松)
정해자(正解者) 재동 김숙자

우리 재동에는 장안에서도 유명한 백송이 있습니다. 백송이라는 것은 글자대로 흰 소나무라는 뜻입니다. 흰소나무라니까 솔잎까지 흰 줄로 알지 마십시오. 솔잎은 다른 소나무나 마찬가지로 사시장춘(四時長春) 푸르고 나무줄기가 보통 소나무와 달라서 허였답니다.
이 백송은 지금 경성 여자 고등보통학교 재동제2 기숙사안에 있는데 몇 백년 전부터 그곳에 그렇게 흰 몸을 버티고 섰삽니다. 그리고 이 백송의 고향은 중국입니다. 그 때가 아마 이조시대 이겠지오. 부끄러운 이야기지마는 그때에 우리나라 에서는 청국에 조공을 바치러 사신이 늘 들어다녔습니다.
이 백송이 그 때 청국에 들어갔던 어느 사신이 나무가 하도 기이함으로 조그마한 백송 하나를 가지고 나와서 심고 기른 것이 지금 재동 그 백송이지요. 세월은 가고 세상은 바뀌어서 사모풍잠(紗帽風簪)한 정승판서가 거들던 그 소나무 밑에는 지금은 검은 옷 입은 일본 사람 여학생들이 요새 같이 더운 날에 그늘을 찾아 그 백송 밑으로 와서 책을 읽는 답니다. 참 세상 변하는 것이란 모를 것입니다.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는 나중에 경기여자고등학교가 됩니다. 지금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지만 당시에는 서울 종로에 있었던 것이죠. 그 자리에는 지금 헌법재판소가 위치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홈페이지에 재동 백송에 대한 소개가 있습니다. “재동청사의 부지는 구한말 개화파 공신으로 우의정을 지낸 환재(桓齋) 박규수(朴珪壽, 1807-1876) 선생의 저택이 있었고, 선교의사(宣敎醫師) 알렌(Allen)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병원인 광혜원(廣惠院, 1885-1887)이 자리 잡았던 곳이며, 그 후에는 경기여자고등학교, 창덕여자고등학교 등이 위치하여 많은 인재들을 길러낸 교육의 요람으로서 유서 깊은 곳이다. 또 부지 내에는 우리나라에 몇 그루밖에 없는 희귀수인 수령 600년이 넘는 천연기념물 제8호 재동백송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 뒤뜰에 있는 백송은 100년 전 신문에 소개된 그 소나무일 가능성이 아주 높네요. 다만 사진 속 백송이 한 그루처럼 보이는데 현재 헌법 재판소 백송은 한 그루지만 밑둥부터 두 개의 큰 가지로 나뉘어 자라 두 그루처럼 보입니다.

헌법 재판소 경내에 들어가려면 입구 경비실에서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기입하고 방문증을 받으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근처에 가실 일이 있으시면 우리나라 최고의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와 지금도 명물인 헌법재판소 백송을 한번 구경하시면 어떨까요?

오늘은 백년 전 신문에 실렸던 서울 재동의 백송 사진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사진에서 어떤 점이 보이셨나요?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족과 풍경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진이 흔해진 시대에, 우리 사진의 원형을 찾아가 봅니다. 사진기자가 100년 전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을 매주 한 장씩 골라 소개하는데 여기에 독자 여러분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사진의 맥락이 더 분명해질 거 같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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