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슈퍼 선거의 해’… 상반기 선거 톺아보기 [뉴스+]

이민경 2024. 6. 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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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슈퍼 선거의 해’가 반환점을 돌았다. 다수의 동의를 얻은 인물이 국민을 대표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력화했다는 비판부터 집권 세력에 대해 매서운 심판을 했다는 평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상반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2024년 주요 선거 결과가 의미를 톺아봤다.

①1월13일 대만 총통 선거

슈퍼 선거의 해를 알린 대만 총통(대통령 격) 선거에선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라이 후보는 40.05%의 득표율로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를 앞섰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의 관점은 ‘반중(反中) vs 친중(親美)’ 간의 대결이었다. 라이칭더가 당선될 시 대만은 2016, 2020년에 이어 반중 정당을 택한 것이고, 허우유이가 총통이 될 경우 중국과 밀착하며 대만 내 중국의 영향력은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AP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 민심은 반중 정당을 선택했다. 선거 직전까지 라이 후보는 허우 후보를 오차 범위 이내로 앞서며 초박빙 승부를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청년층과 중도층의 지지 덕에 라이 후보는 예상보다 많은 득표를 받았다.

반면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선 민진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 총통 선거에선 라이 후보가 승리했지만, 입법원(국회)에선 민진당 의석수가 61석에서 51석으로 줄었다.

이러한 이유로 여소야대의 입법원에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은 선거 후 국회개혁법안을 발의하며 여당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법안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국회 경시죄’다. 입법원에서 공무원이 허위 진술을 하면 징역, 구류 등의 처벌을 받게 한다는 내용이다. 법안과 관련해 민진당 쑤챠오후이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국회의원들이 (공무원을 불러내) 국방의 기밀과 사생활을 캐낼 수 있고, 아무도 거절할 수 없고, 거절하면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미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이와 관련해 라이칭더 정부 4년 내내 야당과의 극한 대치가 발생한다면 대규모 거리 시위운동이 부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대만에선 학생들이 주축을 이뤄 당시 집권당이었던 국민당에 반발하며 입법원을 점거한 ‘해바라기 운동’이 벌어진 바 있다. 학생들은 국민당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려 강하게 반대했다.

②2월14일 인도네시아 대선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에선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프라보워 장관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58.6%의 득표율을 기록해 아니스 바스웨단 후보를 16.5% 차로 앞섰다. 프라보워 장관은 인도네시아 38개 주 중 36개 주에서 승리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야당 후보다. 하지만 당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아들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부통령 후보로 임명해 사실상 여당 후보로 여겨졌다.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선 대선 결과 외에도 사건·사고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선거에서 과로 등으로 순직한 투표관리원 수만 370명을 넘었다. 고혈압 등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은 투표관리원도 3000명이 넘는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 1억9000만명의 80% 이상이 투표를 할 정도로 참여율이 높았다. 선거는 모두 하루에 진행됐는데, 사상 처음으로 총선과 대선이 같은 날에 치러지며 투표관리원들이 과도한 업무량에 노출됐다.

투표관리원들은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로 투표 시작부터 개표 종료까지 투표소를 떠나거나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③3월15∼17일 러시아 대선

러시아 대선은 사실상 승자가 정해진 선거였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2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는 사흘간 대통령 선거를 시행했는데, 예상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재집권했다.

2000년 첫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5선 연임에 성공했다. 선거 기간 푸틴 대통령을 막는 ‘방해물’은 없었다. 유일한 야권 후보였던 정치평론가 보리스 나데즈딘은 출마 전 10만명의 서명을 모았으나 서명의 오류를 이유로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후보 등록 불허를 통보받았다. 대법원 또한 선관위의 결정에 손을 들어줬다.
3월 1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역대 최고 득표율로 대선에서 승리한 후 모스크바에 있는 선거운동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모스크바=AF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혔던 반정부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또한 지난 2월 시베리아의 감옥에서 돌연 사망하고, 러시아 독립 언론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부분 불법화되며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하는 이들 또한 사라졌다. 

2020년 푸틴 대통령은 개헌을 추진해 ‘3연임 금지’ 조항을 무력화했는데, 이로 인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해졌다.

④4월19일∼6월1일 인도 총선

인도에서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압승을 예상했던 의석수는 예상에 한참 못 미쳤다.

모디 총리는 당초 목표로 집권 인도국민당(BJP)가 전체 543석 중 370석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 연방하원 전체 의석 중 BJP는 294석을 얻었다. BJP가 단독으로 과반 의석에 실패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FP연합뉴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모디 총리가 유세 과정에서 인구 80%를 차지하는 절대다수 힌두교 표심만을 노려 압승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수인 무슬림을 소외시키고 선거 기간 동안 야권 지도자가 잇따라 체포되며 야당 탄압을 했다는 논란이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모디 총리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종교를 무기 삼아 야권을 향한 공격을 이어갔다. 그는 “인도국민회의(INC·제1 야당)가 집권하면 다수인 힌두교도 재산을 소수 무슬림들에게 재분배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인도 방송 매체에 출연해서는 자신이 “(신에 의해) 특별한 목적을 위해” (세상에) 보내졌다고 주장하며 3연임을 자신했다.

⑤6월6∼9일 유럽의회 선거

유럽의회 선거는 ‘극우의 약진’으로 정리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안보·경제가 불안해지고 이민자 수가 늘자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이 크게 약진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회 내에서 의석수가 많은 국가에 극우세력이 집중됐다.

지난 9일 선거 결과 윤곽이 잡히자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하원 해산을 선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나는 투표를 통해 여러분에게 우리 의회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드리기로 결정했다”며 “오늘 저녁 국회를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의회 해산 결정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중도 성향의 르네상스당이 극우 국민연합(RN)에 완패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유럽의회 선거 마지막 날인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제2청사에 선거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붙어있다.
위기에 놓인 마크롱 대통령과 달리 이탈리아의 조지 멜로니 총리는 ‘대세’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이탈리아의 경우, 멜로니 총리가 소속된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약 2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9년 선거에선 6%에 그쳤으나 무려 5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에서 극우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민 통제 강화, 동성애 권리 제한, 정부의 경제 개입 확대 등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멜로니 총리에 대해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매우 커졌다”며 “유럽연합(EU) 내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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