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추가 랠리 가능? ‘가성비 전략’ [머니인사이트]
2023년 리오프닝 이후 중국 경기는 전면적인 경기 회복보다는 세부 영역별 차별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해외 수요가 국내보다 좋고 수출 경기가 과거 추세보다 견조하다. 반면 중국 내 소비와 투자는 추세선 이하에 머물며 과거만큼 회복되지 못했고 소비 중에서도 서비스 소비가 재화 소비보다 빠르게 개선 중이다. 투자 또한 전체 지표는 과거에 비해 크게 부진하나 정부의 산업고도화 지원책과 기업 약진에 힘입어 제조업투자가 우위에 있다. 이런 차별화 양상은 결국 중국 내 수요 회복이 특정 분야에 집중돼 전체 총수요가 아직 취약함을 설명한다.
내수 부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4월부터 중국 정부는 재고 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여러 가지 내수 부양책을 발표했다.
우선 재화 소비 활성화를 위해 4월부터 연말까지 자동차와 가전 정책을 추진했다. 자동차의 경우 신차를 사고 노후 차량을 폐기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대당 내연기관차는 7000위안, 전기차는 1만 위안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는 보조금의 50% 이상을 재정여력이 있는 중앙정부가 지출하다 보니 중앙정부 보조금이 없는 가전에 비해 정책효과가 소폭 클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과거에도 이구환신, 취득세 감면 등 정책이 있어 이번 정책으로 10% 이상의 소비재 판매 증가를 견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은 정책 기조가 ‘건설 투자’에서 ‘재고 조정’으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 5월 17일 정책당국은 전국의 LTV 비율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고(1주택 80%→85%, 2주택 70%→75%), 인민은행은 3000억 위안(약 57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해 주택 재고 매입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7월 중국은 미루었던 ‘중국 공산당 20기 3중전회’(이하 3중전회) 개최를 예고했다. 3중전회는 역사적으로 경제구조 개혁과 관련된 중장기 이슈를 논의해 왔다. 따라서 올해 회의에서도 경제구조 전환에 관한 중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어 이벤트 직전까지 정책 기대감은 지속될 것이다.
하반기 재정집행 또한 상반기보다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연초부터 지방정부 신규 부채에 대한 통제가 심해지면서 올해 3.9조 위안에 달하는 지방정부 특수채의 발행이 예년에 비해 많이 늦어졌는데 하반기에 박차를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조 위안의 초장기 국채 발행까지 더해지면서 재정 집행 가속화가 내수 수요 회복에 일부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양 패키지의 효과는?
부양책의 실효성은 얼마나 클까. 정부의 부양 의지는 강하나 실효성은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 이는 중국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동산 부문의 정책 효과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국은 주택 LTV 비율을 사상 최대치인 85%까지 높였다. 이는 사실상 가계 레버리지 확대를 의미한다. 그러나 경기 둔화, 주택가격 하락, 디벨로퍼 신용 위기 등 여러 영향으로 중국의 가계는 이미 큰 폭으로 디레버리징 중이다. 오히려 이번 정책 호재를 활용하여 다주택자들은 보유했던 일부 주택을 매물로 내놓았다.
그 결과 공급이 더 늘어나며 4월 중국의 신규주택과 기존주택 전월비 상승률이 각각 -0.58%, -0.94%로 낙폭이 확대됐다. 주택 가격의 추가 하락은 다시 매수 시점 지연으로 이어지며 정부의 부양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었던 전기차, 2차전지, 태양광 등 제조업 가동률이 공급과잉으로 예년에 비해 하락 중이다. 이는 결국 내수 수요가 강하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올해 중국 경제의 핵심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것이나 신성장 산업의 가격 하락 부담은 물가 반등의 걸림돌로 작용 중이다.
정리하면 정책당국이 다양한 내수 진작 부양책을 발표했고 지난 3년 다양한 산업에서 어려움을 겪었기에 조금만 긍정적인 변화가 나와도 다시 좋아질 확률이 높아 하반기 중국 경기의 추가 회복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회복의 기울기는 정책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추가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미·중 패권전쟁과 록다운으로 중국인들의 미래 소득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약화되고 있어 정부 정책이 예전처럼 바로 효과를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반기 증시 완만한 상승
작년 말 예상했던 2024년 전망에 비해 올해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정책 스탠스이다. 지난 3년 중국은 국가안보, 데이터 보안, 공동부유 등 구조조정의 의지가 더 컸다면 올해는 취약한 내수 상황을 인지하고 재고조정을 비롯한 수요 부양책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정책 불확실성을 낮춰주면서 중국 주식시장에서 밸류에이션의 ‘차이나 디스카운트’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2월부터 MSCI차이나 지수가 약 25% 상승했는데 분해해 보면 밸류에이션이 27% 상승, 기업이익은 2.0% 하락했다. 즉 5월까지의 중국 증시 반등은 정책 정상화에 대한 가치를 반영했던 것이다. 5월 23일 기준 MSCI차이나 지수의 12개월 예상 P/E가 10.5배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은 주가에 거의 다 반영됐다고 본다.
따라서 지수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앞으로는 더 강력하고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 발표되거나 혹은 기업이익이 다시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익 전망치는 여전히 하향 조정 중이고 하향 조정폭 또한 다른 주요국에 비해 훨씬 크다. 따라서 중국 증시가 본격적인 추세 상승을 보이기에는 아직 강력한 동력이 부족하다.
결국 하반기 중국 증시의 관건은 기업이익 증가다. 하반기 중국 경기는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나 회복의 기울기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하반기 지수 전망은 기업이익의 상향 조정폭에 따른 시나리오로 추산했다.
즉 기업이익 전망치가 10% 상향된다는 긍정적인 가정하에서 상하이종합지수의 예상 상단은 5월 24일 기준으로 3500포인트, 홍콩H지수의 예상 상단은 7800포인트로 계산된다. 한편 올해 본토에 비해 홍콩 증시로의 본토 자금 유입이 더 강하고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하 시작 가능성 상승이 본토보다 홍콩 증시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시장별로는 홍콩이 본토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기승전 가성비
하반기 중국 증시에서 투자 기회로 주목할 수 있는 방향은 세 가지다. 하나는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업종의 대표기업, 둘째는 서비스 소비 호조의 수혜주, 셋째는 중국 전력망 투자 수혜 종목이다.
우선, 기업실적이 상향 조정되는 커뮤니케이션과 경기소비재에 주목한다. 커뮤니케이션은 게임 중심의 플랫폼 기업으로 게임 판호 정상화, 국내 게임 매출 감소폭 축소 등으로 실적이 상향되고 있다. 텐센트가 대표 기업이다. 경기소비재에서는 가성비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이커머스 플랫폼과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국산 자동차 기업이다. 전자상거래 기업에서는 분기별 매출 성장이 131%, 영업이익률이 26%로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핀둬둬가 최선호 종목이고, 전기차에서는 당초 예상(7만~8만 대)보다 더 높은 12만 대의 판매 목표를 제시한 샤오미와 다수 국영 자동차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상당한 매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화웨이 밸류체인 기업(베이징기차, SERES)에 주목한다.
둘째, 서비스 소비 호조로 대표기업인 씨트립과 메이퇀의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리오프닝 이후 중국에서 재화보다 서비스 소비가 더 빠르게 회복됐다. 이는 경기 둔화에 따른 재화소비 약화도 있겠지만 중국이 준선진국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소비 패턴 변화도 포함된다. 맥킨지의 ‘2024년 소비자 성향 조사’에서도 올해 소비 지출을 전년 대비 약 2.2~2.4% 늘릴 것이라고 했지만 교육, 음료, 여행, 건기식품, 외식 등 품목 소비는 더 늘릴 의향을 보여줬다. 따라서 하반기에도 서비스 소비 지출은 늘어날 전망이며 이 중 올해 중국인의 해외여행 증가 및 외국인의 중국여행 증가 수혜를 받는 1등 여행 플랫폼인 씨트립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셋째, 중국 전력망 투자 증가가 기대돼 관련 기업인 스웬전기와 쉬지전기에 주목한다.
중국은 2010년 이후 서부대개발의 일환으로 서전동송(西電東送, 서부의 전기를 동쪽으로 수송) 정책을 실시하며 당시 특고압 전선을 많이 설치했다. 이후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전체 전력투자 예산의 절반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원에 투자해 왔다. 결과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원 설치량은 매우 빠르게 늘었지만 전력망이 부재하다. 따라서 현재 중국은 배전망 설치 수요가 더 급하다. 다행인 것은 4년간 중국의 전력 투자에서 전력망 투자 비중이 35%까지 크게 줄었기 때문에 앞으로 배전 등 전력망 투자 가능성이 높다. 관련하여 배전망 대표기업인 스웬전기와 스마트 배전 시스템과 장비를 제공하는 쉬지전기가 이번 투자 사이클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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