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의 미래, 동남아에 있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온난화된 영향 커
동남아시아의 '몰링 문화' 적용 중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지구 온난화
6월 들어 날이 부쩍 더워졌죠. 꽤 덥다 생각만 했는데 역시나, 올해가 역대 6월 중 가장 더운 6월이었다고 합니다. 지난 19일 경주는 37.7도를 기록했고 광주도 37.2도까지 올랐다고 하니까요. 경북 경산 하양읍은 무려 39도를 찍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그렇습니다.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의 출몰 뉴스도 최근 몇 년 새 자주 접하게 되는 소식입니다. 윤영희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러브버그로 인한 민원은 2022년 4418건에서 지난해 5600건으로 늘었습니다. 러브버그는 원래 아열대 기후에 서식하는 곤충입니다.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류도 큰 변화가 있습니다. 동해를 대표하는 어종인 명태가 사라진 건 유명한 얘기죠. 그 자리를 난류성 어종인 방어가 차지했습니다. 어쩐지 몇 년 전부터 겨울만 되면 방어회가 인기였는데 이것도 지구 온난화가 불러 온 풍경 변화인가 봅니다.
식품유통업계를 다루는 코너에서 왜 이렇게 지구 온난화 이야기를 길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시죠. 유통업계라고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지 않을 리 없습니다. 날씨에 따라 사람들의 쇼핑 행태도 크게 바뀌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와 지구 온난화의 관계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복합쇼핑몰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파트는 '복합쇼핑몰'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입니다. 스타필드는 이제 신세계그룹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새 점포가 생길 때마다 이슈가 되고 그 지역의 '핫플'이 됩니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몰을 키우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수원 롯데백화점과 롯데몰을 통합한 '타임빌라스 수원'을 리뉴얼 오픈하면서 스타필드 수원과의 정면 승부를 예고했습니다. 백화점과 쇼핑몰의 강점을 결합한 '컨버전스 쇼핑몰'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타임빌라스를 프리미엄 복합쇼핑몰의 대명사로 키워내겠단 포부입니다.
여의도 최고 핫플인 더현대서울을 복합쇼핑몰로 봐야 할 지는 약간 애매합니다. 전통적 관점에서는 백화점으로 분류해야 할 것 같기도 한데요. 프리미엄 명품 브랜드보다 팝업스토어와 힙한 브랜드, 맛집들이 부각되는 모습을 보면 복합쇼핑몰로 봐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처럼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복합쇼핑몰에 빠져 있습니다. 오로지 쇼핑을 위한 공간인 대형마트·백화점과 달리 복합쇼핑몰은 쇼핑과 식사는 물론 볼거리와 쉬어갈 곳까지 챙긴 공간입니다. 소비자들도 쇼핑을 마치고 떠나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공간 자체를 즐기게 됩니다. 하루종일 쇼핑몰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죠. 이른바 '몰링(Malling)' 문화입니다.
몰링 문화
몰링 문화는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외식, 여가활동 등을 한 곳에서 즐기는 소비 형태를 말합니다. 쇼핑몰에서 옷도 사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팝업스토어도 구경하는 거죠. 바로 지금 우리가 스타필드나 더현대서울에서 하고 있는 게 몰링입니다.
사실 몰링 문화는 동남아시아의 쇼핑 거리에서는 일상적인 형태입니다. 태국 방콕의 시암(Siam)에 가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쇼핑몰들이 대여섯개씩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식재료 마트부터 영화관, 아쿠아리움, 쇼핑 브랜드들이 모두 섞여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복합쇼핑몰과 비슷합니다.
동남아는 우리나라보다 더운 열대 지역입니다. 연평균 기온이 27~30도로 우리나라 여름 날씨입니다. 한창 더울 때는 한낮 온도가 35~40도에 육박하고 우기에는 습도도 높아 밖에서는 숨을 쉬는 것도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동남아에서는 일찌감치 쾌적한 실내에서 하루를 보내는 몰링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웬만한 쇼핑몰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메가 쇼핑몰들이 즐비합니다. 스타필드 수원의 총 투자비가 8900억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방콕 아이콘시암은 2조원 이상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복합쇼핑몰 트렌드가 중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도 바로 동남아에 정착한 몰링 문화 때문입니다. 매 해가 다르게 열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미래엔 동남아처럼 실내에서 논스톱 쇼핑을 즐길 것으로 전망하는 거죠.
동남아의 쇼핑몰들을 보면 우리의 복합쇼핑몰 문화가 어떻게 나아갈지도 어느정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쇼핑몰 간 지하통로나 구름다리를 통해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닐 수 있는 '쇼핑몰 단지'를 구상한다거나, 실내에서도 야외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테마를 정해 인테리어를 한다든지 하는 방식 말이죠.
실제로 방콕의 아이콘시암 지하에 있는 '쑥시암'은 실내에서도 야시장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 개장하자마자 방콕의 핫플로 떠올랐죠.
물론 우리 기업들이 단순히 동남아의 쇼핑몰 전략을 따라하는 데서 그치지는 않을 겁니다. 그보다 한 발 앞선 새로운 영역의 몰링을 제안할 수 있을 겁니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태국 시암 피왓 그룹과 손잡고 더현대서울의 팝업스토어·인테리어 노하우를 태국에 이식하기로 하기도 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쇼핑몰의 가장 핫한 매장이 명품이 아닌 맛집이 될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제는 모든 쇼핑몰들이 개장과 함께 '맛집 리스트'를 공개합니다. 10년 후엔 또 다른,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쇼핑몰들이 우리의 주말을 즐겁게 해 줄 겁니다. 그 때 정상에 서 있는 건 스타필드일까요 더현대일까요. 아니면 롯데몰일까요. 이들의 노력과 변화를 기대해 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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