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도 개인도 성장 중인 우리 ‘대화가 더 필요해’ [ESC]
7개 대회 강행군, 전술 이해도↑
서로 답답해하는 상황도 발생
다른 판단 공유하며 조율 필요
“이미 지나간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 당장 골문 앞으로 다가오는 상대편을 막을 수 있는 콜플레이를 하는 게 낫지 않았냐는 거지.”
감독님 없이 우리끼리 친선 경기를 치르던 날이었다. 역습 상황이라 상대편 골대 쪽으로 전력으로 달려갔던 나는 중간에 우리 팀이 볼을 빼앗기자 백코트를 제때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좋은 찬스에 패스미스로 허무하게 볼을 빼앗기니 힘이 쭉 빠져 되돌아오기 싫었던 게 사실이다. 상대편은 나를 지나쳐 골대 쪽으로 볼을 몰고 가고 있었고, 골키퍼인 주나는 원망 섞인 목소리로 “언니 왜 안 내려와!” 외쳤다. 역습을 허용한 플레이 상황 자체의 아쉬움이 컸던 나는 그 콜이 달갑지 않았다. 해당 쿼터가 끝나고 주나에게 ‘나도 패스를 주고 이리저리 공간으로 뛰다가 전력으로 올라가던 중이라 바로 내려오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자기 맨투맨은 끝까지 쫓아가줬으면 좋겠다고 주나가 말했다.
대화를 듣고 있던 희정이가 슬쩍 말을 보탰다. “그런데 은선이는 이미 상대를 놓친 상황이라 아래쪽에 있는 우리 편에게 수비를 위한 콜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나보다 조금 더 우리 골대 쪽에 가깝게 있던 희정이 입장에선 질책성 콜보단 실점을 막기 위해 다른 주문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았겠느냐는 의견이었다. 주나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갑자기 중간에 끼여 곤란해진 나는 “일단 백코트를 하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야!” 하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플레이를 포기해버리는 건 옳지 않다. 내려오지 않은 것은 내 실수인데, 그다음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았을지는 희정이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었다.
“골키퍼 판단 믿고 우선 따를게”
올해 4월부터 이어진 강행군(4월부터 6월까지 7개 대회 출전) 덕에 우리 팀도 개인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려나가는 중이다. 개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각자 생각하는 힘은 물론이고 실제 플레이 능력치도 많이 높아졌다. 동시에 팀 안에서 전술의 이해·수행도에 있어 미세하게 격차가 생겼고 서로 답답해하는 상황도 생겼다. 각자 성장하면서 팀 전술의 완성도가 높아지다 보니 훈련에 자주 빠지는 팀원과는 아무래도 손발이 잘 맞지 않는다. 그럴 때면 게임 안에서 많이 이야기하면서 플레이하거나 쉬는 시간에 대화하기도 하는데, 내가 힘이 빠져 백코트를 하지 않았던 것처럼 피치 위에서 감정적인 반응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더 좋은 플레이를 위해서는 경기 중이든 경기장 밖에서든 팀원끼리 말을 많이 해야 한다. 특히 피치 안에서 콜플레이를 잘하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하는 단계에 온 것 같다. 나와 주나, 희정이처럼 같은 상황에서도 조금씩 다른 판단을 하고, 이 판단을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되 이후 어떤 판단이 더 좋았을지 서로 조율해야 하는 시기랄까. 이 조율을 잘해야 개인의 판단과 팀의 전략이 조화를 이루고, 개인의 성장이 팀의 성장을 뒷받침하며 더 나은 플레이를 하는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친선 경기가 있던 밤, 주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질책성 콜플레이 말고도, 최종 수비수인 나는 골문 앞에서 골키퍼인 주나와 상대편을 상대하게 될 때가 많은데 지금까지는 주나의 판단을 100% 신뢰하지 못하다 보니 주나의 말을 쉽게 따르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너의 판단을 믿고 우선 따르겠노라’고 말했다. 그래야 주나도 자신의 판단이 정확했는지 시험할 수 있고 우리가 서로 더 나은 플레이로 골문을 지킬 수 있으니까. 주나도 ‘더 좋은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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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 당한 상황에서 대거리
지난 8~9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대회에 우리 팀은 올해 처음으로 감독님 없이 출전했다.감독님이 본인 없이도 대회를 나가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이번이 바로 그 대회였다. 감독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건 지시를 기다리고 수동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콜플레이가 중요했다.
대회 시작 전 주장인 은비는 ‘감독님이 없는 만큼 우리가 서로를 더 독려하고 콜플레이도 감정을 실어 날카롭게 하기보다 경기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해보자’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나 또한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별 예선 두번째 경기 중에 사고를 친 건 다름 아닌 나와 은비, 정확히는 나였다.
중앙선을 넘어 상대 진영 쪽에서 킥인 상황을 맞이했는데, 이런 경우에 내가 공을 밀어주면 은비는 슛을 하는 게 약속된 플레이였다. 은비는 먼 거리에 있었고 뭔가 집중하지 못하는 듯 보였는데 그럼에도 나는 은비가 달려와서 슈팅을 하겠거니 생각하며 공을 짧게 밀어줬다. 그러나 은비는 달려들지 않았고 상대편이 공을 가로채며 역습에 나섰다. 나는 “뭐 하려던 건데!”라고 날카롭게 소리쳤고 은비는 “감정적으로 하지 말자”고 응수했다. 더 큰 문제는 상대가 빠르게 우리 진영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 대화를 거의 멈춰 선 상태에서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다행히 골을 먹진 않았지만 피치 밖에서 보던 팀원들은 경악했다.
하아…. 친선경기 때도 그렇고 대회 킥인 때도 따지고 보면 내 판단이 옳지 않은 상황이었다. 은비에게 쉽게 패스를 하는 선택지도 있었는데 나는 우리의 전술에만 꽂혀 뛰어올 준비가 되어있지도 않은 은비에게 공을 주고 화를 냈다. 은비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팀원들의 놀림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부끄러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각자의 판단력을 다듬어 나가고 서로의 생각을 조율해 나가는 시기라는 점,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개인의 성장을 넘어 팀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장 가슴에 새겨야 할 사람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글·사진 장은선 콘텐츠 제작자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에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쇼트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현재는 영상 제작사 ‘두마땐필름’을 운영한다. 3년 전 풋살을 시작한 뒤로 인스타그램 @futsallog에 풋살 성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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