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린 마이크로닷, 6년 만 공식석상 나선 속내
"피해자 합의 위해 돈 벌어야" 복귀 이유 언급, 대중 반응은 '미지근'
"현재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갚을 수 있어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래퍼 마이크로닷이 부모의 '빚투' 논란 이후 6년 만에 공식석상에서 고개를 숙였다.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던 중에는 눈물까지 흘렸다. "작은 기회라도 소중히 임하겠다"라며 그가 본격적인 활동 재개에 대한 뜻을 밝히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마이크로닷은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예술나무씨어터에서 새 EP앨범 '다크사이드(DARKSIDE)'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 겸 간담회를 개최했다. 마이크로닷이 취재진과 대중 앞에 공식적으로 선 것은 무려 6년 만으로, 이번 쇼케이스에는 개최 전부터 많은 이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지난 6년 간 그가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던 이유는 지난 2018년 불거진 부모의 '빚투' 사건이었다. 당시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1998년 충북 제천에서 목장을 운영하던 중 친인척 등 14명에게 약 4억 원 가량을 빌린 뒤 채무를 변제하지 않고 뉴질랜드로 달아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마이크로닷은 당초 해당 논란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유포자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으나 이후 해당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며 '감싸기식 거짓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법정으로 향한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각각 징역 3년,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복역한 뒤 지난 2021년 출소 후 뉴질랜드로 추방됐다. 부모가 복역을 마치면서 피해자에 대한 법적인 변제 의무는 사라졌지만 마이크로닷은 부모의 빚을 대리 상환하며 도의적 책임을 이행했다. 해당 사태와 섣부른 초기 대응에 대한 거센 비판 여론 때문에 활동을 중단했던 마이크로닷은 이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당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의 뜻을 밝히고, 각종 봉사 활동에 나서며 반성의 뜻을 피력했지만 그를 향한 대중의 반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중의 싸늘한 반응의 기저에는 논란 이후 2년여 만에 슬그머니 재개한 그의 음악 활동이 있었다. 표면적으로 그가 공식석상에 나선 것은 6년 전이지만, '활동 중단'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는 2020년부터 음악 활동을 재개하고 꾸준히 앨범을 발매해왔다. 하지만 당시 그는 타이틀 곡인 '책임감'에서 부모의 '빚투' 사태에 대한 심경을 가사로 담았고, 피해자들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 없이 노래 소재로 이를 사용했다는 비판 여론이 더해졌다.
싸늘한 반응 속 신곡들은 큰 빛을 보지 못했고, 매번 그가 새 앨범을 발매할 때면 '빚투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으며 대중의 비판이 쏠렸지만 마이크로닷은 2021년에 이어 2023년과 올해 초까지 꾸준히 신보를 발매하며 국내 음악 활동에 대한 뜻을 거두지 않았다.
그가 냉랭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내 활동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쇼케이스에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마이크로닷은 "어릴 적부터 여기(한국)서 활동을 해왔다. 사실 오랜 시간 이 일을 하면서 그동안 많은 것을 했다. 그런데 음악 하나 만큼은 손을 뗄 수 없었다. 사람들이 듣게 되던 안 듣게 되던 꾸준히 음악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닷은 활동 재개에 대한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어떤 기회가 되던 간에 (기회가) 작다 할지라도 소중하고 신중하게 임하며 열심히 노력해 나가겠다"라는 설명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며 방송 출연도 재개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재기를 위해서는 등을 돌린 대중의 마음이 가장 시급한 해결 숙제인 만큼, 피해자들에 대한 공개 사과도 전해졌다. 마이크로닷은 "사건 이후에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반성과 노력의 시간을 가졌다. 먼저 저의 부모님과 저로 인해 피해를 입으시고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라며 90도로 고개를 숙이는가 하면 "저의 첫 대응에 대해서도 참 많은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다. 삶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라며 눈물도 보였다.
앞서 재판부를 통해 확인된 10명의 피해자 중 9명과 합의를 마쳤다고 밝힌 마이크로닷은 나머지 피해자 한 명에 대한 합의 의지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지금 돈이 없는데 (피해자에게) 돈을 드려야 하는 상황이다. 2025년까지 차용증을 쓴 상태고, 소속사 대표님이 연대보증을 서줬는데 그 분께 돈을 드리기 위해서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간 빚 변제를 위해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공개적으로 연예계 복귀 의사를 밝히게 된 이유 역시 피해자에 대한 변제와 합의를 위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6년 만의 뒤늦은 공개 사과에 나선 이유에 대해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먼저 만나서 그분들께 먼저 사과를 드리는 것이 먼저였다. 그러다 보니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대중분들께도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진솔한 심경 고백에도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네티즌들은 그가 '빚투' 논란 이후 6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공개 사과에 나섰다는 점을 지적하며 피해자에 대한 빚 변제가 연예계 복귀를 위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과거 그가 부모의 '빚투' 논란과 관련해 거짓된 초기 대응을 했던 것에 대한 '미운털' 역시 여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마이크로닷 본인이 아닌 부모가 저지른 죄에 대한 '연좌제'식 비판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건 이후 6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마이크로닷이 피해자 10명 중 9명과 합의를 마치고 피해 금액을 변제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온 만큼 계속해서 그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시선이다.
마이크로닷의 이번 공개 사과는 그가 6년 만에 던진 '승부수'다. 일련의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진 상황에서 사과와 함께 연예계 복귀 의사를 밝힌 만큼 그를 향한 반응도 한층 분분하다. 하지만 승부수가 매번 유효한 것은 아니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대중 앞에서 솔직한 사과의 뜻을 전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의 활동 재개를 위해서는 겨우 하나의 산을 넘은 것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에데 좋은 영향을 주고 힘이 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라는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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