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혁, 실패가 키운 '강력한 남자'…"세상이 다 아는 히트곡 낼 때까지"[인터뷰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강혁(岡亦)’, 큰 산맥처럼 대한민국에 한 획을 긋는 가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가슴에 품은 남자, 오강혁이 트로트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강혁은 오송이라는 본명으로 아이돌, 밴드, 솔로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2008년 인디고의 히트곡 ‘여름아 부탁해’ 리메이크곡으로 데뷔한 그는 2009년에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겠다”는 포부를 담은 스폰지밴드로 재데뷔했으나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가요계가 올스톱되며 활동다운 활동도 하지 못했다.
2012년에는 픽스라는 4인조 아이돌로 데뷔해 ‘말하지마’, ‘내여자라고’ 등을 발표하고 ‘빠담빠담’ OST ‘너니까’, ‘넝쿨째 굴러온 당신’ OST ‘내사랑은 어디 있나요’, ‘발효가족’ OST ‘사랑은 두려워’ 등 다양한 인기 드라마 OST를 부르는 등 주목할만한 활약을 보였으나 회사의 경영 악화로 그룹 활동이 무산됐고, 이후에는 일본을 기반으로 활동했다.
가요계에서 데뷔를 거듭하기만 수차례, 오강혁은 어느 날 아침 문득 느낀 ‘가수는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홀연히 모든 활동을 접고 자영업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주변 분들이 도와주셔서 OST나 디지털 음원 같은 걸 한 번씩 냈다. 어떤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닌데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눈물이 나더라. 가수로는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음악방송 나가는 일도 없겠다는 생각이 문득 나면서 더 이상 애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돌연 마음먹은 결심으로 오강혁은 노래를 향한 꿈과 열망을 모두 떨쳐냈다. 이후 오강혁이 도전한 것은 ‘샐러드 왕’이었다. ‘다산의 샐러드 왕’이 되겠다는 각오로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 샐러드 가게를 냈다는 그는 “다산에서 샐러드 가게를 선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1월에 터를 잡았는데 같은해 3월 정도부터 코로나19가 심각해졌다. 제가 뭘 열심히 하려고 하면 사건이 항상 터지는 기분이었다”라며 “가게를 얻어서 홀도 그럴싸하게 꽤 넓게 만들었는데 장사를 못하니까 눈물만 났다. 그때도 단골 분들이 계셔서 3년을 버틸 수 있었다”라고 했다.
샐러드 가게를 창업한 것은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오강혁은 “연예인으로 활동할 때에는 불규칙한 생활을 하기 마련인데,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건강한 음식을 팔면 내가 그걸 먹으면서 건강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한테 건강한 기운을 전파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다 안팔리면 제가 먹어야 했다. 나중에는 얼굴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친구들도 ‘니가 무슨 피콜로냐’고 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강혁이 노래에 대한 미련을 장사에 대한 의지로 지워낸 사이,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과거 인연이 있었던 현재 소속사 대표가 트로트 가수 데뷔를 제안한 것.
그는 “지금 대표님이 제가 고등학생일 때 회사 대표님이셨다. 어느날 갑자기 ‘요즘 어떻게 지내니, 노래 다시 해볼 생각 없니’ 전화를 주셨다. (같은 회사 소속인 강)혜연이랑도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너는 생각이 어떠냐고 하셔서 처음에는 가게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거절을 했다. 또 가수 활동을 많이 해봤으니까 배고프다는 걸 안다. 30대에 배고픈 건 다르다. 아들로, 삼촌으로 사람의 도리를 다하면서 살고 싶어서 ‘힘들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계속 그 제안이 머릿 속에서 맴도는 거다. 지금이 아니면 내 인생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싶더라”고 했다.
이어 “원래 제 나이에 가수로 데뷔하기가 쉽지 않지 않나. 트로트 붐이 생기면서 저한테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정말 감사한 기회였다. 대표님의 제안이 채소를 씻으면서도 계속 머릿속을 지배했다. ‘나 다시 가수 해야 되나?’ 싶어서 트로트를 하나씩 찾아듣기 시작했고, 가족들한테도 슬쩍 얘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뜻밖의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는 오강혁에게 새로운 도전의 동력이 됐다. 오강혁은 “가족들이 반대할 거라고 생각하고 떠봤는데 오히려 너무 좋아하면서 가수를 하라고 했다. 제가 장사를 하는 3년 동안 10일도 안 쉬고 장사만 했다. 잘되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했고, 안 되면 ‘하나라도 더 팔아야지’ 하면서 매일매일 불안하게 살았다. 사실 제가 노래를 포기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오히려 제가 노래하기를 더 바랐다고 하더라. ‘얼마나 지쳤으면 고등학교 때부터 쭉 하던 노래를 포기했겠냐’ 싶어서 말리지 않았는데 노래를 다시 한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하셨다”고 가족들의 든든한 지지에 고마워했다.
오강혁은 MBN 트로트 오디션 ‘불타는 트롯맨’을 시작으로 본격 트로트계에 발을 들였다. 100명 중에 가장 처음으로 노래를 불러 ‘올인’을 받았지만 아쉽게 방송에 공개되지는 못했다.
오디션 ‘통편집’에도 배움을 얻었다는 ‘긍정킹’ 오강혁은 “직접 나가서 라이브 하는 모습들을 보니까 다들 너무 잘하시더라. 세상에서 제가 제일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저보다 더 열심히하고, 절실한 분들이 너무 많았다. 저도 고생 많이 했다고 생각했지만 누구 하나 고생 안 하신 분들이 없는 걸 보면서 더 열심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최근 오강혁은 댄스 트로트 ‘만년사랑’, ‘나나나’ 등을 발표하며 주목받고 있다. ‘만년사랑’은 일본 가수 사와다 켄지의 ‘시간이 지나가는 대로’를 중국 교포 가수 진진경이 번안해 부른 후 큰 사랑을 받은 곡을 오강혁이 새롭게 재해석했다. ‘나나나’ 역시 ‘천야삼과’를 ‘예전에 우리가 아니야’로 번안한 곡을 리메이크한 것.
오강혁은 “제가 우연히 진진경 가수님의 노래를 듣게 됐고, 일본 원작자 분한테 허가를 받아서 리메이크를 하게 됐다. 진진경 가수님한테도 미리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중국에 계셔서 연락이 쉽지 않았다. 얼마 전에 드디어 연락이 됐고, 진진경 가수님이 응원해주시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한국에서도 사랑을 받은 곡이라 제가 노래를 발매했을 때 음원이 나오길 기다렸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했다. 진진경 가수님을 좋아해주시는 팬분들이 저한테 ‘다른 노래도 불러달라’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제 혼자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진진경 가수님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려 보고 싶다”라고 웃었다.
솔로, 아이돌, 밴드까지 거쳐 트로트 가수로 재출격하는 오강혁은 “이렇게 된 거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오강혁은 “데뷔 한 번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분들도 계신데 어떻게 보면 감사한 일이다. 사실 2번째 데뷔 이후에는 활동을 안 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노래를 하게 되는 거다. 노래를 안 하려고 할 때마다 노래가 저를 쫓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히트곡은 하나 남겨야 인생의 진정한 다음 챕터가 시작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간은 ‘그만할래’라고 했는데 이제는 한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년 동안 노래를 아예 안 해서 재활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음감이나 이런 게 완전히 녹슬었다. 1년간 재활에 힘썼고, 이제는 평생 쉬지 않고 연습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강혁은 “전 국민이 다 아는 히트곡을 하나 내야겠다. 오래 활동해서 곡수는 정말 많은데 사람들이 아는 히트곡이 하나도 없는 거다. 그러면 곡에 생명력이 없다. 사람들이 사랑해주고 불러줘야 한다”라며 “댄스도 했었고, 발라드도 했었고, 밴드도 했었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스터트롯3’에 꼭 도전해보고 싶다. 등수에 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저라는 사람을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수없는 실패의 역사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아픔을 거름삼아 새로운 땔감으로 일어나고 또 일어난 오강혁은 트로트에서 진정한 ‘강력한 남자’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오강혁은 “전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다. 그래서 ‘강력한 남자’라고도 스스로를 얘기하고 있다. 보기에는 두부상이라 말랑말랑해 보인다고 한다. 그런 말이 있지 않나. 강한 자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 이렇게까지 버틴 것 보면 저는 계속 버틸 수 있고,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다. 활동에 목이 말라 있는 사람이다. 인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활동은 더 많이 하겠다. 사랑해주시는 만큼 활동하겠다는 약속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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