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휩쓴 에스파, 어떻게 4세대 걸그룹 '정상' 밟았나
'슈퍼노바'·'아마겟돈' 쌍끌이 롱런 흥행...'쇠맛' 아이덴티티 통했다
올 상반기 K팝 걸그룹 시장의 승자는 그룹 에스파(aespa)였다. 올해 첫 컴백과 함께 선보인 정규 1집 '아마겟돈'이 더블 타이틀 곡으로 쌍끌이 장기 흥행에 성공하고, 4연속 밀리언셀러까지 기록하면서 에스파는 같은 시기 활동한 걸그룹을 제치고 당당히 정상을 밟았다.
에스파는 지난달 27일 첫 정규 앨범 '아마겟돈(Armageddon)'을 발매했다. 데뷔 4년 만에 선보인 정규 앨범인 '아마겟돈'으로 에스파는 각종 새 기록을 세웠다. 초동(발매 후 일주일 동안의 앨범 판매량) 115만 장을 기록하며 '4개 앨범 연속 초동 밀리언셀러' 달성에 성공했고, 앨범 발매 전 선공개한 더블 타이틀 곡 '슈퍼노바(Supernova)'로는 멜론 주간 차트 5주 연속 1위를 지키며 '올해 발표된 곡 중 최장기간 해당 차트 1위' 기록을 세웠다.
또 다른 더블 타이틀 곡 '아마겟돈'의 기세 역시 뜨겁다. '슈퍼노바'의 신드롬급 인기 속 '아마겟돈' 역시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쌍끌이 인기를 견인, 에스파의 적수 없는 기세를 입증했다. 현재 앨범 발매 이후 약 한 달여가 지난데다 그 사이 쟁쟁한 가수들의 컴백이 몰아쳤음에도 '아마겟돈'과 '슈퍼노바'는 모두 주요 음원차트 최상위권을 굳건히 지키며 에스파를 향한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올 상반기 비슷한 시기 데뷔한 '4세대 걸그룹'들 중 단연 독보적인 성과로, 에스파는 동세대 걸그룹 '톱 티어'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에스파의 성과는 단순히 음원, 음반 차트에서의 호성적에 국한되지 않았다. 첫 정규를 통해 에스파는 폭발적인 화제성과 대중적 인기까지 이끌어냈다. '슈퍼노바'와 '아마겟돈'은 댄스 챌린지로 각종 플랫폼을 점령했고, '슈퍼노바'의 중독성 강한 가사는 일종의 '밈'(Meme: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중심으로 퍼진 유행 혹은 유행 요소를 이용해 만든 창작물)처럼 활용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정규 1집을 향한 폭발적인 반응 속 에스파는 음악적 커리어에 있어서도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데뷔 이후 발매하는 곡마다 큰 사랑을 받으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해 왔지만, 여전히 대중적으로 '에스파='넥스트 레벨''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상황에서 '슈퍼노바'와 '아마겟돈'은 단숨에 에스파의 대표곡을 갱신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대표곡을 배출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유의미한 성과는 에스파가 자신들만의 차별화 된 음악색을 대중에게까지 확고하게 각인시키며 독보적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번 앨범을 두고 많은 이들이 '쇠맛'이라는 표현으로 호평을 전한 것 역시 이와 맞닿아 해석할 수 있다. 단순히 몇몇 히트곡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닌, '쇠맛'과 같은 고유의 음악색 자체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점은 가수에게 있어 실로 큰 성과다.
에스파는 데뷔 이후 SMP('SM Music Performance'의 약자로, 강렬한 멜로디와 혼돈 속 자아를 찾아가는 심오한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 위주의 댄스곡을 뜻한다)를 연상시키는 콘셉추얼하고 강렬한 음악과 '광야'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독보적 콘셉트를 선보여왔던 바다. K팝 시장의 유행을 따라가는 대신 자신들만의 색깔에 집중해 온 '뚝심'은 결국 '에스파'로 설명되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해냈다.
첫 정규 앨범으로 거둔 괄목할 만한 성과에 대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에스파의 첫 정규 앨범인 만큼 에스파만이 할 수 있고 에스파가 가장 잘 하는 음악과 콘셉트,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자 기획 단계부터 새롭게 확장된 다중우주 세계관을 기반으로 유기적인 프로모션을 선보이고자 했다. 이와 함께 선공개한 더블 타이틀 곡 '슈퍼노바'로 리스너들의 접근성을 높인 후, '아마겟돈'으로 에스파 특유의 강렬한 음악 색깔을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대중성과 유일무이한 정체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에스파 멤버들도 자신들을 향한 뜨거운 관심과 호평에 감사함을 전했다. 에스파는 본지에 "첫 정규 앨범인만큼 열심히 준비했는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뿌듯하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는 소감과 함께 "두 번째 월드 투어에서도 글로벌 마이(MY, 에스파 공식 팬덤명)들과 만날 예정이니 멋진 무대를 기대해달라"고 귀띔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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