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더투데이] "담배 피우며 달리는 운동회?" 1989년 군위군 산성국민학교

윤영균 2024. 6. 2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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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운동회는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던 날 가운데 하나이면서 동시에 마을 잔치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시골 학교의 학생 숫자가 두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지만 그 시절에는 웬만한 운동장 한쪽은 가득 채울 수 있었죠.

운동회 때 손님 찾기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죠.

운동장 풀밭에 오손 도손 모여앉아 오붓하게 먹는 모습이 시골 운동회답게 정겹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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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잔치나 다름없었던 1989년 군위군 산성국민학교의 가을 운동회 모습

1980년대의 운동회는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던 날 가운데 하나이면서 동시에 마을 잔치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시골 학교의 학생 숫자가 두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지만 그 시절에는 웬만한 운동장 한쪽은 가득 채울 수 있었죠.

1989년 10월 대구문화방송에서 방송되었던 '어린이 나라'라는 프로그램에서 '푸른 하늘 가을 운동회'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던, 지금은 폐교된 군위군 산성국민학교의 운동회 모습은 어땠을까요?

해마다 가을이면 뽀얗게 피어나는 운동장 먼지 속에 펼쳐지는 잔치가 있죠.

네, 군위군 산성면 화본동 산성국민학교 운동장, 가을 운동회가 한창입니다.

응원하는 모양입니다?

빵! 시골 학교 가을 운동회는 마을 잔치나 다름없답니다.

열심히 달리고 박수를 쳐주는 모습이 잔칫날 같지 않으세요?

동장님, 면장님, 어머, 이장님까지 오셨네요? 상품들도 푸짐합니다.

공책이며 치약, 그리고 쓰레기통, 어머, 냄비까지 있네? 일등은 누가 차지할까요?

먼저 유치원 어린이들이 나섰습니다. 눈이 먼 우리 엄마라는 경기인데요.

에이, 입으로 엿 먹기인데 손으로 집어 들면 반칙이죠.

하지만 어머님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합니다.

이번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펼치는 경주인데요.

불이 잘 붙지 않아서 우리 친구도 할아버지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이고, 어서 붙여라. 어서 붙여.

바쁘게 종종걸음을 하시는 할아버지.

그런데 이 할아버지께서는 그만 되돌아갈 길을 잃어버렸지 뭡니까?

아이고, 할아버지 저쪽이에요.

아니야, 이쪽 같은데? 가만, 저쪽 같기도 하고. 오라, 이 길이 왔던 길이군. 에헴.

빨리 뛰셔야 해요.

저 느긋한 모습 좀 보세요.

자, 이번에는 할머니들의 차례입니다.

거뜬하게 음료수 한 잔을 마신 후 담배 한 대를 맛있게 피워봅니다.

꼬부랑 고갯길을 넘어서 꼬부랑 할머니도 오셨네요.

네, 드디어 손님 찾기가 시작됐군요. 운동회 때 손님 찾기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죠.

자, 우리 손님 어디 있어요?

육성회장님, 예비군 중대장님, 경찰관 아저씨, 죄다 불려 나와서 열심히 달렸는데요. 교장 선생님도 예외일 수는 없죠.

3, 4, 5, 6학년 남녀 어린이들의 차전놀이가 운동회의 열기를 더합니다.

차전놀이는 동채 싸움이라고도 하는데요. 안동지방에서 유래된 거래요.

싸움을 독려하는 대장의 모습이 당당하지 않으세요?

정말 그런데요?

싸우기 전에 자, 일단 악수를 하는군요. 정말 신사답죠?

자, 드디어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팽팽하게 맞붙은 동부와 서부, 서로 힘이 비슷해서 운동장을 빙빙 돌기만 하는데요.

그 옛날 안동지방의 동채 싸움을 보는 듯합니다.

네, 대장이 지휘를 합니다. 호령하는 늠름한 모습이 마치 거북선을 탄 이순신 장군 같죠?

아, 이를 어쩌누. 동부가 그만 지고 말았습니다. 신발을 벗어 땅을 치는 모습들을 보세요.

그리고 승리한 서부의 함성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어, 이건 뭐죠?

어머, 즐거운 점심시간입니다. 한 손엔 과일, 또 한 손엔 층층 도시락, 너끈한 보따리를 풀어 헤치면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겠죠?

할머니들의 황소걸음이 오늘따라 더욱 느려서 조바심 나는 우리 어린이들.

저렇게 맛있는 게 있으니깐요. 정성 들여 지은 밥이며 반찬, 아, 삶은 고구마.

그리고 이 비닐봉지에는 뭐가 들었을까? 네, 삶은 밤이 있군요.

네, 몰래 먹어보는 고구마 맛도 달콤하지만 출출할 때 끈기 있는 인절미가 최고예요.

운동장 풀밭에 오손 도손 모여앉아 오붓하게 먹는 모습이 시골 운동회답게 정겹기만 하네요.

어유, 맛있겠다.

주민
"농사 일하다가 오늘 하루 잘 놀고 하니까 좋습니다"

주민
"기분 좋아요. 새로 한 번 더 왔으면 싶어요. 빼딱 구두도 신고···"

(내레이션 류강국, 황원영),(편집 윤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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