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언니 "내 정체성 잃지 않으면서 트렌드 접목"[인터뷰②]
학창 시절 대외활동 통해 화장품 개발자 길로
"해외 콘텐츠 보며 최신 트렌드 韓 접목 고민"
"크리에이터 활동 힘든 적 없어…보람 느낀다"
"계속 유익한 정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뷰티 크리에이터 '스칼렛 언니'의 학창 시절 꿈은 '세계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
스칼렛 언니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틱톡코리아 오피스에서 진행된 튜브가이드와의 인터뷰에서 "목표가 '세계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는데 그게 한 번 무너지고 나니까 극복하는 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시절 현장 실습에서 이 직업이 내성적인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를 다른 길로 이끌어준 건 자기 객관화와 긍정적인 사고, 그리고 적극성이었다.
많은 대외 활동을 통해 화장품 개발자라는 직업을 찾게 됐다. 그리고 개발자 자격으로 출연한 라이브 커머스를 홍보하기 위해 숏폼 영상을 제작하다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는 화장품 개발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부지런히 시장과 트렌드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했다. 해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도 부지런히 참고한다.
메이크업과 뷰티 콘텐츠에 대한 적극성과 열정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비비크림 만들기'다.
스칼렛 언니는 몇 년 전 도입된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소비자 취향과 피부 타입에 맞게 매장에서 화장품을 소분하거나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흐름을 읽은 것이다.
이후 현장 실습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직접 연구실에서 화장품을 만들어보고 그 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그렇게 탄생한 '비비크림 만들기' 영상은 틱톡에서 18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스칼렛 언니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트렌드를 잘 접목시키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화장품 개발자 출신이라는 전문성과 최신 트렌드를 포착하는 감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뷰티 정보를 전달하며 시청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꼭 써야 하는 이유가 있는 제품만 추천한다"
-스칼렛 언니 채널의 팔로워·시청자층의 성별과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97%가 여성이고요. 팔로워의 연령층은 플랫폼마다 조금씩 달라요. 틱톡의 경우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가장 많고 유튜브의 경우에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 가장 많아요. 거의 2030 세대가 많이 봐주시는 편이에요."
-제품을 추천하는 본인만의 기준이나 원칙 같은게 있나요?
"사실 화장품이 정말 많고 신상품이 매 시즌마다 쏟아지듯이 나와요. 제가 선택하는 기준은 꼭 이 제품이어야 되는 그런 이유가 있는 것들이에요. 예를 들어서 순한 스킨케어라고 하면 꼭 이걸 써야 하는, 특정한 분들의 니즈와 딱 맞아떨어지는 제품만 리뷰하고 있습니다."
-'다이소 꿀템'과 같은 콘텐츠를 많이 만드시는데요. 최근 다이소에서 뷰티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이용자도 점점 늘고 있는데요. 실제로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자주 구매하시나요?
"네 저는 다이소에서 거의 일주일에 5만 원씩은 쓰는 것 같아요. 요즘 신제품이 너무 많이 나와서요. 제가 재직했던 회사에서도 다이소 전용 화장품을 출시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결국 화장품의 품질관리는 브랜드와 제조사에서 엄격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보니까 품질적으로 대충 만든건 아니고요. 용기나 유통·마케팅에 들어가는 단가를 줄여서 베이직한 제품이 나온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내 니즈와 딱 맞는 제품을 구매해서 쓰는건 완전 찬성입니다.
-틱톡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영상 중 하나인 '비비크림 만들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화장품 개발 관련해서 딸 수 있는 자격증이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라는게 있어요. 제가 그 자격증을 열심히 공부해서 땄는데 막상 써먹기가 어려운 거에요. 그 화장품 제조 설비를 개인이 갖출 수가 없거든요. 직접 만드는걸 너무 해보고 싶은데 마침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실습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연구실에서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고, 그 과정을 기록해서 영상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맞춤형 화장품이 매장에서 소분을 해서 판매하는 화장품을 말하는거죠?
"맞아요. 직접 용기를 가져가면 소분해주는 형태의 샵들이 있고, 개인 맞춤형 커스텀 화장품을 만들어주는 곳도 있어요.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라는 그런 소분이나 커스텀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고요. 사실 저는 이 자격증을 완전히 써먹지는 못하고 제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단계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도 있나요?
"언젠가는 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해요. 제가 브랜드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던 사람이다 보니 브랜드를 만든다는게 쉽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아버렸어요. 언젠가 제가 준비가 되면 그 때는 좀 해보고 싶습니다."
-쉽지 않다는 건 어떤 뜻이죠?
"화장품 회사를 다녀보면 정말 많은 업무가 분업이 되어 있어요. 누구는 물류만, 누구는 마케팅만, 누구는 기획만, 누구는 용기 디자인만. 이렇게 분업이 돼 있는데 '이걸 내가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이런 체계가 있는 곳에서 일을 해봤으니까 어렵다는걸 더 많이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화장품 개발자, 전공보다는 시장 이해도가 중요"
-시청자 중에 화장품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은게 있나요?
"저를 보고 화장품 개발자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또 화장품 개발자로 꿈을 꾸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화장품 개발자라는 직업이 진짜 재밌는 직업은 맞아요. 내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것들이 현실이 된다는 게 얼마나 재밌어요. 그리고 누군가가 잘 썼다고 리뷰 별점 5개를 남겨주면 그 도파민이 엄청나거든요. 그런데 화장품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꽤 많더라고요. 전공이 아니더라도 괜찮아요. 제 주변에 화장품 개발자 분들을 보면 디자인을 전공하신 분들도 있고, 완전히 관련 없는 전공을 하신 분도 있어요. 꼭 특정 전공이 있어야 자격이 되는게 아니라 본인의 관심도를 충분히 어필하면 돼요. 대외 활동을 하는걸 추천해요. 저도 대학생 때 직업을 찾는 과정으로 대외 활동을 하다가 화장품 개발자라는 직업으로 연결이 됐거든요. 제가 현업에 있을 때도 채용하는 과정을 보면 이 사람이 화장품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얼마나 트렌디하고 얼마나 열정을 보였는가를 중점적으로 봐요. 그러니까 전공이나 특별한 자격증 이런 것보다는 내가 이 시장을 정말 잘 알고 있다는걸 어필해주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화장품 개발자라는 직책을 잘 수행하기 위해 갖춰야할 능력은 있나요?
"제일 중요한 능력은 시장 파악 능력이에요. 저도 화장품 개발자로 일할 때 콘텐츠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 해외 콘텐츠들, 특히 미국 콘텐츠들이었죠. 미국에서 더 다양한 제형들이 좀 먼저 개발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해외 틱톡 인플루언서들을 팔로우하면서 그 시장에서 트렌디한 부분을 한국적으로 어떻게 접목시킬 건지 고민했어요. 이런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고요. 그리고 저는 잘 못했지만 매출이나 이런 부분의 흐름을 잘 읽는 능력도 필요하더라고요."
-그렇다면 뷰티 크리에이터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뭐가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콘텐츠를 많이 보고 트렌드를 잘 찾아가면서 본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바로 누군가를 따라서 영상을 만든다기보다 이걸 내 방식으로 하면 어떤 영상이 나올까 고민하는거죠. 저의 경우라면 '화장품 개발자인 내가 이 제품을 어떤 포인트로 리뷰해야 될까.'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트렌드를 잘 접목시키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해외 콘텐츠도 많이 참고하신다고 하셨는데요. 최근 유행하는 톤이 색조 화장품을 제조할 때 많이 반영이 된다고 체감이 되시나요? 약간 아쉬움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브랜드의 성향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우리는 이런 무드의 톤으로 개발할 거야'라는 브랜드도 있고, '우리는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할 거야'라는 브랜드도 있어요. 그런데 요즘 로드샵 브랜드들은 사실 트렌드를 많이 중요시하기 때문에 멀멀한 톤, 미지근한 톤 이렇게 요즘 유행하는 톤들로 앞으로도 신제품이 계속 나올 거라고 예상이 돼요. 브랜드 입장에선 자신들이 트렌드를 계속 캐치해 나간다는 징표이기도 하기 때문에, 내는 게 사실 전략적으로도 맞고요. 대신에 꼭 그 톤이 아니신 분들을 위해서 제가 근무했던 브랜드에서는 예를 들어 신제품 컬러가 5가지면 3개는 트렌드에 맞게, 2개는 웜톤, 쿨톤 이렇게 섞어서 내는 편이었습니다. 브랜드 전략마다 다르지만 트렌드를 쫓는 대부분의 로드샵 브랜드들은 그걸 따라가는 전략이 요즘은 통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외국 색조 브랜드들은 색깔이 정말 다양한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팔레트에 있는 색상들이 너무 비슷하다 이런 지적이 많잖아요.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최근에 뉴욕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세포라에 가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 섀도를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거지 싶을 정도로 정말 원색의 파란색, 초록색 펄 이런 것들이 있더라고요. 미국 시장은 워낙 인종도 다양하고, 메이크업에서 표현이 더 자유로운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 색의 수요가 있어요. 다만 한국 사람들은 그 제품을 보면 저처럼 생각하잖아요. 아쉽게도 한국에서 다양한 원색의 컬러로만 섀도 팔레트를 만들면 잘 안 팔려요.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에 브랜드사 입장에서는 팔리는 제품을 낼 수밖에 없어요. 콘셉트에 맞게 한두 컬러씩 추가하는 경우는 종종 있죠. 그런 아쉬움을 반영하기 위한 부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코덕(코스메틱 덕후)들 사이에서 '하늘 아래 같은 색조가 없다'는 말이 유명하잖아요. 개발을 하신 입장에서도 동의를 하시나요?
"하늘 아래 같은 색조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도 화장품을 굉장히 많이 삽니다. 그리고 좀 비슷해 보이는 색상이라도 제형까지 완전히 똑같을 순 없어요. 그걸 쓰는 제 기분도 다르고요. 그래서 똑같은 색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에게 해법 드렸을 때 가장 보람 느껴"
-지금까지 이제 크리에이터와 개발자로 활동하시면서 힘들었던 적은 없나요? 반대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솔직히 힘들었던 적은 없습니다. 진짜 없어요. 제가 좀 잘 까먹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힘들었던 일이라고 하면 그냥 영상 만들면서 좀 피로한 것? 그거 외에는 너무 재밌게 잘 하고 있고요. 그리고 제가 어떤 해법을 드렸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제가 제품을 추천하고, '그 제품을 써보니 피부가 좋아졌다. 고민이 해결됐다.' 이런 반응이 돌아왔을 때에요. 또 인기 제품이 아니었는데 제가 추천한 뒤 품절 대란이 되고 브랜드에서 연락이 오는 일들도 기억에 많이 남고 동기부여가 되는거 같아요."
-앞으로 개발자로서 크리에이터로서 계획이나 목표 같은 게 있나요?
"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꿈을 접은 이후로 장기 목표를 세우지 않기 시작했어요. 제 목표는 '세계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는데 그게 한 번 무너지고 나니까 극복하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으로서 제 목표는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하자. 그리고 내가 재미있어 하는 걸 하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크리에이터 활동도 그때그때 내가 흥미를 느끼는 것을 최선을 다해 해나가는 형태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팬들인 '스동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스칼렛 언니이기 때문에 '스칼렛 동생'이라는 뜻으로 스동이라는 팬 애칭을 지었어요. 사실 저를 바라봐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게 너무 신기해요. 가끔 길에서 만나 인사를 하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 사람들이 내 영상을 봐주고 있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고마워요. 그 분들이 저를 좋아해 주시는 이유는 제가 유익한 정보를 드리고, 삶에 긍정적인 바이브를 드려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그 이유가 없어지지 않도록 저는 계속 유익한 정보를 드릴 거고, 앞으로도 서로의 꿈을 응원하면서 '으쌰으쌰'하는 사이로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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