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사 원경스님 "초고령 시대 노인분들 배고프지 않을 공간 필요"[이수지의 종교in]
올해 '원각사 창건 560년 재건' 프로젝트 추진
급식소 중단 위기 떠돌이 법당 청산 "지속 운영 안도감"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무료 급식 중단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습니다. 중단 위기가 오면 위기는 기회이듯 새로운 방식과 지혜를 짜내 무료 급식이 중단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탑골공원 옆 무료 급식소이자 포교당인 원각사(사회복지원각)를 운영하는 원경스님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을 위한 안정적 무료 급식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배고픔에는 쉼이 없어요. 배고픔이 계속되는 한 무료 급식도 계속돼야 합니다."
원경스님은 올해 '원각사 창건 560년 재건의 문을 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원각사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 30년
현재 원각사 자리였던 탑골공원에는 국보 서울 원각사지 십층 석탑과 보물 서울 원각사지 대원각사비가 남아 있다.
원각사는 그간 사찰은 없었지만, 서울탑골공원 담장 옆에서 민간인 집을 얻어 무료 급식을 해온 지 올해 30년이 됐다.
원경스님이 1993년 무료 급식을 처음 시작한 보리스님의 대를 이어가고 있다. 원각사 재건 계획은 원경스님이 지난 2015년 4월부터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인 무료 급식소를 시작하면서 추진하게 됐다.
떠돌이 법당에서 새 불사 터전 마련…원각사 재건 프로젝트 의미
원경스님은 원각사 재건의 의미에 대해 "그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인 무료급식소 운영을 이어오면서 떠돌이 법당과 무료 급식을 청산하고 새 불사 터전을 마련하게 된 쾌거"라고 되짚었다.
"무엇보다도 원각사 노인 무료 급식소 운영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앞섭니다. 무료 급식 특성상 장소 대여 문제가 늘 쉽지 않았기에 자체 센터가 생긴다는 것은 지속적인 무료 급식 사업을 보장받게 됐다는 현실적인 안도감을 주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원각사 재건 추진의 더 큰 이유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 노인들 때문이다. 원경스님이 무료 급식소에서 만난 노인들은 잘 배우고 한때 사회 지도자였던 분도 있다.
노인들과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될 '신 원각사'는 불교·복지·문화 복합 공간으로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고 소외계층에 자비를 실천하는 공간으로 조성된다.
건물 규모는 지하 1층·지상 4층으로 면적은 257㎡(78평)이다. 지하 1층은 주방과 물품창고로, 1층은 무료급식소로 운영된다.
2층에 법당이, 3층에 접견실·이사장실 등 사무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4층은 근현대 음식과 차(茶) 관련 물품을 둘러볼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구성된다.
원각사는 오는 8월10일 고불식 후 건물 리모델링과 증축을 진행한다. 입주는 오는 12월 중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원경스님은 "한국사회가 오늘날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안에 들 수 있는 기반은 현재 70,80,90대 분들의 수고와 헌신인데 그런 분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상황을 국가도 어쩌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분들은 결국 우리 종교단체나 민간단체에서 챙겨야 할 사회의 그늘진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추석이나 설날까지도 가족과 함께할 수 없어 무료 급식소에 오신 분들이 있는 만큼 무료 급식의 의미는 큽니다. 자의든 타의든 가난과 독거에 처하게 된 분들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최소한의 인권을 지켜드릴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초고령화 시대에 무료 급식이 필요한 노인 인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원경스님은 입주 후에도 주변 토지를 꾸준히 확장해 '신 원각사'를 종교, 문화, 복지를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갈 방침이다.
"의식주는 최소한 인간이 지녀야 할 권리고 그것만으로 인간의 가치가 실현될 수 없습니다. 결국 자기 성찰과 문화 향유를 해야 일상에서도 '참 자아'의 심화가 구현될 수 있지요. 초고령 시대에 노인분들도 배고프지 않고 위축되지 않고 함께 자아를 성찰할 수 있는 교육 체계와 공간이 필요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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