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윤의 작심한달] “록스타 되기 보다 삶의 리듬을 채우는 중”

이채윤 2024. 6. 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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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연주보고 꽂힌 드럼
자세와 리듬에 대해 배워가
음악 좋아하고 색다른 취미 찾는다면 추천
반복 연습 지루할 수도
▲ 너바나의 드러머 데이브 그롤이 ‘Smells Like Teen Spirit’를 연주하는 모습[인스타그램 오다주워 캡쳐]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는 무언가 큰일을 이루겠다고 마음먹지만, 연말이 되면 어떤 다짐을 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해지곤 합니다.

‘작심삼일’의 사전적 의미는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삼일’에 그치는 ‘작심’을 자꾸만 계속해 작심 일주일, 작심 한 달, 작심 일 년으로 이어갈 수 있다면 ‘굳지 못한 결심’은 느슨한 채로 이어져 목적지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작심삼일을 밥 먹듯이 일삼는 이채윤 기자가 여러 취미를 찾아 한 달 동안 체험해 봅니다.

작심삼일을 반복해 작심한달을 한다면 ‘내 일’이 ‘내일’이 될 거란 기대로 말입니다. 일터가 아닌 곳에서 삶의 재미를 찾는 독자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생생한 경험담을 전합니다.

반복된 연습과 올바른 자세 그리고 어느 정도의 감각이 필요한 악기연주는 취미부자가 되고 싶은 내가 선뜻 도전해볼만한 취미영역이 아니었다.

유년시절 짧은 기간 배워본 피아노의 악몽도 어느정도 영향을 준 것같다. 반복과 반복 또 반복의 지루함...

그래도 사는 내내 악기연주를 머릿속에서 완전 지운 것은 아니다. 자취를 시작하며 큰맘 먹고 산 기타. 가객 김광석처럼 연주하며 흥얼거리는 나를 상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늘어진 내 일상만큼 기타줄도 늘어졌고 그 위로 쌓인 먼지는 익숙한 듯 기타의 나무무늬같아 보인다.

휴일 늘어진채 아무 의미없이 인스타그램 게시물들을 올려보다가 누군가 내 가슴을 치고 갔다. 너바나의 드러머 데이브 그롤이 연주하는 ‘Smells Like Teen Spirit’ 영상이 그 범인이었다.

‘내 가슴을 내리친 저 사람처럼 나도 드럼 치고 싶다’

‘작심한달’ 구독자들은 익히 아시겠지만 그렇다, 바로 드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 기본 8비트를 엉성하게 연습하고 있다. 이채윤

■ 맛보기부터 떨리는 마음, 밴드 결성 김칫국

본격적으로 드럼을 쳐보려 학원에 등록했다.

“혹시 밴드 하실 건가요?” 학원 선생님은 레슨 등록 전에 왜 드럼을 배우게 됐는지 질문했다.

나는 그저 너바나의 짧은 영상을 보고 홀린듯 이곳까지 온 거고, 드럼은 영화 ‘위플래쉬’에서 밖에 본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초심자에게 밴드를 할거냐는 질문은 또 내 가슴을 내리쳤다. 심장이 신나게 뛰었고 이 규칙적인 박동이 마치 드럼비트같았다.

드럼스틱을 잡지도 않았는데 이 드럼을 계속 친다면, 좋아하는 노래를 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밴드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김칫국을 마셨다. 나상현씨밴드나 유다빈밴드처럼... 배우지도 않았는데 취미찾기 부자인 나는 열정이 솟았다.

레슨 상담을 마치고 선생님이 ‘맛보기’로 드럼을 한번 쳐보라고 했다. 어색한 의자에 앉아서 어색한 표정과 몸놀림으로 쿵쿵 따 쿵쿵 따, 드럼을 쳤다.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악기는 타악기여서 그런지 나의 조상의 조상의 조상 더 조상들이 가슴으로 들었을 비트가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들렸다. 흥분과 신명의 그 어디쯤에서...

나의 맛보기 연주(?) 끝엔 선생님께서 내가 좋아하는 ‘Smells Like Teen Spirit’을 연주해줬다.

두평 남짓한 좁은 연습실에서 선생님의 연주가 흘러나오는 순간, 대규모 공연장에 온 것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나대지마 심장아...’

드럼 템포가 집 가는 길 내내 귓가에서 쿵쿵 울렸다. 아직 시작도 안했지만 이미 사랑에 빠진 것만 같았다.

▲ 드럼 설명/ 디자인 한규빛
▲ 8비트 기본 리듬 악보. 마음처럼 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이채윤

■드럼과 친해지기...내 팔이 내 팔이 아닐때

강습 등록을 하고 며칠 뒤 내게 영화 ‘위플래시’ 속 플레쳐 교수가 되어줄 선생님이 본격적으로 스틱을 잡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드럼 스틱을 검지 손가락 첫 번째 마디에 닿도록 쥔 후 엄지가 스틱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잡는다. 나머지 세 손가락은 악수하는 힘만큼 미끄러지지 않게 잡아야 한다.

드럼 자세도 배웠다. 의자에 엉덩이를 반 정도 걸터앉고 팔꿈치에서 스틱 끝까지 사선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팔과 겨드랑이 사이가 주먹 정도 들어갈 정도로 거리를 두고, 팔과 몸이 삼각형이 되도록 하는 게 기본자세였다.

문제는 자꾸 팔을 꺾고 경직되다 보니 팔이 오각형이 되곤 했다. 나쁜 습관이 들지 않도록 선생님의 지도로 자세를 고쳐나갔다.

드럼의 명칭에 대해서도 배웠다. 의자 바로 앞에 있는 스네어 드럼(작은 북)은 리듬을 만드는 북으로, 드럼 연주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베이스 드럼은 페달을 밟아 연주하며, 가장 크고 가장 낮게 자리잡고 있었다.

스네어 드럼 옆에는 시계 방향으로 높은 음역의 하이탐, 중간 음역의 미들탐, 낮은 음역의 플로어탐이 있었다. 스네어 드럼 왼쪽 위에 있는 하이햇 심벌즈는 템포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위아래 심벌이 한 쌍이라 페달을 밟고 칠 때와 떼고 칠 때 다른 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하이햇 심벌즈 위에 있는 크래시 심벌은 음악의 끝이나 시작을 알리는 용도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로우탐 위에 있는 라이드 심벌은 음악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사용했다.

간단하게 드럼 악보를 읽는 법도 배웠는데, 드럼의 위치 그대로 악보에 옮겨놨다고 했다.

2회 강습 동안 드럼의 8비트 리듬을 익혔다. 하이햇을 8분 음표로 나눈 비트로, 선생님은 이 리듬이 드럼 연주에 가장 기초라고 했다. ‘쿵치타치 쿵치타치’ 이 리듬을 몸에 익히면서 자신의 리듬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처음엔 메트로놈으로 BPM 50을 맞춰서 연습했다. 오른손으로 하이햇을 치면서 왼손으로 스네어 드럼을 치려니 마음과 다르게 몸이 따로 놀았다. 머리가 내린 명령값을 내 몸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차라리 고장난 마리오네트처럼 양팔이 자유롭게 멋대로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익숙해지면 첫 음에 하이햇과 베이스 드럼을 치고 세 번째 음에 하이헷과 스네어를 치는 리듬을 반복한다. 천천히 리듬을 익히기 위해 연습을 하고 강습을 마쳤다.

▲ 베이스드럼과 함께 하이햇을 치는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채윤

■ 8비트 연습, 무성영화같은 삶에 리듬 채우기

2주차쯤 되자 길다랗게 생긴 모든 것들이 드럼스틱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배달 음식에 딸려온 나무젓가락조차도 괜히 양손에 하나씩 들고 드럼연주 자세를 취해봤다.

주말 8비트를 연습하러 갔다. 메트로놈을 켜 놓고 박자에 맞춰서 연습하다 보니 삼십 분이 금방 지났다. 더 잘 치고 싶은데, 더 치고 싶은데 욕심이 샘솟고 힘이 들어가니 자꾸 자세가 어긋나는 게 느껴졌다. 이틀 연속 드럼 연습실을 찾았다. 반복연습 덕분에 전날보다는 리듬에 익숙해지자 속도를 높여서 BPM 80까지 연습하라고 한 선생님의 숙제를 해보기로 했다..

선생님은 BPM 80 정도의 노래인 멜로망스의 ‘선물’, 델리스파이스의 ‘고백’과 데이식스의 ‘예뻤어’에 맞춰 8비트를 연습하라고 했다. 여전히 머리로 입력한 박자가 자꾸 어긋났지만 같은 노래를 계속 연습해보니 열 마디 중 한두마디는 리듬이 맞았다. ‘이렇게 맞춰가는거지 뭐...’라는 스스로 위로하며 혼돈의 연습시간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소리가 없는 무성영화 같은 내 삶에 리듬이 들어왔다. 늘어진 기타줄같던 일상에 단단한 소리를 내는 드럼처럼 단단한 재미가 생겼다. 살면서 드럼 앞에 앉아보지 않았다면 내가 드럼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미처 몰랐을 거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언젠가 좋아하는 노래를 연습실에서 마음껏 쳐보고 싶다. 드럼칠 때는 너바나의 드러머처럼 뜨겁게 타올랐으면 좋겠다.

드럼은 밴드음악에서 경쾌하고 빠른 리듬을 전달해줄 수 있는 악기로서 밴드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악기로 키보드나 기타의 멜로디라인과 결합되면 강력하고 화려한 그리고 풍성한 음악을 연출할 수 있다. 그래서 만에 하나 기회가 된다면, 베이스와 키보드를 영입해 밴드를 꾸려보고 싶다.

나의 ‘플레쳐 교수’가 내게 한 첫질문처럼 “혹시 밴드 하실래요?”


▶▶▶음악 좋아한다면 추천·반복이 싫다면 비추천

만약 록 음악을 좋아한다면 드럼 연주를 추천하고 싶다. 좋아하는 노래 연주를 목표로 삼는다면 즐겁게 드럼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색다른 취미를 찾는다면 추천한다. 드럼을 배우는 건 일상에서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스틱으로 계속 북을 두드리기에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반복 연습을 싫어한다면 드럼 배우는 게 재미없을 수도 있다. 리듬이나 다른 주법을 계속 익혀나가기 위해선 기본기를 닦기 위한 반복 연습이 필수이기에, 이 기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드럼 세트가 집에 없으면 연습이 어렵기에 시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드럼 #리듬 #연습 #작심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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