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커넥션’, 우정으로 포장한 인맥의 실상을 파헤치다

한겨레 2024. 6. 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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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에스 제공

한국 사회에서 인맥은 출세의 지름길로 통한다. 학연과 지연은 인맥을 형성하는 토대다. 노력 여하에 따라 선택 가능한 명문대 입시가 과열되는 이유다. ‘고교 평준화 정책’으로 한때나마 해소됐던 ‘명문고’ 입시 과열이 여러 유형의 ‘특목고’로 대상만 바뀐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상위 2%는 기득권을 강화하고 확대하려고 ‘그들만의 세상’에서 인맥을 쌓아간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고, 개천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은 점점 더 거칠어진다. 마약 범죄 사건 수사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 ‘커넥션’(SBS)은 우정으로 포장한 인맥의 실상을 파헤치면서 이런 세태를 폭로한다.

마약범죄수사팀 장재경(지성)이 마약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경감으로 특진한 날, 고등학교 동창 박준서(윤나무)가 20년 만에 그를 찾아온다. “늦었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박준서는 그날 주검으로 발견된다. 박준서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장재경은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동창인 검사 박태진(권율)과 금형약품 사장 원종수(김경남) 등이 반대한다. 기자가 된 오윤진(전미도)도 박준서가 자신에게 남긴 보험금 50억원에만 관심이 있다.

죽음을 애도하기보다 뭔가를 숨기려는 분위기에서 20년 동안 견고했던 우정이 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인맥 만들기’에 불과했고 이 사건에 신종 마약이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고교 시절 원종수는 금형그룹 회장 아들이라는 배경 말고는 무엇 하나 변변치 못한 열등생이었고, 그의 아버지 원창호(문성근) 회장은 자식의 결핍을 채우려고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1등을 놓치지 않는 박태진을 친구로 지목했다. 학교 선생은 “종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아이들은 모두 종수와 한 반이 되게” 하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우정으로 포장한 인맥 형성의 시작이었다.

에스비에스 제공

원종수를 중심으로 한 고교 동창생들의 관계가 20년 동안 지속된 것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우정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사장과 비서실장, 검사와 연구원, 그리고 택시 운전사라는 직업으로 나뉜 신분의 위계에 따라 우정의 실상도 달라졌다. 누군가에게는 의리였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특히, 수직적 위계질서의 상층부에 자리한 원종수는 우정을 약육강식의 먹이사슬로 재단했다. 이들 가운데 원종수와 박태진만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재력과 두뇌를 교환하는 공생관계를 맺었다. 재벌기업 회장이 아들을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로 만들”기 위해 우정을 빙자하여 엮어준 인맥의 실상이다.

신종 마약 범죄와 박준서의 죽음에서 비롯한 미스터리 사건은 원종수와 박태진을 중심으로 유지되던 고교 동창들의 우정에 균열을 일으키면서 미궁으로 빠져든다. 조직폭력배 출신 비서실장은 자본가 친구를 위해 살인을 교사하고, 공권력을 집행해야 할 검사는 친구의 마약 범죄와 살인 교사를 은폐한다. 마약 범죄를 수사하던 형사는 강제로 마약에 중독되고, 그의 동료 부하 또한 범죄 세력과 결탁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실을 보도해야 할 기자는 돈의 유혹에 흔들린다. 우정으로 포장한 인맥 관계 때문에 사실이 오염되고, 진실 규명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총체적 난국이다.

마약 범죄를 전면에 내세운 극적 상황은 현실에서도 낯설지 않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마약 거래가 증가한다는 우려에도, 마약 범죄를 저지른 일부 유력가의 자제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일쑤다. 이런 세태 때문인지 마약 범죄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끊이지 않는 여건에서, ‘커넥션’은 두가지 차별화를 시도했다. 첫째, 마약에 중독된 형사라는 캐릭터 설정으로 미스터리 범죄 수사 장르 문법을 비틀면서 재미를 더했다. 둘째, 한국 사회 상류층의 일부에 형성된 사회적 연결망에 관한 문제의식으로 자본가와 검사의 공생관계를 파헤쳤다. 차별화는 성공적이다. 구성과 연출은 물론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뤘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사회 구성원의 정당한 요구조차 ‘카르텔’로 치부하는 ‘그들만의 커넥션’에 관한 사회적 성찰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 것이다.

충남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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