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이제 무섭지 않은 파킨슨병, 함께 갑시다!

권대익 2024. 6. 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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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A(57)씨는 몇 년 전부터 가만히 앉아서 쉴 때면 왼쪽 다리가 떨리는가 싶더니 움직일 때마다 몸 전체가 뻣뻣해지곤 했다.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날이 갈수록 증상이 점점 심해져 최근에는 가족들과 산책할 때도 마음처럼 빨리 움직이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나빠진 탓인가 해서 영양제라도 맞으려고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았는데 파킨슨병이었다.

파킨슨병은 1817년 제임스 파킨슨이란 의사가 처음 기술한 질환으로 가장 흔한 중추신경계 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우리에게는 영화 ‘백 투더 퓨쳐’의 주인공인 마이클 제이 폭스가 걸린 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으로 운동 완만(bradykinesia·천천히 움직임), 근육 경직(rigidity), 안정 시 떨림(resting tremor), 자세 불안정(postural instability) 등이다.

이 밖에 우울감이나 기억력 저하, 식욕 감퇴 등이 나타날 때가 많아 치매나 우울증, 뇌졸중 등으로 잘못 판단해 치료가 늦어지기도 한다.

또한 파킨슨병 분류는 원인 유무에 따라 선행되는 명확한 원인이 없이 발생하는 파킨슨병과 감염이나 약, 뇌혈관 질환 등으로 발생하는 2차적 파킨슨증후군과 여러 가지 뇌 변성으로 나타나는 비전형적 파킨슨증후군(파킨슨 플러스 증후군) 등이 있다.

파킨슨병은 특징적으로 뇌 속 도파민 신경세포가 퇴행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과 이에 대한 근본적인 약물이나 수술 치료법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병원에서 시행하는 주된 치료법은 약물 치료다. 주로 도파민 전구 물질인 레보도파(levodopa)를 기본으로 여러 가지 약제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대부분의 환자가 자각할 수 있을 만큼 약물 반응이 없거나, 약 부작용에 의한 이상 운동증(dyskinesia·몸이 꼬이거나 본인이 조절할 수 없는 움직임이 나타남), 운동 기복, 위장장애, 정신 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대표적인 수술적 치료로는 ‘뇌심부(深部)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이 있다. 뇌심부 자극술이란 뇌 정위 기술을 이용해 가느다란 탐침을 시상핵·담창구 같은 뇌 심부 핵에 위치해 전류로 자극하는 것이다.

필자는 2000년 국내 최초로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한 이후 파킨슨병·수전증 등 1,500례 이상의 수술을 시행했다. 최근 뇌를 열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외부에서 초음파를 이용해 뇌 기저 회로를 열로 응고 소작(燒灼)하는 고집적초음파 수술을 세계 선도로 임상 연구를 시행해 수전증과 파킨슨병 등 다양한 이상 운동 질환자에게 이 시술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심부뇌자극술·고집적초음파수술 모두 파킨슨병 발병 원인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수술이 아니라 증상 완화를 위한 수술이어서 치료 성적에 한계가 있다.

필자는 이런 수술법 외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 이식 수술도 진행해 세계 2번째 인간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 이식 1/2a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임상적 효과 검증과 함께 이식 수술 안정성 등을 정밀 평가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장애도 아니고 전염병도 아니다. 고령 인구 급증에 따른 흔한 노인성 또는 퇴행성 신경계 질환의 하나이기에 우리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다. 그 누구가 바로 나 자신, 혹은 내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본인이 조절할 수 없는 병 진행 과정도 무섭지만, 다른 사람과 직장, 사회에서 고립될 것 같은 두려움도 있다. 따라서 파킨슨병을 개인 문제가 아닌 정부와 사회가 손을 맞잡고 선진국 수준에 맞는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다양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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