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사인' 보내는 걸 깜빡했더니 메달 색깔이 바뀌었다 [스프]

권종오 기자 2024. 6. 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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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포츠+] 운이 좋아도 너무 좋았던 섹와이훙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체조 도마에서 홍콩의 섹와이훙은 양학선과 리세광을 모두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주 후에는 중국 난닝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도마에서 6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이듬해 2015년 글래스고 세계선수권에서는 예선 10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고 어깨 부상으로 2016년 리우 올림픽에는 출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어깨 수술을 받았는데 자신의 선수 인생에서 받은 두 번째 큰 수술이었습니다. 이듬해 복귀했지만 2017년 몬트리올 세계선수권 때는 예선 24위로 부진해 결선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2018년에도 섹와이훙은 관심 밖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양학선은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으로 불참했습니다. 반면, 당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북한의 리세광은 출전했습니다. 리세광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좌절을 맛본 이후 다시 일어섰습니다. 2014년, 2015년 세계선수권 2연패, 그리고 양학선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불참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양학선의 뒤를 잇는 후배 김한솔(1995년생)에게 기대를 걸었습니다. 김한솔은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1년 전에 열린 2017년 세계선수권 도마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리세광과 금메달을 놓고 멋진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김한솔 vs 리세광'의 남북 대결에 관심이 모아졌고, 섹와이훙은 관심 밖이었습니다. 왜냐하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이 선수가 국제 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리세광 또 무너지다


김한솔은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도마 결선 하루 전에 열린 마루운동 결선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자신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그 기세를 몰아 2관왕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8명의 결선 진출자 가운데 리세광이 두 번째 순서로 나섰습니다. 그런데 4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착지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1차 시기 착지에서 무릎을 꿇으며 0.3점의 큰 감점을 받습니다. 그래서 12.800점(난도 5.2)의 매우 저조한 점수에 그쳤습니다.

2차 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리세광' 기술(난도 6.0)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착지가 불안해 손으로 바닥을 짚었습니다. 2차 시기 착지 직후 발목에 통증을 느꼈는지 다리를 절뚝이기도 했습니다. 14.000점을 받으며 1, 2차 시기 평균 13.400점으로 극히 부진했습니다. 사실상 금메달이 날아간 것이었습니다.

김한솔 완벽한 연기로 금메달 확신


리세광의 난조로 김한솔에 대한 금메달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김한솔은 다섯 번째 순서로 나섰는데 1차 시기에서 난도 5.6짜리 기술을 깔끔하게 성공했고 착지까지 안정적이었습니다. 김한솔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만족했고 우리 코칭스태프도 환호하며 좋아했습니다.

1차 시기 점수 14.875. 2차 시기에서는 난도 5.2 기술을 시도해 완벽하게 성공했고 착지까지 문제가 없었습니다. 김한솔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고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김한솔은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들어 올렸고 코치와도 얼싸안고 금메달을 확신했습니다. 북한의 리세광도 김한솔과 악수하며 멋진 연기에 축하를 보냈습니다.

날벼락 같은 0.3점 감점

그런데 점수가 발표되면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2차 시기 점수는 14.225로 1, 2차 시기 평균 14.550점을 받았습니다. 2차 시기 점수가 너무 낮게 나온 것입니다. 알고 보니 2차 시기에서 0.3점의 감점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김한솔도 점수 발표 순간 생각보다 점수가 안 나왔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언뜻 보면 2차 시기에서 감점 요소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0.3점이란 큰 감점을 받은 것입니다.

감점 이유는 규정 위반이었습니다. 2차 시기 연기를 마치고 심판에게 이른바 '종료 사인'을 보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아서 감점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국제체조연맹 채점 규칙을 보면 '연기 전과 후에 심판에게 고지 의무'(acknowledging the judge before and after the exercise)가 있는데 이는 연기의 시작과 종료를 심판에게 알려야 한다는 의무입니다.

"선수는 연기 시작 전에 팔을 드는 행위 등을 통해 심판에게 연기를 시작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야 하며, 연기를 마친 후에도 이런 행위를 통해 연기를 마쳤다는 표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반했을 시 최종 점수에서 0.3점을 감점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대개 여자 선수들은 연기를 마치고 심판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고, 남자 선수들은 심판을 향해 목례를 하며 연기를 마쳤다는 표시를 합니다. 그래서 당시 우리 언론에서는 '심판에게 인사를 안 해서' 감점을 받았다고 표현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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