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체 못할 영향력의 이름, ‘앰배서더’[언어의 업데이트]
챗GPT 출시 이후 엔비디아는 최단기간 시총 1위를 달성한 기업이 되었다. 시총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을 대신해가는 바람에 ‘AI가 대체할 직업’도 계속 업데이트 중인데 최근 ‘광고 모델’이 그 목록에 등장했다. 궁금해졌다. 광고 모델에 이어 ‘브랜드 앰배서더’ 역시 AI에 대체될 수 있을까?
럭셔리 브랜드의 패션쇼가 열리는 패션위크는 화려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요즘은 패션쇼 컬렉션보다 쇼에 초대받은 브랜드 ‘앰배서더’들의 모습이 더 화제다. 그들은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값비싼 장신구를 두르고 완벽하게 재단된 미소와 포즈를 보이며 패션쇼장으로 향한다. K콘텐츠의 부상으로 한국 연예인, 특히 아이돌이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가 된 덕분에 ‘글로벌 패션위크’에 대한 관심이 한국에서도 뜨겁다.
‘앰배서더’는 직책의 언어고, 직책의 언어는 인물에게 임무를 부여한다. 그 역할은 분명 ‘광고 모델’과 다르다. 앰배서더는 브랜드 메시지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매개이자 매체지만 광고와는 다른 방식으로 활동한다. 브랜드 행사에 참석하고, 브랜드 제품을 착용한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려 해당 브랜드와 함께 ‘브랜드 신화’를 완성한다.
개인이 자신의 영향력을 자본화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 전통적 광고보다 인플루언서의 메시지가 더 효과적인 시대에 ‘브랜드 앰배서더’는 그 어떤 마케팅보다 탁월한 전략이다.
이 앰배서더 전략은 자선단체의 ‘친선대사’ 정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유니세프는 ‘글로벌 친선대사’를 이렇게 설명한다. “유니세프는 명망 있는 문화체육예술인을 친선대사로 임명해 지구촌 어린이들이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하고 있습니다.” 스타가 도움이 절실한 국가에 방문해 꾸밈없는 차림으로 그 나라 아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도움을 호소하는 이미지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다.
‘국가의 의사를 전달하는 임무’를 뜻하는 ‘앰배서더’라는 직책의 언어가 국가와 글로벌 자선단체를 넘어 브랜드 대표 인물을 지칭하는 언어로 사용되는 것은 ‘브랜드’의 위상이 전과 다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브랜드 앰배서더’의 ‘앰배서더’는 과연 기존 ‘앰배서더’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자선단체 앰배서더는 인류애에 호소하며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고,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는 브랜드가 구축한 환상을 소비하길 유도한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다르지만 무엇을 대변하든 ‘앰배서더’는 메시지의 진실성에 대한 책임을 지닌다. 그들의 메시지가 그들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책임감과 진실성. 두 가지 자질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마지막 영역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역할이 책임과 진실에 기반한 ‘영향력’을 보여준다면 ‘앰배서더’는 더 다양한 언어와 만나 그 차원을 확장할 것이다.
다만 이 독보적 역할의 언어가 무게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메신저’의 후광이 아니라 ‘메시지’의 진실성을 꿰뚫어 볼 줄 아는 분별력을 키우는 우리의 노력도 필요하다. 최저 위생 기준에도 못 미치는 더러운 이탈리아의 공장에서 미등록이민자가 만든 원가 8만원짜리 가방이 ‘메이드 인 이탈리아’ 라벨을 붙여 380만원에 판매된다는 보도 뒤에 그 브랜드 앰배서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진실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이 더 나은 브랜드를 만들고, 그리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정유라
2015년부터 빅데이터로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를 분석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넥스트밸류>(공저), <말의 트렌드>(2022)를 썼다.
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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