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 아파트에 6팀 동시에 몰려, 가락동 아파트 호가는 하루 만에 1억 올라
"요즘 대치동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이 '1년 동안 팔 아파트를 한 달 동안 다 팔았다'고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매물이 10건도 안 나갔지만, 최근 한두 달 사이에만 10건 이상 거래가 이뤄졌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공인중개사 A 씨)
"지금 옥수동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보면 2~3개월만 더 있으면 전고점을 따라잡을 것 같다. 매입 문의가 1월부터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6개월 전에 비해서도 50%가량 늘었다."(서울 성동구 옥수동 부동산공인중개사 B 씨)
"집값 전고점 90% 회복"
거래량이 늘자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고 있다. 반포동의 공인중개사 서모 씨는 최근 매매 성사가 유력했던 아파트 계약 4건이 끝내 불발됐다고 전했다. 계약금 입금을 앞두고 집주인이 갑자기 1억 원을 더 부른 것이다. 36억 원에 팔리던 30평형대 아파트를 37억5000만 원으로 올리자 계약이 무산됐다. 반포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 최모 씨도 6월 초 매매계약을 1건 놓쳤다. 아크로리버파크 20평형대를 28억 원에 사려던 사람이 가격 상승에 놀라 매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매물 뺏길까 봐 시세보다 1억 원 더 올려주기도"
강남구 대치동 한 대단지 아파트 공인중개사는 "30평형 아파트가 지난해에 비해 5억~6억 원 올랐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매물을 내놓은 상태에서 (다른 매물이 팔릴 때마다) 1억 원씩 오른다"며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생각에 집주인들이 매물 가격을 계속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부동산시장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강남의 공인중개사 D 씨는 "내년 6월 이후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풀릴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다"며 "실제로 규제가 풀릴 경우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져 집값이 더 높아질 것이기에 지금 미리 사두자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부동산시장 신흥 강자로 꼽히는 마용성에서도 강남 3구 못지않은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다. 6월 21일 찾아간 마포구 서강동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 지역은 분주한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매매 건수가 많이 늘었다"며 "지금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도 집 보는 예약을 잡느라 난리"라고 말했다.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마포가 전체적으로 핫한 분위기"라며 "문의 전화도 지난해에 비해 이번 달 2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마포는 새롭게 떠오르는 학군지로, 실거주 목적으로 이사 오는 젊은 부부가 많다. 갭투자 목적 거래도 적잖다. 아현동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올 연말 잔금을 치르기로 한 거래인데, 집을 사려는 사람이 골라놓은 매물을 뺏길까 봐 시세보다 1억 원을 더 얹어주기로 했다"며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조건"이라고 말했다. 인근 다른 공인중개사도 "매물이 소진되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점차 올리는 것 같다"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최고점에 비하면 가격이 낮기에 조급해진 매수자가 많다"고 전했다.
용산 부동산업계 관계자들도 한동안 하루 1건도 없던 매입 문의 전화가 6월에는 하루 3~4통씩 온다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의 공인중개사 조모 씨는 "급매 위주로 팔려 아직 반등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밀려 있던 집들이 나가서 숙제가 해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점핑 지역'인 용산의 특징도 거래 증가에 한몫했다고 입을 모았다. 용산은 서울 외곽에서 들어오고 강남으로 나가는 수요자가 맞물리는 이른바 점핑 지역이다. 은평구 등에서 기존 아파트를 팔고 용산으로 들어오는 수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조 씨는 "용산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0% 정도지만, 서울 외곽은 전세가격이 매매가에 근접한다. 그쪽 아파트가 팔리면 용산으로 이사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정책 대출로 용산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아 용산의 소형 아파트에 살림을 꾸리는 30대 부부도 종종 보인다"고 전했다.
"집주인들이 호가 자꾸 높여 일하기 어려울 정도"
정부의 각종 정책대출 확대가 거래 회복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성동구 센트라스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만난 40대 부부는 "인천 송도 아파트가 1년 만에 팔려 서울 아파트를 사려고 알아보고 있다"며 "경기도부터 서울까지 여러 공인중개사를 만나봤는데, 다들 신생아특례대출을 이번 아파트 가격 오름세의 불씨로 보더라"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동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최모 씨는 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5월에는 주말만 되면 매물로 나온 집 앞에 매입자가 줄을 섰다. 공인중개사 3명이 데려온 매입 희망자 6팀이 동시에 몰리기도 했다. 매입 문의가 너무 쇄도하자 집 보여주는 게 힘들어진 집주인이 '집을 갭투자 말고 실거주가 목적인 사람에게만 보여주겠다'고 할 정도였다. 지금도 매입 문의가 꾸준하다."
다만 6월 중순 들어 집값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가 다소 줄어드는 모습도 보인다. 반포동의 공인중개사 양모 씨는 "원베일리 매물의 경우 넓은 평형 한두 개만 남고, 20평형대는 하나도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매도인 우세 현상에 일부 공인중개사는 매입자에게 집을 보지 말라고 권하기도 한다. "집 보는 횟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정도로 매도인에게 유리한 시기다. 매입자에게 아파트 구조를 알면 그냥 사라고 일러준다"(공인중개사 서모 씨)거나 "매물 하나가 여러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등록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의가 간다. 매물이 인기 많은 줄 알고 집주인은 가격을 더 올린다. 집을 보지 말라고 할 정도"(공인중개사 홍모 씨) 등의 얘기까지 나온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이 정도로 가격을 올리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상 현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호가 급등으로 거래가 무산되자 부동산시장에선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인다는 보도를 그만해달라"는 푸념까지 나온다. 송파구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을 내놓았다가 하루 만에 호가를 1억 원 올린 사람이 있다"며 "지난주까지 시장에 나와 있던 매물의 30%는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거나 물건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기사에 '매도자의 10%만 호가를 올렸다'고 해주면 안 되겠나. 지금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자꾸 높여 공인중개사가 일하기 어려운데, 기사가 나가면 호가를 더 올리려 할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실거주 목적으로 헬리오시티 매입을 고려한다는 한 70대 남성은 "집주인이 33평형 호가를 23억5000만 원에 부르더라. 호가가 계속 올라 마음이 급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전혜빈 기자 heavin01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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