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신은 윤석열과 무엇이 다른가’에 답해야
● 尹 지지율·韓 지지층 그리고 韓의 숙제
● 수도권·충청권 거주 與 지지층의 실망
● 韓 출마, 중도층도 ‘비판 여론’ 더 커
● 한국 정치 구도 짜는 상수, 지역→세대
● 싸움꾼 아니라 국가 운영 비전 보여야
첫째,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 추이다. 미디어토마토 정례 여론조사는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을 쓴다. 통상적으로 ARS 조사는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다. 총선을 바로 앞둔 시점에 실시된 4월 2주차 조사에서는 37.1%였다. 6월 2주차에는 27.8%였다. 약 10%포인트가 빠졌다. 총선 이후 지지율은 복구되지 않고 횡보하고 있다.
尹 대통령, 보수 핵심층에서 외면받다
한국갤럽의 경우 총선 직전에 실시된 마지막 조사는 3월 4주차였다. 5월 5주차 조사와 비교해 보자. 3월 4주차에는 34%였다. 5월 5주차에는 21%였다. 무려 13%포인트가 빠졌다. 지지율은 어디서 떨어진 것일까.둘째, 한 전 위원장의 지지층은 누구일까. 5월 30일 전국지표조사(NBS)가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적절성을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전당대회 출마 적절성과 지지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연성이 높기에 유사 지표로는 활용할 수 있다.
이념 성향을 기준으로 보면, 보수층(+32)에서 적절 의견이 가장 많았다. 중도층에서는 적절 34, 부적절 48이었다. 전국 평균(-10%포인트)과 비교해도 부적절 의견(-4%포인트)이 더 많은 축에 속한다.
정리해 보자. 전당대회 출마의 적절/부적절 지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①연령별로 보면 70대 이상에서만 우호적 여론이 더 많다. 60대와 20대에서도 '부적절' 의견이 더 많지만, 전체 평균보다는 좋았다. ②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보다 부울경과 강원/제주에서 우호적 여론이 더 높다. ③보수층에서는 우호적 여론이 더 많지만, 중도층에서는 비판적 여론이 더 많다.
51%와 유권자 연합 – 세대 연합 혹은 보수+중도 연합
셋째, 대선까지 내다볼 때 놓인 숙제를 점검해 보자. 한 전 위원장에게 당대표는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봐야 한다. 그에게 놓인 숙제는 크게 3가지다. ①현안 대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김건희 여사 특검, 채 해병 특검이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포함한다. ②유권자 연합의 복원이다. ③ 국가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나씩 살펴보자.첫 번째 숙제는, '정무적 현안'에 대해 준비된 해답이 있어야 한다. 김건희 여사 특검, 채 해병 특검(편의상 '쌍특검'으로 표현) 모두 윤 대통령과 연관돼 있다. 쌍특검에 대해 정리된 해법이 없으면, 당대표가 되도 윤 대통령과 민주당의 '협공'에 시달릴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지만, 쌍특검 처리는 위기적 특성이 더 크다. 득점의 극대화보다 감점의 최소화가 중요한 이슈다.
두 번째 숙제는, 유권자 연합을 복원하는 것이다. 선거는 결국 51% 게임이다. 이쪽이 51%를 만들면 승리하고, 저쪽이 51%를 만들면 패배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마이너스 정치'를 했다.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고,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막고, 당대표로 출마한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라 공격했다. 모두를 쳐낸 결과 '친윤'만 남았다. 동시에 '친윤 지지층'만 남았다. 윤석열식 마이너스 정치는 유권자 연합의 해체 과정이나 다름없다.
유권자 연합을 복원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세력 연합이거나 정책을 매개로 하는 지지층 연합이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김종필의 DJP연합은 세력 연합이었다. 상층 연합이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정책을 매개로 한 지지층 연합이었다. 하층 연합이었다. 세력연합이든, 정책을 동원하든 유권자 연합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었다.
오랜 세월 한국 정치를 규정하는 구도는 지역이었다. 지금은 세대가 중요하다. 지역 구도가 중요할 때는 '지역연합 만들기'가 중요했다.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주도한 3당 합당은 대구경북-부울경-충청의 정치연합이었다. 1997년 당시 김대중 후보가 주도한 DJP연합은 호남-충청-수도권의 정치연합 성격이 강했다. 둘 다 지역연합이었다.
현재 세대 구도를 거칠게 정리하면, 6070세대는 국민의힘 지지층, 4050세대는 민주당 지지층, 2030세대는 스윙보터 성격이 강하다. 이들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2%, 37%, 31%다. 세대 구도를 상기해 보면 재밌는 지점은 두 가지다. 6070세대(32%)는 4050세대(37%)를 이길 수 없다. 사람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추가로, 2030세대는 젠더로 갈라져 있다. 2030여성은 진보 성향에 가까운 무당파고, 2030남성은 보수 성향에 가까운 무당파다. 이들 중의 절반 이상을 당겨 와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도 유권자 연합 복원은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6070세대는 총결집하고, 2030세대에서는 과반에 가까운 지지를 끌어내고, 4050세대에서는 반감을 최대한 낮춰 민주당으로 결집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게다가 윤 대통령과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한다.
표현은 '세대 연합'의 복원일 수도 있고, '보수+중도 연합'의 복원일 수도 있다. 표현이 어떻든 미션의 본질은 '유권자 연합의 복원'이다.
국가 비전의 제시, 싸움꾼 이미지 탈피부터
세 번째 숙제는, 국가 비전에 관한 부분이다. 실은 이 점이 가장 중요하고, 한동훈 전 위원장의 핵심 약점일 수도 있다. 질문을 바꿔보자. 2022년 5월에 취임한 윤 대통령의 국가 비전은 무엇일까. 정치 고관여층인 필자 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대통령이 유독 아내를 사랑하고, 술을 좋아하고, 강아지와 해외 방문을 사랑하는 분이라고 느낄 뿐이다. 국가 비전 차원에서 애착을 갖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대외적으로는 연금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이다. 실제로는 추진하는 법안도 거의 없다. 야권의 일부 비판자들은 윤 대통령이 '왕놀이' 혹은 '대통령놀이'를 한다고 비판한다. 평생 누군가를 압수수색하고, 기소하던 검사 역할을 하다가 대통령이 됐지만, 나라 발전에 도움 되는 일이 적다는 인식이다. 야권의 일부 비판이 과도한 것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인 한 전 위원장은 "당신은 윤석열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대통령의 본질적 미션은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 정치에서 대통령 후보는 이중적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나는, '진영을 대표하는' 싸움꾼이어야 한다. 국민의힘 혹은 민주당 지지층을 대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파생되는 불가피한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좋은 나라를 만드는' 능력이다. 국가 비전은 물론 정책과 정무를 아우르는 통치 능력, 위기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시기에는 유독 김건희 특검과 채 해병 특검이 도드라져 보인다. '국가 비전에 걸맞은 정책 이슈'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3가지 메가 이슈와 마주하게 된다. ①외교/안보 ②경제/성장 ③정치/사회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각 분야에 대한 태도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과는 무엇이 다르고, 이재명 대표와는 무엇이 다른지 견해를 정립해야 한다.
현실 정치에서 '정책'은 매우 하찮은 것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언론 역시 정책보다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공격에 훨씬 많은 지면 비중을 할애한다.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정책은 실제로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치인에게도 기자에게도 유권자에게도 어렵다.
그래도 대통령을 욕심내는 사람은 자신만의 정책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대표적 사례가 이재명 대표다. 찬반 논란은 있지만 기본소득론, 국토보유세 등의 독자적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 역시 독자적 정책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총선 때 '86세대 운동권 심판론'과 '이·조 심판론'이 외면받은 이유는 국민의 주된 관심사가 아닌 데 있었다. 상대를 '낡은' 세력으로 만드는 정공법은 스스로 '참신한' 세력이 되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한 전 위원장의 중도확장력은 매우 약하다. 민주당과 잘 싸우는 '싸움꾼' 이미지 외에 국가 운영의 리더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한 번은 실패했다. 남은 기회는 딱 한 번뿐이다.
최병천 ‘이기는 정치학’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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