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삼촌=쇼팽 발라드 1번"…서현우 "깨지는 만큼 매달리게 되는 게 연기"[TEN인터뷰]
[텐아시아=이소정 기자]
"'삼식이 삼촌'은 마치 쇼팽 발라드 1번 같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인데요. 첨예하고 섬세하게 진행되면서 기승전결이 확실하죠. 두 작품 모두 한 사람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느꼈습니다. 촬영 다니면서 즐겨들었던 만큼 발라드 1번을 들을 때마다 '삼식이 삼촌'이 떠오를 것 같아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 '삼식이 삼촌'에 출연한 배우 서현우가 이렇게 말했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 송강호와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변요한(김산)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다. 극 중 서현우는 열정과 야망을 품은 엘리트 군인 정한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삼식이 삼촌'을 마친 서현우는 "전투를 끝낸 것 같은 느낌이다. 무림의 고수들이 있었던 현장이었다. 촉각을 세우고 기분 좋은 긴장을 하면서 연기를 했다. 그 어느 작품보다 애를 많이 썼고 심혈을 기울였다. 훌륭한 분들과 함께해서 영광이었다"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실제 그에게 '삼식이 삼촌' 같은 존재가 있을까. 그는 "어머니"를 꼽았다. 이어 "원대한 계획을 가지신 건 아니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를 많이 쓰셨다.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굉장하다. 나의 오랜 정신적 지주시다"라고 이야기했다.
서현우는 "어머니가 내 삶 전반에 많은 피드백을 주신다. 출연하는 모든 작품을 모니터링해주신다. 톤과 캐릭터에 대해 조언을 많이 주시는 덕분에 나만의 전문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모든 걸 가장 잘 아시는 분이 바로 어머니다"라며 애틋함을 전했다.
특히 '삼식이 삼촌'을 어머니께서 감명 깊게 보셔서 뿌듯했다고. 서현우는 "어머니가 1956년생이다. 작품에 공감을 많이 하시더라. 그 시절 형태나 미장센에 즐거워하셨다"고 웃어 보였다.
서현우는 송강호에 대한 존경심을 내비쳤다. 그는 "송강호와 '관상'을 통해 짧게 호흡을 맞춘 적 있다. '삼식이 삼촌'을 통해 전작과 달리 긴 호흡으로 현장에서 오래 송강호 선배님을 지켜볼 수 있는 게 영광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좋은 의미에서 송강호 선배님의 '스토커'가 된 것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그 정도로 정말 송강호 선배님을 꼼꼼히 살폈다. 경이로우실 정도로 꼼꼼하고 광활하게 연기하시더라"면서 송강호를 치켜세웠다.
그는 "첫 리딩 때부터 중압감이 굉장했다. 많은 배우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상황이라 운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리딩을 꽤 해본 편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긴장됐다. 송강호 옆자리에 앉아서 육성으로 대사를 했더니 모두가 깜짝 놀라셨다"고 이야기했다. 서현우는 "송강호 선배님께서 분위기를 풀어주시려고 '너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첫 리딩 때부터 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현우는 송강호와 마주하는 장면을 연기하면서 '관상' 때를 회상하게 됐다고. 그는 "'관상'에선 단역을 맡았었다. 짧은 대사를 했었는데, 컷하자마자 누군가가 손뼉을 치셨다. 알고 보니 송강호 선배님이셨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관상' 때도 조언과 덕담을 아낌없이 해주셨다. '삼식이 삼촌' 때 오랜만에 뵀는데 송강호 선배님으로부터 '1~2년 안에 잘 될 줄 알았는데, 10년이 걸렸다'는 농담을 들었는데 뿌듯하고 울컥했다"고 밝혔다. '관상'은 2013년 10월 개봉한 영화다.
서현우는 송강호를 비롯해 '삼식이 삼촌'을 함께한 모든 배우가 훌륭했다며 직간접적으로 "좋은 배우들과 한 현장에서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든든했다"고 미소 지었다.
인간적으로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서현우는 "최근 회사를 통해 자선 행사에 참여했는데 환경을 지키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결벽증 있다고 느껴질 수준으로 열심히 재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현우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한 개인의 행위가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어서다. 서글퍼지기도 하지만 깨달음이 있다. 지금처럼 열심히 분리수거하고 절약하면서 환경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들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삼식이 삼촌'을 마친 서현우는 디즈니+ '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 SBS '열혈사제 2'에서의 새로운 모습을 예고했다. 쉴 틈 없이 작품하고 있는 그는 "정신적으론 지치지 않는데, 체력적으론 조금 지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재충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한다. 요즘은 비타민을 많이 챙겨 먹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어 "운동에 재미를 붙였다. 복싱을 즐기고 있다. 몸 쓰는 걸 좋아한다. 운동을 즐기면서 체력이 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흐뭇해했다.
그는 "취미가 명확하진 않다. 운동도 좋지만, 작품 활동하는 게 제일 재밌다. 10시간 넘게 쉬지 않고 작품 이야기 나눌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연기로 지친 적은 없다"고 남다른 연기 열정을 자랑했다.
"10년 넘게 작품 활동하고 있지만, 깨지기도 하고 쉽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오히려 이 일이 쉽지 않아서 계속 매달리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2010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으로 데뷔해 쉬지 않고 다작하는 서현우는 자신만의 강점으로 "작품 후유증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연극만 할 땐 캐릭터에 200% 몰입하는 타입이었지만, 배우 일을 건강하게 오래 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변화했다"면서 "캐릭터에서 잘 빠져나온다"고 이야기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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