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도 FA 등록일수도 모두 증발, '음주 징계' 나균안 자승자박…롯데가 주는 마지막 기회
[OSEN=조형래 기자] 자승자박이다. 자신이 벌였던 행동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이 자숙의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구단도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줬다.
롯데는 지난 28일 오전, 박준혁 단장을 비롯한 팀장급 인사들이 참여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선발 등판 전날부터 당일 새벽까지 술자리에 머문 투수 나균안에게 30경기 출장정지와 40시간의 사회봉사활동 징계를 내렸다. 구단은 “기업 및 구단 이미지 훼손, 구성원으로서 품위 손상, 프로야구 선수로서 경기 준비 소홀 등 복합적 내규 위반으로 징계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나균안은 지난 25일, 사직 KIA전 선발 투수로 예고됐지만, 경기 전날, 사직구장 인근에서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나균안이 술자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진이 올라오면서 팬들은 들끓었다. 선발 투수로서 컨디션 관리를 해도 모자를 시간, 술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문제사유가 됐다.
프로 의식이 결여되고 팬들과 구단 동료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었다. 구단과 김태형 감독도 나균안의 술자리 논란을 인지한 뒤 선발 투수를 교체하려고 했지만 부상을 제외하고는 선발 투수를 교체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서 그대로 선발로 내보냈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1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2탈삼진 8실점으로 난타 당했고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롯데 홈 팬들의 거센 야유를 받았다.
롯데는 가볍지 않은 징계를 내렸다. 구단 내규에 근거해 징계 수위를 논의했고 과거 사례 등을 종합해서 나균안에게 철퇴를 내렸다. 비단 이번 음주 논란 뿐만이 아니다. 올해 스프링캠프 기간, 나균안은 불륜설에 휩싸이는 등 개인사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구단 모두가 나균안 불륜설 대응에 안간힘을 쏟았다. 정규시즌 준비에도 모자를 시간, 나균안 한 명의 개인적인 문제로 구단의 역량이 집중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구단은 나균안이 개인사 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고 돌아오도록 묵인했고 김태형 감독도 나균안의 투수적인 역량을 믿고 개막 4선발로 중용했다.
하지만 나균안은 개인사 논란 때문인지, 좀처럼 1군에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술자리 논란 이전에도 성적은 좋지 않았다. 현재 성적은 14경기 2승7패 평균자책점 9.05에 불과했다. 결국 이러한 모든 사안들이 누적되어 이번 징계가 내려졌다고 볼 수 있다. 김태형 감독도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구단 내규에 맡기겠다"라며 나균안의 중징계에 동의했다.
프로 의식이 결여된 행동으로 모두를 실망시켰다. 그리고 그릇된 행동 하나로 나균안은 많은 것을 잃게 될 상황이다. 일단 나균안의30경기 출장정지 징계기간, 급여는 지급되지 않는다. 올해 나균안의 연봉은 1억7000만원. 연봉을 징계 기간으로 적용된 일수로 나눠서 해당 기간 급여는 받을 수 없다.
아울러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FA 등록일수에도 영향을 받게 됐다. 현재까지 나균안의 등록일수는 78일. 징계 발표일 기준으로 30경기면 8월 초에 복귀할 수 있다. 장마 등의 영향으로 우천취소가 될 경우 징계 해제 일자는 더 늦춰질 수 있다. 징계 기간 팀 훈련도 참가할 수 없기에 다시 몸을 만들고 경기 감각을 익힐 경우 1군 복귀 시점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KBO 규정에 의하면 2006시즌 이후 입단한 고졸 선수들은 1군 현역선수 등록일수가 145일 이상인 시즌이 8시즌이 될 경우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나균안의 1군 등록일수 145일을 채울 확률을 극히 낮다.
나균안은 2017년 포수로 입단한 뒤 적지 않은 경기를 포수로 소화했고 또 1군에 머물렀다. 2017년 신인 시즌 1군 등록일수가 55일 이었지만 2018년 172일, 2019년 183일 이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2020년에는 1군에 한 번도 등록되지 않았지만 투수로 완전 전향했던 2021년 90일, 2022년 190일, 2023년 180일을 1군에 머물렀다.
만약 올해 나균안이 모나지 않은 행동과 건실한 성적을 보여줬다면 145일의 등록일수를 채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순탄하게 시즌을 풀어간다면 나균안은 2026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균안 스스로 일탈 행위를 벌이며 이 역시도 늦춰지게 됐다.
모두 나균안의 자승자박, 자업자득이다. 그래도 롯데는 나균안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줬다. 김태형 감독도 나균안이 반성을 하고 돌아와서 다시 1군에 힘을 보태기를 바라고 있다. 나균안은 징계위원회 자리에서 변명 없이 "감독님 이하 코칭스태프, 선후배, 동료, 관계자 모두에게 사과드리고 싶다. 앞으로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반성하겠다"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과연 나균안은 구단이 준 마지막 동아줄을 놓치지 않고 자숙한 뒤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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