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에이스 "스타크래프트 핵심 재미 압축판"
"스타크래프트는는 너무 어려운 게임이야"
과거 중학교 재학 중인 게이머에게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질문이었다. 그는 스타크래프트를 알고는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PC방을 놀러갔을 때 아버지가 즐기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됐다고 답했다. 그리고 빠르게 전환되는 화면을 보며 너무 복잡해서 어려워 보였다고 덧붙였다.
스타크래프트는 한국 민속 놀이로 불릴 정도로 한국 게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RTS 게임이다. 현재 라이엇 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의 위치에 스타크래프트가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시간이 흘러 신세대 게이머들에게는 거의 잊혀졌고 30~50대 게이머 사이에서 인기를 유지하는 정도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 감소세는 e스포츠 대회 축소, 장르 트렌드 변화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최첨단 그래픽 기술로 무장한 신규 게임이 해마다 줄줄이 쏟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서 하나 더 거론되는 요소가 조작 난도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오버워치2 등 현존 인기 게임들은 대부분 1개의 캐릭터만 조종한다. 반면 스타크래프트는 다수의 유닛을 다양한 상황에 맞춰 조종해야 한다. 게임 속에서 파악해야 할 시야 범위도 훨씬 넓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SOOP'에서 성행하는 스타 대학의 신입 멤버들을 봐도 알 수 있다. 여러 인기 게임에서 이름을 날린 멤버들도 스타크래프트를 입문할 땐 적응 시간이 꽤나 걸렸으며 어려운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 배틀 에이스 게임 플레이 소개
이는 스타크래프트뿐만 아니라 RTS 장르 전부 마찬가지다. RTS 게임의 진입장벽을 해소하고 본질적 재미를 선보이고자 언캡드게임즈 '배틀 에이스'가 나섰다. 스타크래프트2로 유명한 전 블리자드 개발자 데이비드 킴의 작품이다.
배틀 에이스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RTS 장르를 목표로 한다. 개발진은 "RTS는 전략적 깊이와 몰입감 넘치는 게임 플레이로 게이머들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게임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변화하는 게이머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RTS의 진화가 필요한 순간이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입문은 쉽지만 마스터 단계까지 도달하긴 어려운 구조를 강조했다. 출시 전 각종 트레일러에서 RTS로 혁신적인 인터페이스와 군대를 제어하고 기동하는 재미가 극대화된 모습이 글로벌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다.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커맨드 앤 컨커, 에이지 오브 엠파이트 등 각종 RTS를 재밌게 즐겼던 기자도 트레일러를 보며 기대감이 샘솟았다. FPS, MOBA, 액션 게임은 즐길 만한 게임이 점점 쌓이고 있는데 RTS의 경우 신작 출시 자체를 보기 어려웠으니까. 배틀 에이스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보다 쉬운 설명을 위해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하겠다. 게임을 실행하면 세계관을 조명하는 애니메이션이 나타난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고퀄리티 시네마틱 영상으로 흥미를 끌어올린다. 배틀 에이스의 애니메이션이 그 정도 수준까진 아니지만 의외로 작화 퀄리티가 좋아서 스킵하지 않고 감상했다.
다만 해당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계속 연장시키는 시나리오 모드가 베타 버전에서는 제공되진 않았다. 그래서 굳이 게임 플레이 대신 이질적인 애니메이션 트레일러로 어필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 들긴 했다.
직접 즐긴 배틀 에이스는 정말 '간단한 스타크래프트'였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일꾼으로 자원을 수급하고, 보급 건물로 인구 수 한계치를 돌파하고, 각종 건물에서 병력을 생산하고, 또 다른 건물로 그 유닛들을 업그레이드로 강화하고, 전투 병력을 조종하는 등 수많은 컨트롤을 짧은 시간 안에 펼쳐야 한다.
배틀 에이스는 그 모든 단계를 유닛 생산, 유닛 컨트롤 2가지로 압축했다. 생산 속도도 빠르다. 멀티 활성화, 테크 강화를 제외한 모든 요소가 즉시 실행된다. 전투 제한 시간도 10분이다. 병력을 생산하고 컨트롤만 하면 되니까 각종 RTS를 즐겼던 게이머라면 정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UI도 단순하다. 모든 조종 버튼이 하나의 UI만으로 설계됐다. 구체적으로 Z키 멀티 확장, C키 지상군 테크 강화, V키 공군 테크 강화, Tab키 병력 생산 UI 전환이 전부다. 유닛은 Q, W, E, R, A, S, D, F 8개로만 생산할 수 있다.
자원 종류도 미네랄, 베스핀 가스 개념처럼 2개만 존재한다. 인구 최대치는 200이다. 여기에 CTRL + 1, 2, 3 등으로 부대를 지정하거나 A키로 공격하는 등 단축키도 여타 RTS와 비슷해 조종하기도 수월했다.
RTS의 허들은 여러 건물들을 짓고, 유닛을 생산하고, 여러 지역을 빠르게 보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멀티 플레이 능력에 따라 실력이 좌우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배틀 에이스는 그 복잡한 과정을 대폭 압축한 덕분에 유닛 조종 화면만 봐도 무방하다. 개발진이 그 허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여기서 RTS 팬들은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RTS의 심층적인 재미를 부각하는 것은 건물의 심시티, APM, 종족 및 유닛 상성 관계 파악, 멀티 플레이 컨트롤, 일꾼과 병력의 인구 비율 등 수많은 요소가 어우러져야 한다. 단순한 게임성을 추구하는 배틀 에이스에서 그 재미를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건물 심시티와 멀티 플레이의 마이크로 컨트롤 재미는 반감됐다. 배틀 에이스 개발진도 이를 인지했는지 그 부족한 심층 재미를 유닛 종류의 다각화로 보완했다.
스타크래프트는 모든 유저가 동일한 건물과 유닛을 사용한다. 배틀 에이스는 8개의 유닛을 자신이 원하는 구성으로 바꿀 수 있다. 그 유닛은 게임을 즐기면서 완료되는 퀘스트 혹은 수급하는 재화로 구매할 수 있다.
유닛과의 상성 구조도 뚜렷하고 소모 자원에 따른 가치도 확실하다. 유닛의 종류가 상당히 많기 깨문에 자신만의 전략을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멀티 플레이 컨트롤 재미에서는 아쉬울 수 있지만 전략적인 재미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의미다. 개발진이 왜 깊게 파고들수록 어렵다고 했는지 이해됐다.
- 배틀 에이스 게임 플레이
튜토리얼을 마치고 기자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경력을 앞세워 다른 유저와 1대1 대결에 임했다. 랭크 개념이 아직 없기도 하고 RTS 장르 경험이 많이 없는 유저들만 만나서 그런가 17게임 동안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전략은 간단했다. 시작하자마자 Z키를 눌러 멀티를 확장하고 가스가 400까지 채워질 때까지 Q(집게병)를 생산한다. 집게병 2기는 상대 본진 위로, 나머지 집게병은 아래로 배치한다. 보통 시작하자마자 멀티를 짓기 때문에 아래 배치한 집게병으로 멀티를 공격한다.
멀티를 공격 당하는 상대는 병력을 아래로 이동한다. 이 때 위로 배치한 집게병 2기를 상대 본진 깊숙한 곳까지 강제 이동시킨다. 정신 없이 아래에서 전투를 펼치는 동안 집게병들이 일꾼을 처치해 상대 자원 수급을 차단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도 다크템플러 등으로 일꾼을 노리는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접근했다. 테스트 버전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꾼이 공격받을 때 알림이 울리지 않는다. 이로 인해 굉장히 단순한 전략이지만 꽤나 잘 먹혔다.
자원을 400, 400까지 수급하면 테크를 강화하거나 멀티 확장이 가능하다. 지상군, 공군 중 원하는 테크를 강화한 후 상위 등급 유닛을 생산하면 상대와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릴 수 있다. 그래서 APM이 스타크래프트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유닛 구성을 변경하니까 뮤탈리스크처럼 공중에서 일꾼을 제거하거나 모선처럼 압도적인 능력의 유닛으로 적의 병력을 쓸어버리는 등 다채로운 전략을 펼칠 수 있었다. 게임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재미가 느껴졌다.
당연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초반 격차가 벌어진 순간 이를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몰래 멀티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배틀 에이스에서는 상대의 멀티 확장 여부가 다 보이기 때문에 변수를 노리기가 어렵다.
유닛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니까 미리 알아둬야 할 사전 지식 분량도 많다. 특히 유닛 간의 상성 관계는 확실히 알아둬야 한다. 스타크래프트 저글링을 예로 들면 초반에는 다소 약한 저글링도 중, 후반부에는 숫자가 많거나 공격력, 방어력, 대사 촉진, 아드레날린 분비선 업그레이드를 마치면 굉장히 강해진다.
배틀 에이스는 업그레이드 개념이 없으니까 상성을 극복할 수 없다. 만약 상대가 크라켄을 생성했을 경우 본인도 크라켄을 생산하지 않으면 전투를 뒤집을 수 없는 구도다. 베타 버전인 만큼 밸런스가 불안정한 것도 있지만 수학 문제를 풀듯이 정답이 정해진 구도는 개선이 필요했다.
맵이 하나인 사실도 문제다. RTS 장르에서는 맵 구조에 따라 유닛의 사용도가 달라지는데 그 재미를 느낄 수 없다. 물론 맵이 하나뿐이라서 접근은 확실히 용이하다. 추후 업데이트로 맵의 종류를 확장하거나 현재 맵에 새로운 기믹을 추가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결론적으로 배틀 에이스가 재미있는가, 없는가로 묻는다면 전자에 손을 들 수 있다. 극한의 컨트롤을 원하는 RTS 팬들에겐 아쉬울 수 있어도 단순한 게임성 덕분에 스트레스를 덜 느껴서 그런가 계속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RTS 장르 게임에 어려움을 느꼈거나 장르 특유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게이머들에게 배틀 에이스는 적극 추천할 만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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