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택한 엔씨소프트…해답은 결국 신작 흥행
최근 희비가 교차하는 게임업계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원감축 등 조직의 체질개선에 나선 기업이 있다. 바로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악화하는 실적 속에서 물적 분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문성 향상과 경영 효율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나선 엔씨소프트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28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 서비스 사업부문 전문 기업 ‘엔씨큐에이’와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부문 전문 기업 ‘엔씨아이디에스’ 두 곳을 물적으로 나눈다. 각각 김진섭 엔씨소프트 QA센터장과 이재진 전 웅진씽크빅 대표를 대표이사 후보자로 선정했다.
물적분할이란 분할을 하는 곳이 새롭게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100% 모두 소유하는 형태를 이야기한다. 즉 엔씨소프트가 엔씨큐에이와 엔씨아이디에스 주식 모두를 가진다.
다만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의 경우 모기업의 알짜부서가 독립한다는 점에서 모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공시를 통해 ‘각 신설회사는 5년 이내에 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명시했다. 즉 모회사인 엔씨소프트의 핵심 사업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엔씨소프트가 물적분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경영 효율화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연내 임직원 수를 4000명 중반대로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임직원 수가 4900명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인력의 약 10%를 정리하는 것이 목표다.
비슷한 사례를 보자. 지난해 4월 네오리진은 적자를 기록해온 보안사업부를 물적분할했고 그 결과 지난 1분기 게임사업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8% 증가했다.
다만 사내 임직원들의 경우 분사에 반대기류가 상당하다는 점은 향후 엔씨소프트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가 온·오프라인 설명회에서 분사를 공식화 뒤 엔씨소프트의 노동조합원이 400여명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인원감축과 물적분할을 통해 조직의 효율화에 성공한 뒤 게임개발과 인공지능(AI)사업 등 알짜배기 사업들은 키우고 적자인 부분은 도려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해결책은 게임, 플랫폼 다변화에 나선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경영효율화와 함께 집중할 사업은 게임과 신사업이다. 엔씨소프트의 위기에 빠트린 제1원인이 게임 실적 악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엔씨소프트 실적악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게임이다. 지금까지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감소현상이 이어졌고, 엔씨소프트의 최대 기대작이었던 쓰론앤리버티(TL)도 사실상 흥행 부진의 늪에 빠졌다.
배틀크러쉬는 엔씨소프트의 첫 콘솔 도전작이다. 모바일 게임이 아닌 닌텐도 스위치와 스팀, 모바일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다. 리니지와 그 아류로 명맥을 이어오던 엔씨소프트가 콘솔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하반기 신작을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서비스명을 확정한 스위칭 RPG ‘호연’은 올 하반기 출시가 예상된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아픈 손가락인 ‘TL’은 아마존게임즈와 만나 오는 9월17일 북·남미, 유럽, 호주, 뉴질랜드, 일본에 정식 출시한다. 스팀, 플레이스테이션 5, 엑스박스 시리즈 등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또 MMO슈터 ‘LLL’과 RTS ‘택탄: 나이츠오브 더 가즈’, ‘아이온2’ 등도 개발 중이다. 즉 아직 엔씨소프트로선 시장에 내보일 기대작들이 포진해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K콘텐츠 훈풍이 다시 불고 있는 중국 시장 진출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2021년 출시한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앤소울2’는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와 손잡고 연내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넥슨의 경우 중국 시장에 진출한 던전앤파이터모바일이 출시 한 달 만에 3700억원 가량의 수익을 기록했다는 보고서가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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