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아우루스’와 ‘풍산개’…선물 외교의 선전술

KBS 2024. 6. 2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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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화면에는 국빈 방문을 마치고 북한을 떠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배웅을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 나오고 있는데요.

두 정상,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서로 손을 흔들며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 이번 정상회담에서 특별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돈독함을 드러냈죠?

그렇습니다.

러시아산 고급 차량과 북한의 국견 풍산개 등을 주고받았는데요.

이 선물에 담긴 의미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회담을 마치고 금수산 영빈관을 빠져나오는 두 정상 앞에 러시아산 고급승용차 '아우르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위해 준비한 외교 선물인데요.

김정은 위원장,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표정입니다.

[조선중앙TV/6월 20일 : "김정은 동지께서는 선물 받은 승용차의 성능을 높이 평가하시며 훌륭한 차를 선물로 받은 데 대하여 다시금 대통령 동지에게 사의를 표하셨습니다."]

푸틴 대통령에 이어 직접 운전대를 잡고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했는데요.

이 장면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북한 촬영 기자들의 모습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빨리빨리! 쭉 앞으로! 쭉! 쭉 빠지라, 쭉 빠지라!"]

'아우루스' 차량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는데요.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고급 세단 아우루스는 푸틴 대통령의 의전차량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총탄뿐 아니라 폭발물과 수류탄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최고 등급의 방탄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차량 가격은 옵션에 따라 5억에서 11억 원 가량에 판매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의 차량 선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9월,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당시 푸틴 대통령의 차량에 관심을 보였는데요.

["(이 차는 어떤 차입니까?) '아우루스'라고 합니다. 러시아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런 김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은 차에 직접 앉아보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우루스 승용차를 선물한 겁니다.

[조선중앙TV/2월 20일 : "조·러 두 나라 수뇌분들 사이에 맺어진 각별한 친분 관계의 뚜렷한 징표로 되며 가장 훌륭한 선물로 된다고 하면서…."]

러시아의 국영 타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서 아우루스를 선물로 받은 최초의 지도자라고 전했는데요.

전문가들은 김일성 주석 역시 구소련으로부터 자동차를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며, 최근 북러 관계의 공고함이 이 선물에 담겨 있는 의미라고 분석합니다.

[하승희/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1950년대 구소련의 내각 수상들이 북한의 김일성 주석에게 차를 선물한 적이 있습니다. 선물에는 자국의 정통성이나 역사성 그리고 가치라든가 이런 상징성을 담아내고 상대 국가와의 관계도 고려를 하게 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국가간의 신뢰성이라든가 관계성을 함축하고 있는 하나의 증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선물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한 만큼 친밀감의 상징,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어떻게 보면 러시아에서는 미국 중심에 제재에 대한 견제적인 입장을 취하는 거다. 안보리에서 제재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식대로 우리 생각을 밀고 나가겠다고 하는 입장들이 있는 거 같고요."]

자동차의 번호판 숫자도 의미심장한데요.

북한 국기와 함께 '7 27 1953'이라는 숫자가 찍혀있습니다.

1953년 7월 27일은 6.25전쟁 정전협정일로 북한에선 전승절로 기념하는 날입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자동차 번호에 이런 걸 의미화하면서 실질적으로 6·25전쟁에 소련군 참전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이고요. 그래서 우리가 서로 군사적인 원조를 하는 것이 과거의 역사에서부터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어떤 선물을 줬을까요?

[조선중앙TV/6월 20일: "김정은 동지께서는 금수산 영빈관 정원에서 푸틴 대통령 동지에게 우리나라의 국견인 풍산개 한 쌍을 선물하셨습니다."]

둥근 얼굴, 희고 짧은 털.

온순하고 영리하지만 주인에게만 충성한다는 풍산개입니다.

고급 차량과 풍산개.

자칫 비교가 안 되는 선물 같지만 국견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는 평가입니다.

[하승희/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우선 동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기도 하고 큰 동물들은 동물원에서 위탁하는 경우가 있지만 개의 경우에는 반려견으로서 상호작용하면서 유대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금은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가의 상징성과도 연관이 돼 있는 부분인데 혹시라도 외교 선물로 받았던 동물이 다치거나 죽거나 물리적인 손상이 있을 경우는 아무래도 국가의 상징성과 연계가 되기 때문에 그 이슈가 해당 국가와 연계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북한은 풍산개의 혈통을 지키고 증식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956년 천연기념물로 등록하고, 매년 풍산개 품평회를 개최해 순종 평가를 진행하는데요.

[조선중앙TV 특집물 '우리의 국견을 사랑하는 사람들' : "(방금 듣자 하니까 방울이가 새끼를 낳았다는데 아비는 무슨 종의 개입니까?) 풍산개입니다. (풍산개 품평회에서) 작년까지 1연승을 한 이름이 풍산입니다. (풍산이?) 네, 얼마나 멋있는지 모릅니다. (어미들이 우수한 종자끼리 이렇게 혈통을 이어받았으니까 정말 멋있는 순종 풍산개가 나왔겠구만요.) 완벽합니다. 완전히 순종이 될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풍산개를 국견으로 지정해 국가상징물 중 하나로 격상시켰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0년과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풍산개를 선물로 전달했는데요.

[조선중앙TV : "조국 통일의 이정표인 6·15 공동선언과 함께 남쪽에 간 우리와 두리라고 부르는 이 풍산개들은 북남 사이에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온 남녘땅을 흥분시켰습니다."]

북한이 풍산개에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풍산개를 전달하고 했다는 얘기는 그만큼의 책임성을 상대국에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 관계 속에서 (러시아도) 그걸 또 수용하고 받는다는 것은 지금 북한하고 러시아하고의 관계가 서로 결속해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증이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그 밖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 최고 훈장인 김일성훈장을 수여했는데요.

이 훈장을 외국인에게 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워,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이례적인 예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선 외교적으로 주고받은 선물이 종종 선전용으로 이용되곤 합니다.

국제친선전람관이 대표적인데요.

[조선중앙TV : "국제친선전람관에는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를 열렬히 흠모하며 외국의 정계 사회계 각 계층 인사들이 올린 지성 어린 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우리들로 하여금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가슴 뜨겁게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북한 최고지도자들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전시하는 곳으로 수예화와 도자기, 차량과 박제된 동물 등 다양한 품목들이 대륙별, 국가별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여느 나라들도 국가 정상이 받은 선물을 공개하긴 하지만 북한은 체제 선전이나 최고 지도자의 우상화에 목적을 둔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하승희/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북한 지도자가 외교 선물을 받았을 경우 북한의 공식 매체에서는 선물을 받았다가 아니라 어떤 특정 인물이 선물을 우리 지도자에게 드렸다고 설명하게 됩니다. 참관하고 난 다음에는 감상문이랄까요. 감상록에 글을 쓰기도 하는데요. 국제친선전람관을 통해서 북한 지도자가 전 세계의 칭송과 존경을 받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부분도 있을 거 같고요."]

북한 기록영화에도 선물을 활용한 우상화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기록영화 '만민이 우러러 칭송하는 우리 수령님' : "물들은 김일성 주석님을 끝없이 따르며 칭송하는 인류의 다함없는 흠모심의 결정체이며 현대 문명의 지혜와 재능, 세계의 경로와 칭송의 종합체이다."]

또 외부로부터 다양하게 수집된 선물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정상국가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국제사회 속에서 우리나라가 일반적인 국가와 다를 바 없이 정상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의미도 될 수 있고요. 북한 인민들이 그곳에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가 고립된 나라가 아니라 각 국가 정상들이 우리 지도자에게 선물을 보내주고 우리와 함께하자는 것도 보여주는 하나의 교육적인 측면도 갖는 것이죠."]

최고급 승용차, 풍산개를 주고받으며 신뢰와 친밀감을 과시한 러시아와 북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양국이 이제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어떤 실질적인 선물을 주고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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