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진짜 일 잘하는 사람들의 비결…쉴 때 '이것'을 얻어라

2024. 6. 2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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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의 모든 것> 장재열|상담가 겸 작가, <마이크로 리추얼: 사소한 것들의 힘> 저자

오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저는 초기 히트작 중 하나인 <더 크라운>이라는 작품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일대기를 다룬 시즌제 드라마입니다. 여왕 외에도 아들 찰스 왕세자(현 찰스 3세), 여동생 마거릿 공주 등 여왕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던 다른 왕실 구성원의 심리묘사까지 탁월하게 그려낸 점이, 심리를 연구하는 제 직업에는 큰 흥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내용이 방대하기도 해요. 엘리자베스 여왕은 2차 세계대전 때 20대의 나이로 여왕이 되어서 2020년대까지 살았으니, 정말 시대의 산증인이지요. 그런 만큼 까마득하게 먼 옛날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다 아는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사망까지 쭉 시간순으로 흘러옵니다. 시즌 5, 6 정도는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나신 분들이라면 '어? 기억난다'라는 장면들도 꽤 많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큰 감명을 받은 장면은, 제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197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의 재임 시절을 다루는 시즌 4입니다.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마거릿 대처라는 이름 정도는 들어봤지요.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다, 닉네임이 '철의 여인'이다, 굉장히 기가 센 사람이었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드라마를 보면 엄청난 워커홀릭입니다. 그녀와 관련된 아주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시즌 4 2화입니다.

전통적으로 영국 총리는 영국 왕실의 여름휴가에 한 번씩 초청을 받아서 함께 보내는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대처 총리도 취임 후 첫 휴가를 왕실에서 함께 보냈지요. 참석자들이 다 함께 사냥 등 야외 활동을 나간 자리에서, 혼자만 옷을 갈아입겠다며 몰래 들어와서 급한 결재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대처 총리. 그 모습을 본 여왕의 여동생 마거릿 공주가 묻습니다.

마거릿 공주 : "오늘이 공휴일인 건 알고 계시는 거죠?"

하지만 워커홀릭인 대처 총리는 당연한 듯 말하지요.

대처 총리 : "네. 국가 정세가 지금 같은 시기에는 휴가를 즐기기 어려워서요."

마거릿 공주 : "하지만 국가 정세는 전에도 그랬고, 틀림없이 또 그럴 거예요. 경험이 쌓이다 보면 알게 되죠. 때로는 휴식을 취하는 게 가장 현명한 처사라는 걸."

대처 총리 : "전 휴식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전혀 즐겁지 않죠."


총리의 얼굴을 한참 빤히 쳐다보던 공주는 딱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갑니다.

마거릿 공주 : "그보다 중요한 걸 얻을지도 몰라요. 관점(aspect)."

입헌군주제가 아닌 우리나라에선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왕은 평생 근무하고, 총리는 3~4년에 한 번씩 바뀌기가 부지기수입니다. 공주의 입장에서는 대처 총리도 7번째 만난 총리 중 하나였고, 모든 총리는 "지금 사안이 너무 시급해서"라고 말해왔다는 거지요. 하지만 그 시급한 사안 중에도 모든 총리가 대처처럼 몰래 궁으로 들어와 결재 할 정도로 틈 없이 살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마거릿 공주는 당장의 결재 서류를 바라보기보다, 오히려 쉬고 생각을 전환하는 순간에 위기의 국면을 타개할 해결책이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건넨 거지요.

마거릿 공주의 조언이 무색하게도, 몇 년 뒤 마거릿 총리는 '대화의 여지가 없다', '다른 관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평과 함께 자신이 속한 당에서도 지지 표를 받지 못한 채 실각하게 됩니다. 결국 공주가 말했던 대처 총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 즉 '관점'을 갖는 데에는 마지막까지 실패한 것이 아닐지 생각됩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눈앞에 너무 많은 생각거리가 쌓여있을 때. 당장 먹어야 할 밥, 챙겨야 할 잠도 미룬 채, 아주 기본적인 것들도 미룬 채 '끝장을 볼 때까지' 골몰하게 되지는 않나요? 하지만 생각해 볼 지점입니다. 마거릿 공주와 마거릿 대처, 두 마거릿의 일을 바라보는 관점 중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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