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가 50만원에 거래된다고?”...여자들은 중국에 끌려갈까 전전긍긍 [신짜오 베트남]
현 법률 체계에서는 태아를 사고파는 행위를 처리할 법적 근거가 없어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베트남 국회가 검토하는 자료를 보면 상황이 꽤나 심각해 보입니다. 공안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394건의 인신매매 사건이 적발됐습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인신매매는 주로 해외에서 벌어졌습니다. 사건의 80%가 해외에서 벌어졌습니다. 주로 접경지인 중국에 나가있는 여성을 상대로 신체를 감금하고 강제결혼을 시키는 스토리가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점점 국내로 불이 옮겨 붙고 있고 지난 2022년 기준으로는 인신매매의 45%가 베트남 국내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것이 태아를 사고 파는 행위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 남부 빈즈엉성 검찰은 최근 신생아 인신매매를 주도한 브로커에게 징역 20년 형을 구형했습니다. 아이를 낳자마자 브로커에게 팔아넘긴 산모 8명과 이들에게 아기를 산 사람 등 총 12명이 기소됐습니다.
범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졌는데 신생아 1명당 사들이는 값은 한국 돈으로 50만~160만원. 파는 가격은 약 220만원 정도였습니다. 아이 하나당 60만~170만원의 이득을 남기며 브로커는 ‘아기 장사’를 해왔던 것입니다.
아기 거래를 합법적 입양으로 꾸미기 위해 가짜 출생증명서와 입양 동의서가 암암리에 거래됐고 이들이 불법으로 거래한 아이들의 숫자는 줄잡아 10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브로커들은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법에 대해 잘 몰라 합의된 거래라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산모들 역시 극심한 생활고 속에 또 아이가 나와 키울 수 없었기에 아이를 거래했다는 입장입니다. 혼외 관계에서 예상치 못하게 임신을 한 산모도 있었습니다.
문제의 심각함을 인식한 베트남 입법부가 신속하게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현행 베트남 형법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 사고 파는 경우에 대해 뚜렷한 규정을 해놓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태아 매매가 태어나기 전 아기를 ‘입도선매’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일이 많은데, 이 단계에서 범죄 혐의가 포착돼 기소한다고 해도 뚜렷하게 적용할 법률이 없다는 게 문제의 포인트 입니다.
베트남 여성들이 중국으로 팔려나가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비극적인 스토리로 널리 알려진 54세의 베트남 여성 사연은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합니다. 실종 당시 27세였던 이 여성은 54세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1995년 친오빠와 지내던 중 실종되었던 그는 중국 공안이 불법 체류자 단속 중 그를 발견하고 베트남으로 송환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무려 4000만 명의 중국 남성들이 아내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형편입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과 ‘남아 선호 사상’이 덕분에 중국 농촌에는 결혼할 짝이 없는 남성들이 넘쳐나는 형국입니다. 이들이 베트남 등 국경을 접한 국가의 저소득층 여성을 상대로 눈을 돌리고 있고, 이 과정에서 사기나 유괴, 납치 등 범죄가 이뤄지고 있다는 상황입니다.
실제 지난해에는 베트남 10대 2명이 강제로 중국에 끌려가 결혼 당하기 직전인 상황에서 구출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베트남 20대 여성 2명이 15세와 14세 어린 소녀를 중국에 팔아넘기려 한다는 정보가 베트남 공안에 입수된 것입니다. 조사 결과 용의자들은 10대 소녀들 가정환경이 풍족하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식당에 취업시켜주겠다고 이들을 속였습니다. 그리고 중국 국경 부근 숙소를 잡아 국경을 넘을 날만 호시탐탐 기다렸지만 공안의 수사망에 포착됐습니다.
베트남이 국회 차원에서 인신매매에 대한 척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2년 미국 국무부는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을 최하위인 3등급으로 분류했습니다. 3등급 국가는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 총 22개국입니다. 이에 대해 베트남은 “인권을 강조하는 베트남의 노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지난 2023년 나온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2등급 관찰 대상’ 국가로 한 단계 올라섰습니다. 미국과 손잡고 대대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베트남 입장에서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라는 타이틀은 정말 피하고 싶은 상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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