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배신의 정치' 공세에도 여론조사 1위…'윤심'보다 '미래 권력'?

박소연 기자 2024. 6. 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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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6.28/사진=뉴스1 /사진=(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선거전 초반 당의 '텃밭' 영남 정치인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선 여전히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희룡·윤상현 후보가 한 후보에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의 정치'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가운데 한 후보가 막판까지 압도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8일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자 및 무당층(518명, 표본오차 ±4.3%포인트)에서 차기 당대표로 적합한 후보로, 한 후보가 38%를 기록했다. 원 후보와 나 후보는 각 15%, 윤 후보 4%였다.

한 후보가 원 후보와 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한 후보와 비(非)한 후보로 나누면 38% 대 34%다. 국민의힘 지지층만 떼어 놓고 보면 한 후보(55%)와 다른 후보(원후보 19%, 나후보 14%) 간 격차가 더 컸다.

같은 날 공개된 뉴시스·에이스리서치 여론조사(25~26일 전국 성인 1002명 대상)에선 한 후보가 전체 37.9%, 나 후보 13.5%, 원 후보 9.4%, 윤 후보 8.5%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으론 한 후보 59.3%, 원 후보 15.5%, 나 후보 12.6%, 윤 후보 5.9% 순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상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왼쪽)가 28일 경상북도청을 찾아 이철우 지사와 면담하고 있다. (윤상현캠프 제공) 2024.6.28/사진=뉴스1

23일 주요 후보들의 출마선언 후 약 5일간의 초반 선거전은 한 후보를 상대로 나머지 3명의 후보들이 협공을 펼치는 구도로 전개됐다. 특히 한 후보가 출마선언에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 발의를 제안한 것을 두고 경쟁 후보들은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씌웠다.

윤 후보는 언론인터뷰에서 "총선 출마와 동시에 채상병 특검법을 꺼낸 한동훈 후보는 사실상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것"이라며 "'절윤'(絶尹)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원 후보 역시 언론인터뷰에서 한 후보를 '윤석열 정부의 공동 창업자'라고 칭하며 "중간에 (대통령) 인기가 떨어진다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배신의 정치, 계산의 정치가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고 격했다. 그는 "주변에서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인기가 올라간다. 지금 당 대표가 돼 당을 접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부추기는 사람들은 있다고 본다"며 "차별화와 배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다.

이에 한 후보는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신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반박했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6일 대구시청 사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4.06.26. /사진=뉴시스

이들이 한 후보와 윤 대통령과의 갈등을 부각하는 것은 당원들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보수 지지자들은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후보를 당대표로 선출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한 후보와의 만남을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같은 영남권의 비토 분위기에도 '한동훈 대세론'이 쉽사리 꺾이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일단 윤 대통령의 인기가 영남에서조차 시들하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날 공개된 한국갤럽 6월4주차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5%로 나타났는데, 대구경북에선 긍정평가가 42%, 부정평가가 43%로 비등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선 지지율이 29%에 그쳤다.

영남 당원투표에선 아직 일정 정도의 동원된 '조직표'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당원들 입장에선 임기 반환점에 가까운 윤 대통령으로부터 더 이상 기대할 것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 이유다.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한동훈 후보가 27일 오후 대구 서구 당협사무실을 찾아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6.27/사진=뉴스1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은 "총선이 끝났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게 공천권도 없고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윤 대통령이 책임당원들에게 한자리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라며 "책임당원들로선 윤 대통령 눈치를 보기보다 다음 당대표와 관계를 맺었을 때의 정치적 이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약 80만명 중 영남 비율이 41%로 높기 때문에 영남 표심을 공략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필요하지만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에 호소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홍 소장은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보다는 보수의 정체성을 갖고 어떻게 국민의힘의 개혁과 혁신, 변화를 이끌어낼지 이야기를 해야 영남의 표를 얻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윤심은 거의 없고 당원들이 윤심을 지켜야 할 이유도 없다"며 "국민의힘 당원들은 미래권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신자 프레임'으로 표를 많이 잃더라도 한 후보가 영남에서 50% 정도는 얻을 것인데 수도권에서는 압도적인 득표를 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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