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상징 혹은 무모한 폭로자…어산지 14년만에 자유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14년간 합법적인 오디세이가 막을 내렸다.”
내부고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의 석방 소식에 외신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는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가 10년간의 방황과 모험을 이겨내는 가족에게 돌아오는 이야기죠. 대서사시 ‘오디세이’처럼 어산지의 여정이 길었다는 의미겠죠.
영상은 미국 육군 정보분석병인 첼시 매닝이 대대적으로 빼돌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 관련 기밀 군사 문서와 외교 문서 중 하나였습니다. 이는 미국 군 역사상 가장 큰 보안 유출 사건 중 하나로, 그해 체포된 매닝은 2013년 징역 35년을 선고 받고 오마바 행정부 시절인 2017년 감형을 받아 7년 만에 풀려납니다.
하지만 ‘1917 스파이방지법(Espionage Act of 1917)’ 위반 등 18개 혐의로 기소된 어산지는 도망자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어산지는 2010년 스웨덴에서 성범죄 혐의로 수배됐고요, 2012년 범죄인으로서 미국 압송을 피하고자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했습니다. 그곳에서 7년을 머물렀지만 에콰도르 정부가 2019년 어산지의 망명을 철회하면서 어산지는 영국 경찰에 체포돼 5년간 보안등급이 높은 벨마쉬 교도소에 구금됐습니다.
한동안 소식이 없던 어산지는 미국 법무부와 플리바게닝(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을 통해 향량 합의를 맺으면서,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령 사이판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한 뒤 영국에서 수감 기간으로 복역을 인정받아 석방됐습니다. 그렇게 어산지 14년 만에 호주 캔버라 페어베언 공군 기지를 통해 고국인 호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엇갈린 평가…“정치적 선동” 주장도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아내인 스텔라 어산지는 어산지가 본국으로 돌아간 다음날 기자들에게 언론의 자유를 통해 어산지가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가 자유의 몸이 됐지만 그 과정에서 어산지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컬럼비아대의 자유 언론 단체인 ‘수정헌법 1조 기사 연구소’의 자밀 재퍼 이사는 “형량 합의를 통한 석방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는 것이나, 언론인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으로 인해 형사 기소를 당했다는 것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고국인 호주 내에서도 어산지의 정보 공개 방식, 호주와 미국과의 관계, 정보 공개 방식의 적절성 등을 두고 논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주미호주 대사 출신인 데니스 리처드슨 호주 전 국방장관은 어산지의 귀국에 대해 “정치적 선동”이라면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어산지의 행동이 부적절했는지, 국가 이익을 훼손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어산지를 “정부의 기밀을 공개한 영웅적인 운동가이자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무모한 유출자”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NYT는 그가 남긴 업적이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 평가를 받는다면서 “어산지가 역사를 바꾼 것은 분명하나 2010년 전 세계적인 주목이 그가 의도했던 그대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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