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유해게시물 삭제자의 세계…소설 '우리가 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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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아 옮김.
거대 미디어 플랫폼 기업의 하청회사인 '헥사'에 소속된 주인공 케일리는 유해 게시물로 신고된 게시물을 검토해 삭제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케일리는 이전 직장에서와 달리 헥사에서는 자신에게 아무도 소리를 지르지 않아 좋아한다.
피가 난무하고 극단적인 폭력과 가학-피학, 극우 찬양 등의 게시물을 매일 수백개씩 접하는 감수자들은 급기야 헥사에게 하청을 준 회사인 거대 플랫폼 기업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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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우리가 본 것 =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거대 미디어 플랫폼 기업의 하청회사인 '헥사'에 소속된 주인공 케일리는 유해 게시물로 신고된 게시물을 검토해 삭제하는 일을 한다. 콜센터보다 높은 시급을 준다는 말에 솔깃해 취업하는데, 하루에 500개의 영상 클립을 확인하고 평가하느라 화장실 갈 시간을 내기도 힘들다.
소설 '우리가 본 것'은 네덜란드에서만 65만부 이상이 팔리고 14개국에 번역 소개된 작품이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하나 베르부츠의 2021년 작품으로, 콘텐츠 감수자들의 세계를 생생히 그렸다.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회사 때문에 사무실에는 필기구를 비롯해 그 어떤 물건도 갖고 들어갈 수 없고, 화장실에 가려고 책상에서 일어나면 곧장 스톱워치가 작동한다. 하지만 케일리는 이전 직장에서와 달리 헥사에서는 자신에게 아무도 소리를 지르지 않아 좋아한다.
반대로 동료들은 이 일이 너무 힘들다. 피가 난무하고 극단적인 폭력과 가학-피학, 극우 찬양 등의 게시물을 매일 수백개씩 접하는 감수자들은 급기야 헥사에게 하청을 준 회사인 거대 플랫폼 기업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인간의 도덕 개념을 무디게 하고 사용자를 감정적 좀비 상태로 만드는 인터넷 이미지들의 폐해, 디지털 콘텐츠를 둘러싼 윤리의 문제 등이 단지 소설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라는 사실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북하우스. 176쪽.
▲ 금빛 종소리 = 김하나 지음.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힘빼기의 기술',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공저) 등을 쓴 김하나 작가의 고전 읽기 안내서다.
저자는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를 중심으로 고전 산책의 안내자가 되어 "자유롭고 쾌락적으로" 독자와 함께 고전의 골목들을 걷는다.
고전 이야기를 하던 저자는 어느새 가지치기해 영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그림, 만화 등으로 화제를 넓혀 수다를 이어 나가기도 한다. 쉽지 않은 고전을 읽을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도 알려준다. 일단 100페이지까지는 참고 읽어보는 것이다. 100페이지를 읽으면 등장인물과 안면을 트게 되고, 책 속 공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00페이지를 읽으면 '책의 리듬' 속으로 확실히 들어갈 수 있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책을, 고전을 가까이 두고 읽는 것은 '즐거움'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온갖 탈 거리가 가득한 이 세상을 잘 누리면서도 시간 내어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걷기만의 즐거움이 있어.'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독서만의 즐거움이 있어.'"
민음사. 328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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