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중성화 논란] ①"외국은 임신묘도 수술, 태어나면 더 고통"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한송아 기자 2024. 6.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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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묘 중성화 놓고 이견…"육안 확인 쉽지 않아"

[편집자주] 충북 청주의 한 동물병원에서 길고양이를 마구잡이로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중성화 수술은 정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인데, 논란의 핵심은 이 예산을 노리고 임신한 길고양이까지 포획해 수술을 했다는 겁니다. 반윤리적, 반동물권 문제가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중성화 수술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번 논란의 전말을 2회에 걸쳐 정리했습니다.

절기상 하지를 하루 앞둔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거리에서 길고양이가 더위를 피해 자동차 아래 그늘에 들어가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2.6.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정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진행되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성화 사업은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해 울음소리와 밥자리, 위생 문제 등으로 생기는 시민 갈등을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자 외국처럼 정부는 예산 지원 대신 지침 마련을, 비용은 민간에서 지급하는 민관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신묘 중성화"vs"임신 여부 육안으로 확인 어려워"

29일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청주의 동물병원에서 임신 중기와 만삭묘를 수술해 논란에 휩싸였다.

A병원은 120마리 중 35마리, B병원 112마리 중 28마리 임신묘를 수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동물단체는 "병원에서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임신한 고양이를 무리하게 중성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물병원 측은 "길고양이는 육안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특성 상 야생성과 강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어 다가가면 할퀴거나 무는 등 마취없이 임신 중임을 확인하는 방법은 힘들다"고 반박했다.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북 군산의 한 고양이보호단체는 사업비 횡령 의혹을 받기도 했고, 울산에서는 중성화 수술을 했다는 표식(왼쪽 귀 커팅)을 한 고양이가 실제로는 수술이 돼 있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이 포획업자와 일부 동물병원만 배불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21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길고양이 중성화를 위해 투입된 세금은 120억 원을 돌파했다. 중성화 숫자는 8만 3539마리. 2017년 38여억 원에서 2021년 3배 이상 늘었다. 관련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중성화 예산은 1마리당 17만 원 정도다. 이 중 6~7만원은 포획업자가 가져간다. 포획틀 비용이 포함되기도 하고 병원에서 따로 지원하기도 한다.

10만원 정도는 병원에서 가져간다. 이 비용에는 수술비 뿐 아니라 재료비, 입원비(수컷 24시간, 암컷 72시간), 사료비, 인건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 병원에서는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입장이다.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에 따르면 수의사는 마취·수술 전 길고양이의 수태(임신) 또는 포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몸무게 2㎏ 미만이거나 수태나 포유 상태가 확인되면 즉시 방사해야 한다.

다만 농식품부의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에는 수술을 위해 마취 후 임신 상태가 확인된 경우라면 안전하게 수술하는 것이 새끼와 어미의 복지와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 시내 한 공원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모습. 2021.1.2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미국, 영국, 유럽 등에서는 임신한 길고양이도 중성화 수술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수술을 잘하는 수의사가 임신묘를 중성화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는 감성적인 측면을 고려해 임신묘를 방사하다 보니 개체수 조절 취지에 맞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야생성이 강한 길고양이의 경우 임신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평소 길고양이를 돌보는 자원활동가(캣맘, 캣대디)도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하고 중성화 수술을 신청할 수 있다.

정부 중성화 수술을 지원하고 있는 한 수의사는 "3월~5월 사이에 고양이들의 60% 이상이 임신을 한다"며 "포획틀 안에서 웅크리고 있으면 육안으로 임신 여부를 알 수가 없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살찐 수컷을 보고 임신묘라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의사는 "배 나온 사람은 다 임신부고, 가슴 크면 다 아기 낳은 사람인가"라고 반문한 뒤 "동물은 더욱이 육안으로 감별이 어려운데 검사를 하지 않고 왜 모르냐는 말은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신묘 여부는 초음파를 통해 정확히 알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초음파 촬영은 쉽지 않다.

고양이 발정은 생후 4개월~9개월부터 시작되고 연중 번식이 가능하다. 특히 3월~5월 사이에는 번식이 증가하면서 '아깽이 대란'이 시작된다.

고양이의 임신 기간은 2개월이다. 평균 5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가 젖을 떼고 1개월 후에 교미배란을 통해 바로 임신이 가능하다. 새끼 고양이는 태어난 지 6개월만 지나도 번식을 할 수 있다.

인도적인 중성화를 내세워 임신묘를 모두 방사하게 되면 개체수 조절을 하지 못해 숫자는 금방 불어난다. 더욱이 야생성이 강한 길고양이를 방사하면 다음에 다시 포획하기도 힘들어진다.

한 관계자는 "새끼들은 태어나도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아는 캣맘들은 오히려 임신묘라도 수술을 해 달라고 한다"며 "고양이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임신묘를 무조건 방사하는 것이 인도적인 행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피펫]

news1-10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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