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포옹하는 인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포옹은 사람이 접촉하는 행위 중 가장 면이 넓다.
예술은 자유와 진실을 포옹하는 핍진한 인간 활동이며, 그중 미술은 시각적 포옹 역할을 한다.
포옹하는 장면을 동화 같은 순박함으로 승화시켰다.
다듬지 않은 재료와 간략한 표현은, 사람과 사람 사이 포옹이란 복잡하지 않은 사랑의 발로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포옹은 사람이 접촉하는 행위 중 가장 면이 넓다. 서로의 체온을 고스란히 나누는 몸과 마음의 교환이다.
예술은 자유와 진실을 포옹하는 핍진한 인간 활동이며, 그중 미술은 시각적 포옹 역할을 한다.
벤 샨(1898~1969)은 미국에서 드문 '사회적 사실주의' 화가다. 옛 공산주의권에서 내세운 '사회주의 사실주의'와 헷갈리는 용어일 수 있으나 퍽 다르다.
선전 선동과는 무관한 작품들을 만들었다. 개인과 사회의 고통이나 불행, 기쁨 등을 따스한 마음으로 그렸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여적 작품들이 주류다.
1946년 벤 샨이 그린 '형제'를 보면 애정을 나누는 두 남자 감정이 깊게 혹은 아프게 각인된다. 오랜만에 만난 인사인지, 이별 직전 나누는 교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뜨겁게 맞댄 얼굴과 몸, 서로를 감싼 손으로부터 절실함과 뭉클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벤 샨처럼 '인간애'에 초점을 맞춘 동시대 작가는 독일 판화가 겸 조각가였던 케테 콜비츠(1867~1945)다.
독일의 비참한 노동 현실을 목도한 그녀는 의사인 남편과 함께 일찌감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며 그들 처지를 작품으로 제작하며 현실을 고발했다.
'직조공들' 판화 연작, '농민전쟁' 판화 연작을 통해 참여 작가 경향을 뚜렷이 드러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아들을, 2차 세계대전 때는 손자를 잃는 참척(慘慽)을 겪으며 그녀 작품은 '반전(反戰)'과 '모성'을 주제로 치열하게 싸웠다.
1938년 완성한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는 그 절정이다. 약 400년 만에 미켈란젤로 불후의 명작, '피에타'가 부활했다는 평이다. 거기에 차원 다른 감성을 보태고 있다.
인간이 만든 최악의 발명품인 전쟁이 만든 고통, 인류 스스로가 저지른 사랑의 파괴를 고발했다. 작품 앞에 서면 숙연함을 떨치기 어렵다.
이 작품은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관인 독일 베를린 '노이에 바헤(Neue Wache)'에 설치돼 있는데, 조각상 위로는 큰 원이 뚫려 있어 빛과 비, 눈과 바람을 오롯이 맞는다. 이들은 두 사람 사랑을 북돋우거나 방해하는 외부의 힘을 상징한다. 둘은 더 진하게 포옹할 수밖에 없다.
루마니아 출신 조각가 콘스탄틴 브란쿠시(1876~1957)는 오귀스트 로댕의 역작, '키스'를 본 뒤 포옹하는 작품을 연작으로 꾸준히 제작했다. 포옹하는 장면을 동화 같은 순박함으로 승화시켰다. (1908)
돌의 물리적 속성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으며 단순하게 표현했다. 다듬지 않은 재료와 간략한 표현은, 사람과 사람 사이 포옹이란 복잡하지 않은 사랑의 발로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1890~1918)가 그린 '포옹(연인들-2)'(1917)은 그와 그의 부인 에디트 하름스 사이 행복한 순간을 묘사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이듬해 둘 다 스페인 독감으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으니, 둘의 포옹은 애절한 자화상으로 남았다.
형제든, 모자든, 연인이든, 사람은 사람을 부둥켜안는다. 팔을 벌려 얼굴을 비비며 상대방의 체온과 존재감을 확인한다. 포옹하는 동안 전해지는 온기 때문에 서로의 감정을 속이기 어렵다. 사랑과 화해의 주춧돌이다.
사람의 몸은 참 따뜻해/ 7초간 포옹했을 뿐인데/ 비 그친 후의 태양처럼 향기롭지
사람끼리 닿으면 참 많은 것을 낫게 해/ 상처가 낫고 슬픔이 가라앉고/ 외로운 눈동자가 달콤한 이슬비에 젖지
닿고 싶어, 낫고 싶어/ 당신과의/ 가슴 뭉클한
7초간 포옹
(신현림, '7초간의 포옹-2')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닿기 위해 끌어안아 보자. 7초가 아니라도 좋다. 단 3초라도 안자. 상처가 아무는 영원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dohh@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경찰, '팬 폭행 방관 논란' 가수 제시 무혐의 처분 | 연합뉴스
- '우크라 파병 북한군 음란물 탐닉'설 제기…美당국 "확인 불가" | 연합뉴스
- 여고생들 발만 노려…20대 강제추행범 징역 1년 6개월 | 연합뉴스
- '훼손 시신' 유기사건 신상공개 결정…군 장교 "즉시 공개 거부" | 연합뉴스
- "노래 좀 그만" 라이브카페서 다른 손님 술병으로 내리쳐 | 연합뉴스
- '엄마찬스'로 치전원 합격한 대학원생…2심도 "입학 취소 정당" | 연합뉴스
- 672억원…트럼프 승리 예측해 잭팟 터뜨린 익명의 도박사 | 연합뉴스
- '[국제발신] 해외승인 499,500원'…전 국민에 50번씩 문자폭탄 | 연합뉴스
- "살려달라"며 울던 딸, 딥페이크 영상이었다…납치사기 악용 | 연합뉴스
- 무시했다는 이유로 모텔서 흉기로 연인 살해한 50대 구속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