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독한 장마 온다는데 반지하 주민 어쩌나…이주비 지원 끊겼다
[편집자주] 2년 전 여름 서울에 내린 기록적인 '극한호우'. 도시 곳곳이 물이 잠겼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반지하주택 등에서는 인명피해도 생겼다. 이후 수해 대책이 나왔지만 침수피해는 여전히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주거취약계층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주거취약지대는 장마철을 앞두고 다시 생존을 위협받는다. 그간 쏟아졌던 수해 대책의 성과를 되짚어봤다.
2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도입했던 '반지하 이주비' 지원사업이 올해부터 중단됐다. 반지하 이주비 사업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보증금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서울 지역 반지하 주택 거주자가 지상층 주택으로 이사할 때 이사비를 최대 40만원까지 실비 지원한다.
해당 사업은 2022년 '극한호우'에 따른 수해 피해가 서울 곳곳에서 발생한 직후 신설됐다. 반지하 주거 멸실 등 중장기적인 주거개선 대책과 함께 당장 주거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로 도입됐다. 고시원·옥탑방 등 여러 비정상거처를 묶어서 지원하는 다른 사업과 달리 반지하 주택만 특정해 지원하기 때문에 서울시의 적극적인 수해 맞춤 대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사업 신설 후 집행 실적은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초라했다. 1년간 이주비 지원 건수는 62건, 전체 이주비 지원금액은 2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수해 피해가 컸을 때 '반짝 대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원 대상자에게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서 신청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이주비를 신청했다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신청을 거절당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올 여름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폭우를 예상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 좁은 영역에 걸쳐 단기간에 폭우가 쏟아지는 강우 패턴은 이미 한국에서 일상화 됐다"며 "새로운 일상이고 뉴 노말이 됐다"고 했다.
박종연 전북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세계 모든 거의 기관의 예측모델 결과를 보면 공통적으로 온난화로 강수 강도는 강해지고 빈도는 늘어났다"며 "중요한 건 올해 강하고 잦은 폭우가 얼마냐 올 것이냐를 예측하기 보단 앞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강수가 내리는 형태가 늘어난다는 점"이라고 했다. 기상청은 올 7·8·9월 날씨를 전망하면서 강수량에 대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침수피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수도, 펌프장 등 '방재시설의 한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장·단기 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은 서울연구원 기후변화연구실 연구위원은 "침수위험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반지하주택을 없애는 것이지만,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며 "침수위험도와 건축적인 특성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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