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 유엔대사 "북러 협력 증거 명백…손바닥으로 하늘 못 가려"
6월 안보리 의장국 수임 기간내 인권·사이버·비확산 등 3가지 대북 이슈 공식회의 개최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2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북한과 러시아간 군사 협력의 증거가 "더 이상 명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황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미 무기거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비확산'을 의제로 열린 안보리 공식회의에서 북러 무기거래에 대한 민간 단체의 브리핑에 대해 "북러간 군사 협력을 명백히 증명하는 생생한 발표"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의 조나 레프 집행이사는 이날 발표자로 참석해 연구소 조사팀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시 등지를 방문해 탄도미사일 잔해를 자세히 분석한 결과 해당 미사일 잔해가 북한제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레프 이사는 미사일의 지름과 볼트, 2023년을 의미하는 북한의 '주체 연호' 등을 토대로 북한산 미사일임을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앞서 안보리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출장 조사 후 지난 4월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 1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시에 떨어진 미사일의 잔해가 북한산 탄도미사일임을 확인했다는 보고와 일치한다.
황 대사는 단체의 설명이 "더 이상 명확할 수 없다"면서 "이는 북한이 러시아에 막대한 양의 무기를 제공했다는 여러 정보 보고를 확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약 500만발의 포탄을 담을 수 있는 최소 1만여개의 컨테이너를 러시아로 운송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사용한 무기 중 북한제 122mm 포탄 포함 등을 거론하면서 "이는 모두 만장일치로 채택한 관련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앞서 언급한 증거들을 고려할 때, 저는 그 무기들이 북한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검증하는 데 얼마나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한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거짓말과 비난으로 진실을 숨기거나 심지어 진실을 피해 도망치려 할 수도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사는 또 "애석하게도 이 모든 조사와 보고들은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활동의 일부였을 수 있다"면서 "전문가패널은 우리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유로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이날 브리핑이 전문가패널이 해체된 이후 북러간 노골적인 대북 제재 위반 사례를 적극적으로 조명하는 첫 번째 공개 안보리 공식회의라는 점에 환영한다며 "안보리는 전문가 패널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제재 위반이나 회피를 계속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브리핑은 유엔 회원국들에 가치있는 정보를 적시에, 정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오늘 회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 석유 및 석탄의 불법 해상환적부터 사치품 및 분야별 금수의 빈번한 위반, 불법 사이버 활동, 해외 북한 노동자, 더 나아가 무기 거래에 이르기까지 각 항목에 관한 일련의 브리핑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와 관련한 이사국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황 대사의 언급은 한미일 등이 대북 제재를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임기 연장 없이 해체된 이후 대체 메커니즘 마련을 검토해 온 것과 관련해 안보리 회의를 주기적으로 열어 대북 제재 위반 사례를 사안별로 보고받고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주유엔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 대해 "전문가 패널이 해체됐음에도 불구하고 안보리가 주요 대북 제재 위반 사례에 대해 유용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안보리 회의를 모델로 삼아 비단 불법무기 거래뿐 아니라 불법 해상환적, 불법 사이버 활동, 사치품 및 섹터별 금수 위반 조치, 해외 노동자 등 이슈별 브리핑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 대사는 이날 발언에서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체결을 통해 군사협력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황 대사는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이 되는 어떠한 직·간접적인 행동도 이 회의장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했던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것임을 다시 강조한다"며 "한국은 동맹 및 우방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대응은 신중하고 절제될 것이고, 우리의 정책 변화는 러시아와 북한이 무엇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우리는 역내 주요 국가들과 대화와 소통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북한/비확산' 의제 회의 개최로 한국은 6월 안보리 의장국 수임 기간 주요 북한 문제인 인권, 사이버, 비확산 등 세 가지 주요 이슈에 관한 안보리 공식 회의를 모두 주재하게 됐다.
주유엔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한국은 의장국 수임 기간 중 북한의 3가지 이슈에 관한 안보리 공식회의를 모두 개최했다"며 "특히 의장국 수임 마지막 날에 북핵(비확산) 이슈 브리핑을 개최함으로써 의장국 활동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밝혔다.
6월 안보리 의장국을 맡아온 한국은 추가 긴급회의가 소집되지 않을 경우 이날 일정을 끝으로 한 달간의 의장국 활동을 마치게 된다.
황 대사는 한국을 대표해 오후 소말리아 상황을 의제로 안보리 회의를 주재한 뒤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달간 안보리 활동을 보고한다. 이후 안보리 이사국 초청 리셉션을 열고 의장국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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