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구분적용으로 최저임금 부담 던다?…"해외서는 정반대"

이정현 기자 2024. 6. 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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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업종별 구분적용 이견 핵심은 '더낮은' 최저임금 기대·우려
해외서는 "단일 최저임금 수준보다 높은 '상향식'이 대부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의결이 법정기한을 넘긴 가운데 지난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복도에 민원인이 서 있다. 전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경영계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했고, 노동계는 이에 반발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2024.6.28/뉴스1 ⓒ News1 김민재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가 끝내 올해도 법정 심의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1987년 최저임금 심의가 처음 시작된 후 기한 내 심의를 마친 건 9차례에 불과하다보니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업종별 구분(차등)적용'을 둘러싼 노사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정작 임금 인상 폭과 관련한 논의는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상태다.

업종별 구분(차등)적용에 대한 노사의 찬반 주장과 배경, 유사한 방식으로 최저임금제를 운영 중인 해외 사례를 살펴봤다.

◇경영계 "소상공인 지불능력 넘어서" vs 노동계 "노동의 불평등 심화"

29일 최저임금위원회와 경영계, 노동계 등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법정 심의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열린 '6차 전원회의'는 7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노사의 견해차가 끝내 좁혀지지 않으면서 해당 안건에 대한 결정은 다음 7차 전원회의로 미뤄지게 됐다.

경영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넘어섰다는데,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지면서 노동시장 수용성이 저하된 상태로 2019년 한 해에만 실질적인 임금 상승률은 33%에 달한다"며 "일부 업종 중심으로 현 수준의 최저임금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구분 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영계 측은 본격적인 업종 구분 논의를 위해 구분 업종으로 음식점업(한식·외국식·기타 간이), 택시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을 제안했다. 지난해에도 경영계는 편의점, 숙박·음식점업, 택시운송업 등 3개 업종에 대해 업종 구분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계 반발에 부딪혀 표결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다.

노동계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이 일부 업종에서 더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업종별 구분적용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어떤 노동에 대해서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경제생태계가 무너져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차등적용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법을 위반하고 있는 부끄러운 일이다. 현재 최저임금 노동자가 세금 등을 제하고 나면 받는 실수령액은 월평균 185만 원으로 비혼 단신 노동자의 월 실태 생계비는 246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맞섰다.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은 법적으론 가능하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첫해 업종 구분이 이뤄진 적이 있다.

당시 최저임금은 '10인 이상 제조업'에만 적용했는데 섬유·잡화·식품을 만드는 경공업 쪽은 462.5원, 금속·기계·화학·석유 등을 만드는 중화학공업 쪽은 487.5원이었다.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위원과 류기섭 근로자위원이 법정 심의기한 마지막 날 회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2024.6.27/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노사 이견 핵심은 '더 낮은' 최저임금에 대한 기대·우려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노사 간 이견의 핵심은 해당 방식을 도입할 경우 현재 최저임금액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설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실제 경영계와 노동계는 '더 낮은' 최저임금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더 낮은' 최저임금액 설정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과학적 통계 제시 및 법률상 명시적 근거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즉, 법률상 가능한 업종별 구분적용을 실시하더라도 현행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 설정을 위해서는 보완 입법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또 다른 최저임금의 설정은 가능한'을 보면 입법조사처는 최저임금법 제4조 제1항에서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는 의미가 현재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 설정을 곧바로 가능하게 하는 근거로 보기에는 다소 난점이 존재한다고 봤다.

그 이유로 법상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제도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보장'이라는 최저임금의 본질적 취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현행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이른바 '하향식 차등적용'을 위해서는 경제적 변수 및 국가의 역량, 노동통계의 질, 행정집행력 등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입법조사처 판단이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업종별 구분적용을 요구하는 모습.ⓒ News1 김도우 기자

◇해외 사례 보니…법정 단일 최저임금 상회하는 경우 '대부분'

업종별 구분적용을 실시하고 있는 해외 주요 사례를 보면 '업종별 최저임금'은 법정 단일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법정 최저임금은 업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일괄적용되지만, 단체협약을 통해 결정된 업종별 최저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 우선 적용된다. 또 이 경우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을 때만 차등적용이 인정됐다.

호주의 업종별 최저임금은 기본적으로 산별 노사협약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임금액은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게 설정돼 있었다.

일본의 경우 최저임금은 '지역별 최저임금'과 '특정(산업별) 최저임금'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은 일반적인 제도로 전체 근로자의 임금 하한선을 보장하는 역할을, 특정 최저임금은 일정한 사업 또는 직업과 관련한 최저임금이다.

특정 최저임금은 지역별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성격으로, 기업의 임금수준 설정 시 노사 간의 협의체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또 지역별 최저임금과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둘 중 더 높은 최저임금을 적용받게 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을 허용하는 '상향식'을 적용 중"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기본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하는 '하향식'과는 다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고자 한다면 해외 사례와 유사하게 단일 최저임금제도를 보완하는 성격의 업종별 최저임금 구조를 설계해 기준 최저임금과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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