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서 '탈주'까지…좋은 영화 남기는 책임감" [여름대전: 제작자들]

장아름 기자 2024. 6.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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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 제작자 더램프 박은경 대표 인터뷰②

[편집자주] 영화계와 관객들 모두 기다리는 '여름 시즌'이 다가왔다. 국내 극장가는 올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이번 여름에도 기대작들은 존재하기에 '희망'은 계속되고 있다. 올 여름 한국 영화 기대작들을 탄생시킨 제작자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탈주 포스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규남, 현상과 같이 시원하게 달리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는 7월 3일 개봉을 앞둔 '탈주'(감독 이종필)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연출했던 이종필 감독과 당시 제작을 맡았던 더램프가 다시 한번 더 의기투합했다.

더램프의 박은경 대표는 신작 '탈주'에 대해 "날 것 같은 느낌의 추격전"이라며 "극장에서 사운드와 함께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자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탈주'는 개봉에 앞서 진행된 시사회에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 꿈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자신의 선택을 믿고 직진으로 내달리는 규남이 주는 쾌감, 그를 쫓는 현상의 긴박한 추격전으로 94분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몰입감이 영화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탈주'는 감독과 배우의 재능이 마음껏 발휘된 작품이다. 배우의 생고생이 실감되는 이제훈의 생생한 전력질주 장면과 이전에 본 적 없던 새로운 캐릭터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 구교환의 열연은 물론, 메시지를 풀어가는 방식부터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연출까지 그 시너지가 '탈주'의 흥행을 기대케 하는 요인이다. 이는 제작자로서의 탁월한 선구안으로 작품을 세팅한 박은경 대표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은경 대표는 제일기획과 IBM, 쇼박스 마케팅과 투자팀을 거친 후 제작자로 '동창생'(2013) '쓰리썸머나잇'(2014) '해어화'(2015)를 차례로 선보였고,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택시운전사'(2017)로 첫 1000만 영화를 남겼다. 이후 '말모이'(2019)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 '인생은 아름다워'(2022) '유령'(2023)까지 작품성과 대중성을 다잡은 영화로 국내 대표 여성 제작자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는 이전보다 더욱 치열하게 영화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영화는 나보다 오래 산다, 어떤 영화가 오래 살아남을지 모르니 책임감을 갖고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탈주' 개봉을 앞둔 박은경 대표를 만나 영화의 비화 등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은경 대표 / 더램프 제공

<【여름대전: 제작자들】 박은경 대표 편①에 이어> -'탈주'의 음악이 오프닝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줬다. 달파란 감독과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은 작곡과 작사, 연주까지 다 혼자 직접 다 하신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유령' 등 많은 작품을 달파란 감독님과 함께 하고 있는데, 정말 끊임없이 고민하시는 만큼 너무 잘하셔서 대만족이다. 콘티를 미리 봤을 때는 이런 얘기를 꽤 오래전부터 했었고 현장에도 있었지만, 막상 편집돼서 보니까 진짜 좋더라. '이번에도 원하는 걸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많은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했지만, 프로덕션 과정서 제작자로서 과감하게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낸 부분이 있다면.

▶규남이 늪에 빠지는 장면인데, '이건 안 뺐으면 좋겠다' 했다. 배우가 너무 고생하겠지만 힘든 걸 보여줄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탈출이라는 과정이 총만 피하는 과정이 아니니 물리적으로도 힘든 걸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장면을 빼느냐, 마느냐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있었지만, 감독에게 사수했던 장면은 이 장면이었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이어 '탈주'까지, 두 작품은 도전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제작자와 감독 모두 이 메시지에 대한 공통된 공감대가 있었는지. 제작자로서는 이런 이야기에 흥미가 더 큰가.

▶인간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려 애쓰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어떤 이야기를 만들자 했을 때 큰 공감대는 필요하다. 그래야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다. 두 작품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내부 고발 얘기로 끝내지 말자 했다. 내가 다니는 직장을 조금 더 좋은 직장으로 만들어보자는 메시지였다면, '탈주'도 남쪽으로 가자는 목표보다는 궁극적으로 내가 있는 환경에서 조금 더 나아지는 나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그쪽에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다.

-이번 여름 시장에 나온 작품들 공통점이 100분 안팎의 영화라는 점이다. '탈주' 또한 94분으로, 긴 러닝타임은 아니다. 제작 단계부터 러닝타임에 대한 고민이 있었나.

▶뭔가 기획할 때 러닝타임을 정하진 않지만, 이 이야기를 하기에 적정한 시간은 얼마인가 고민은 하는 것 같다. '인사이드 아웃2'도 90분대의 러닝타임인데, 요즘 쇼츠를 많이 보다 보니까 속도감이 중요한 것 같다. 요즘은 사람들이 워낙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 이미 콘텐츠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우리도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어'라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더라. 작품을 만든다는 건 인터렉티브한 작업이니까 콘텐츠를 많이 보게 되는 만큼, 도파민이 웬만해서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 새로워져야 하는 느낌은 있다.

탈주 스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준 재미와 감동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는데, '탈주'가 전하는 메시지가 젊은 세대들에게 소구될 거란 기대도 있을 것 같다.

▶고민의 답을 꼭 영화에서 찾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모든 것에 의미 부여를 한다는 건 어렵기에 그냥 '1시간 반이 너무 재밌었다' '흥분 최고!' 이런 반응도 좋다. (웃음) 돈이 아깝지 않다면 일차적인 만족이 되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선 재밌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전작들은 대중성과 재미는 물론이고, 그 이상의 의미까지 가져갈 수 있었던 작품을 많이 해왔는데. 신작을 선정할 때 기준이 있나.

▶회사에서 가장 잘된 작품이 '택시운전사'다. '택시운전사'를 만든 기획 의도는 '도망가지 말자'였다. 그 영화에서 제게 가장 중요했던 건 U턴이었다. 과거 촬영 현장 갔다가 괴한을 만났던 경험이 있는데, 그때 느낀 것은 '사고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게 쉬운 게 아니구나' 였다. 훌륭한 시민들이 신문에 나고, 소방관이 사람을 구하고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상황이 돼보니 어려운 일이구나 느꼈다. 그 생각을 갖고 만든 게 '택시운전사'였다. 늘 얘기하는 것이지만 '내가 죽어도 좋은 영화는 남아있다, 영화는 우리보다 오래 산다는 것'이다. 어떤 영화가 오래 살아남을지 모르니 책임감을 갖고 좋은 영화를 만들 필요가 있겠다 싶더라.

-앞서 '하이재킹'과 '핸섬가이즈'가 개봉했다. 대진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대진운까지 고민할 정도로 사고가 깊지 못하다. 정말 살 떨린다. 지금 영화가 10편도 넘게 개봉했는데 이렇게까지 초긴장 상태인 적이 있었나 싶다.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시장이 어떨지, 진짜 좋아해 주실지, 저희 영화뿐만 아니라 많은 고민이 드는 시기인 것 같다. 그래서 정말 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야 시장이 커지고 산업이 좀 더 선순환의 구조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현재 100% 회복한 것 같진 않아서 솔직한 심정은 좀 무섭지만, 만약 좋은 영화로 선택을 받으면 정말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워질수록 제작자로서 더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더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 같다. 더 매력적인 이야기, 극장 영화로서의 완결 이런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이전에도 고민을 했지만, 더 치열하게 되는 시점인 것 같다. 이전엔 '팬데믹이니까'라고 했지만 '이젠 핑계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더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강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하면서 더 좋은 이야기를 고민하는 것 같다.

-'탈주'는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의미의 작품이 될 것 같나.

▶두 남자의 본격 액션은 처음하는 것 같은데 이걸 함께 만든 사람들이 '내가 이 영화를 했지' '내가 그 작품에 참여했지' 뿌듯해하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만든 사람들에게 인생 어느 시기에 만들었던 좋은 작품으로 그렇게 남았으면 좋겠고, 보는 분들에게도 그 행복이 전해졌으면 한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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