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두 다리를 잃은 우크라 소녀, 희망을 위해 달린다.
지난 24일 오스트리아 빈 레오폴트슈타트의 프라터 공원(Prater Park)입니다. 노란색과 파란색 천 위에 의족이 놓여 있습니다. 철판을 휘어 만든 보철에 신발 밑창까지 붙인 것을 보니 달리기용 의족인 모양입니다. 무릎 아래까지 있어 사용하는 사람의 상태를 미루어 짐작하게 합니다.
야나 스테파넨코(Jana Stepanenko)는 지난 2022년 4월 두 다리를 잃었습니다. 12살의 어린 나이였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르비우로 피란을 떠나기 위해 돈바스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을 찾았을 때, 그녀의 가족에게 미사일이 날아들었습니다. 피란민으로 가득 찬 기차역에 러시아군은 미사일을 퍼부었습니다. 그녀는 두 다리를, 어머니는 한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쌍둥이 형제인 야로스와프(Yaroslav)는 무사했지만, 그 후 부상 당한 모녀의 병간호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전쟁에 참전 중이었습니다. 그녀의 인생이 끝나는 듯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걸을 권리 재단(The Right to Walk Foundation)’의 도움으로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재활을 시작했습니다. 재활을 시작했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야나가 첫발을 내디뎠었습니다. 사고 후 넉 달 만이었습니다.
야나는 올해 4월 열렸던 보스턴 마라톤 5km에서 완주를 해냈습니다. 야나가 마라톤에 참여한 것은 재활에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 다리를 잃은 올렉산드르 리아스니(Oleksandr Riasnyi)의 의족 기금 마련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아픔을 뒤로한 채 다른 사람을 위해 달린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대단한 소녀입니다.
현재 야나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무릎에 문제가 생겨 20m만 달릴 예정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달립니다. 전쟁에서 다친 사람들을 위한 기부금을 모아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한 자선행사입니다.
14살 아이의 생각과 행동이라고 믿기지 않습니다.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아이입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500억대 다단계 사기’ 마이더스 前 대표 서모씨, 징역 16년
- [단독] ‘검사 때 사건 수임 논란’ 이종근, 검찰 수사 받는다
- 제주 침몰 어선 선원 수색...밤새 이어간다
- 공사 현장 신호수 들이받아 숨지게 한 20대 운전자, 경찰 조사
- [만물상] 돈은 먼저 알았다
- “조세호가 뭐라고”...김구라, 결혼식 불참 이유 밝혔다
- 野, 검찰 특활비·특경비 전액 삭감...딥페이크 수사 필수비도 0원
- 미국, 러시아 은행 제재 전격 해제
- 고3 수험생 학부모들, 직접 수능 문제 푼 후 보인 반응은
- 경기도,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선정... 화성·평택·이천 3곳으로 압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