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사천, 우주항공청 개청 후 불거진 행정통합에 ‘시끌’

김정훈 기자 2024. 6.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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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민통합추진위원회가 지난 24일 상평복합문화센터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진주상공회의소 제공

우주항공청이 지난달 경남 사천에서 개청한 후 경남 진주시와 사천시의 행정통합 불거지면서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진주시는 과거 두 도시는 하나였다면서 통합 논의를 적극 제안한 반면 사천시는 반발하고있다.

29일 진주시에 따르면 시는 관내 30개 읍·면·동 사무소와 행정복합센터의 온·오프라인을 통해 ‘사천·진주 통합의 이점’이라는 안내문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홍보물은 ‘서부경남 상생발전의 희망, 사천·진주 통합’이라는 제목의 전단지 형태이다. 홍보물에는 1906년과 1914년의 행정구역 개편 전까지 사천과 진주는 한 뿌리였다고 강조했다.

서부경남지역 학생들이 진주지역 5개 대학으로 진학하는 교육분야를 시작으로, 물공급·공공기관·의료·교통·언론 등 전분야에 걸쳐 사천과 진주는 동일생활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5월 27일 우주항공청의 사천 개청으로 우주항주항공산업 우위 선점을 위해서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향후 진주·사천 연합 시민통합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여론조사·토론회·세미나 등을 열어 통합을 논의하자고 제시했다. 앞서 조규일 진주시장은 지난 5월 20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행정통합 로드맵을 제안했다.

진주지역 경제·문화·체육·학계·시민단체들도 지난 24일 ‘진주 시민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통합추진위는 “지방소멸을 대비해 곳곳에서 광역 행정통합을 논의하는 만큼 서부경남 지자체의 연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남 사천시의회 의원들이 지난 5월 21일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천·진주 행정통합 제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사천시의회 제공

사천시(인구 10만8979명)는 진주시(33만9883명)보다 인구는 적지만, 우주항공산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 사천시장과 사천시의회는 진주시의 통합 제안에 발끈했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지난 23일 성명서를 내고 “뜬금없고 일방적인 행정통합 제안”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주항공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시기에 절차적으로나 명분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앞서 사천시의회도 지난 5월 21일 사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살장의 소가 웃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방자치단체간 통합은 국회 입법이나 중앙정부 행정 명령으로 강제 통합, 시민 자율적 통합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지역 간 분열과 갈등만 조장할 수 있어 행정 통합은 쉽지 않다는 것이 지역 정치인들의 시각이다.

진주·사천 통합은 2011년~2012년 두 차례나 여론조사를 했지만 찬성 주민이 많지 않아 무산된 적이 있다. 2011년 진주상공회의소가 두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한 통합여론조사에서 43%만 찬성했다. 2012년 정부가 지방행정체제 개편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사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통합여론조사에서도 1차 45%, 2차 35%만 찬성했다.

당시 사천 시민들은 통합 반대 이유로 1995년 5월 삼천포시와 사천군의 도시·농촌 통합을 거론했다. 통합이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돼 두 지역의 정서적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형근 사천시의회 의장은 “통합이 몇몇 정치인들의 제안으로 되겠냐”며 “진주시장은 통합 제안을 즉각 철회하고 사천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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