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를 든 저 노동자들은…’[신문 1면 사진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6월 24일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윤상현 의원이 지난 21일 앞서 당 대표자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23일에는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시간 간격으로 서로 견제하듯 잇따라 당대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이날 한 전 비대위원장은 출마 선언 후 기자들을 만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당권 경쟁에 나선 나경원·윤상현 의원은 한 전 위원장에게 “위험한 발상” “자충수”라고 날을 세웠지요. 네 후보의 사진으로 24일자 1면 사진을 구성했습니다.
■6월 25일
‘화성 공장 화재...1명 사망’
속보가 떴습니다. 현장에는 지금 바로 가야 할지, 사고 규모가 좀 더 확인된 후에 가야 할지를 두고 잠시 고민했습니다. 옆에서 보던 선배는 “갈까말까하면 일단 가는 게 맞다”며 카메라를 챙겨 화성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 20명 가까이가 연락 두절이라는 속보가 다시 떴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화성시 소재 리튬전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리튬전지 하나에서 시작된 불이 전체로 옮겨붙으며 연쇄 폭발이 일어났고 다량의 유독가스가 방출됐습니다. 이 사고로 23명이 사망했습니다. 국내 화학공장 화재 역사상 최악의 인명피해를 냈습니다. 1면 사진은 처참하게 탄 공장 내부에서 구조대원이 실종자를 수색하는 모습입니다. 희생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6월 26일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참사 후속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전날에 이어 이날 가장 주요하게 다룬 보도입니다. 이날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9개 기관의 요원들이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습니다. 화재 공장의 모회사 대표가 현장에서 사과했고요, 사망 노동자의 가족들이 공장을 찾아 오열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사고 이튿날 보도에는 현장 감식 사진을 쓰는데, 이날은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이 공개한 화재 발생 상황이 담긴 CCTV 캡처 사진이 1면을 차지했습니다. 사진은 리튬전지가 폭발하자 직원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소방청의 화재통계에 따르면 화성 화재 공장 같은 사고가 2016년 이후 한해 400~500건씩 발생합니다. 1면에 쓴 사진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소화기를 든 저 노동자들은 살았을까’였습니다.
■6월 27일
포럼 행사가 없었다면 화성 공장 화재 참사 관련 사진을 사흘 연속 1면 사진으로 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출근했을 겁니다. 이날은 회사가 주최하는 <2024 경향포럼>이 열렸습니다.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정치 시스템이 위기를 맞고 있는 시대지요. 이에 ‘분열의 시대, 다양성과 포용이 희망이다’를 주제로 포럼을 열어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야스차 뭉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옌쉐퉁 중국 칭화대 교수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정치인과 석학들이 강연하고 대담에 참여했습니다. 1면 사진은 분명했습니다. 다수가 아는 힐러리 클린턴의 영상 대담입니다. 첫 번째 세션의 첫 대담이며, 가장 공을 들여 섭외한 대상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월 28일
남미 볼리비아에서 전직 합참의장이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을 진입해 벌인 쿠데타가 3시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체포된 주동자는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말해 자작극 의혹도 일고 있습니다. 이날 외신사진은 이 쿠데타 관련 사진이 단연 눈길을 끌었습니다. 총 든 군인들의 쿠데타인데 이렇게 다양한 사진이 들어올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했습니다. 자작극이었다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유력한 1면 사진 후보로 준비한 볼리비아발 사진은 회의에서 “(쿠데타가) 실패했는데 1면까지 쓸 건 아니고…”라는 말에 단박에 찌그러졌습니다. 대안은 다시 화성 공장 화재 관련 사진입니다. 이번 사고로 중국 국적의 동포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날 이주민과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안산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습니다. 공동대책위를 꾸리고 이주노동자들의 안전과 인권보장을 촉구했습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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